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런 소리를 내며...
새벽부터 비가 내립니다.
아니...
밤부터 내렸나 봅니다.
라일락 나무잎에도 철지난 후에 외로이 홀로 핀 한송이 넝쿨장미 꽃잎에도
수정같은 물방울이 대롱대롱 맺혔습니다.
잠간,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타...
우산을 쓰고 밭으로 올라갑니다.
긴 가뭄동안 자라지 못하고 잎이 누렇게 말라
도무지 자랄 것 같지 않던 부추잎들이
하느님이 내려주신 비를 맞고 나서는
파랗고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장화를 신고 들어가...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부추를 가위로 잘라 내려왔습니다.
억새같이 뻣뻣하던 부추가
야들야들 부드럽습니다.
오늘은 부추 부침개를 해야겠습니다.
마음과는 달리 부추를 다듬기만 했는데...
벌써 기운이 떨어지고 땀이 납니다.
감자를 강판에 갈고 부추를 잘게 썰어 넣고...
반죽을 해서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추 부침개를 지져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부쳐 낸 부침개 네 쪽을 들고...
수산나 할머니네로 향했습니다.
마침, 얼마전에...
감상선암 수술을 했다는 이웃집 할머니도 함께 있었습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부추랑 호박부침개를 해서 갖다 드렸는데....
올 여름은 날이 가물어서...
오늘에서야 처음 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땀을 너무도 많이 흘려 여름은 힘든 계절이지만...
작은 수고로 두 분의 할머니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진
비 내리는 여름날 토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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