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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아픈것도 행복인가!

작성자한동수|작성시간17.05.19|조회수151 목록 댓글 3


나는 지난 2년간 이 시골집에서 거의 칩거하듯이 지냈다.

저잣거리로 나가기 전, 그런 칩거가 꼭 필요하다고 계산한 것은 아니지만

과음한 다음날 맑고 찬 물이 필요했듯이 아마도 내게는 이 산골에서의 칩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고독과 정적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바람과 투명한 햇살,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런 것들 곁에서 나는 집으로 돌아온 탕자처럼 실컷 신열을 내며 앓았다.

안도감을 느끼며 앓는 것은 실은 얼마간의 쾌락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때였다.


손녀딸과 모처럼 영화관 나들이를 나섰다가 영풍문고에서 구입한 공 지영님의 신간,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에 적혀 있던 글입니다.

참으로 공감이 갔습니다.


얼마전에 갑자기 맹장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생전 처음 입원해서 수술하고 나서...

마취가 깨고 나니 통증은 몹시도 심한데...

이루 말할 수 없이 편안하고 행복감이 밀려 왔습니다.


원목 수녀님이 들어오셔서...

"자매님, 어쩜 얼굴이 그리 편안하세요."

할 정도였습니다.

"아픈데 왜 편안할까..."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응급실에 들어갔을 때...

오래 기다리게 한다고 살작 짜증이 났었는데...

수술받고 나니...

집도한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들이랑...

낮인지 밤인지도 알지 못하도록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서..

아, 이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요즈음에는 채마밭에 물주느라 바쁩니다.

물을 주고 나면, 

어깨가 몹시 아프고 힘이 들지만...

여릿여릿한 채소들이 푸릇푸릇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한 그런 마음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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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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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숙마리아 | 작성시간 17.05.22 늘 언제쯤 글이 올라오려나 내심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너무나 반갑습니다.
    저도 욕심낸다면 나이를 떠나 자매님을 제 신앙모델로 삼아 옆에 가까이 하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 작성자한동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5.22 숙마리아님...
    부끄럽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 작성자나무로즈마리 | 작성시간 17.07.16 사실 저도 글 안올리시면 궁금해 집니다,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언어로 올리시는 글에 저도 모르게 펜이 되었거든요. 수술 잘 되시고. 깨달음도 얻으셨다니... 일석이조네요. 얼른 회복하시고 좋은 신앙글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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