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김장을 했습니다.
열흘 전 쯤에, 배추 20포기만 달라고 부탁해 두었는데...
속이 덜 찼다고 글라라(배추 농장 주)가 걱정을 해서
다섯 포기를 더 달라고 했습니다.
배추를 따러 갔더니...
인심 좋은 글라라가 덤으로 네 포기를 더 줍니다.
애초에는 스무 포기만 한다는 것이 스물아홉 포기가 되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열흘 동안에 배추 속이 꽉 차서...
두 쪽으로 가를 줄 알았는데, 네 쪽으로 갈랐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절이고, 씻고...
갖은 양념 넣어 버무리는 건...
사위가 두 팔 걷어 부치고 고무장갑 끼고 나섰습니다.
손자 손녀까지 도운다고 법석이고...
수육 삶고 닭계장 끓이고, 잔치 아닌 잔치를 한바탕 벌였습니다.
해마다 내 속쌈을 눈 빠지게?기다리는 반주자 아드리아나와...
베드로 아저씨네 집에 전해 주고...
땅에 묻힌 큰 김치독에 한 가득 채워넣고...
작은 딸 사돈네 한 통 보내고...
세 식구인데도 절인 배추 60키로 김장하는 큰 딸아이에게
40키로만 하라고 한 통...
그리고...
지난 주에,
"다음 주 간식은 컵 라면이에요...
반주자가 쏘겠답니다."
성가대 간식이 컵 라면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나서...
버무린 겉절이는 성당에 가지고 갔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간도 보지 않고 버무렸는데...
간이 딱 맞고 맛이 있다고들 합니다.
"내가 미쳤지, 힘들어서 절절 매면서 일을 또 크게 벌였으니..."
중얼중얼 속으로 자책하면서 한 일이지만...
김장 후유증으로 며칠 째 한의원에 들락거리는 중이지만...
부자가 된 듯 마음이 뿌듯합니다.
"엄마, 내년에는 꼭 절인 배추 사서 하세요..."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가면서 하는 얄미운? 딸아이의 말입니다만...
글쎄요,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가봐야 알겠죠!
아이들이 법석대는 것도 좋구요!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들꽃처럼~~ 작성시간 17.11.15 참 좋은 풍경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해요.
마음씨도 솜씨도 일품이신 한동수님
내마음 나도 모르는 김장
오랜동안 몸에 배인 김장이라는 마약을 포기 하시긴 어려울 듯 하네요.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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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님의종요셉 작성시간 17.11.15 ㅎㅎ
행복이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 ^^
날이 차가와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 -
작성자비비안나. 작성시간 17.11.16 이렇게 모이는것 자체가 좋은것이죠
절임배추로 하면 참 간단하긴 해요
그죠 -
작성자나무로즈마리 작성시간 17.11.17 ^^ 가족끼리 김장하는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북적이는 게 좋다는 말씀 이해합니다.
그래도 내년엔 입으로만 하시고, 손발은 자식, 손주 것만 빌리세요. 김장 후유증, 얼른 털으시고
건강하게 미사다니시고, 활동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작성자숙마리아 작성시간 17.12.01 너무 따뜻해요...
저는 본당에서 가톨릭그룹성경봉사를합니다.
어제 종강미사를하고 그룹원들과 점심과 차나눔을하면서 올한해 창세기를 통해서 만난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며 모두다 따뜻하게 살고 싶은 마음들을 꺼내보였습니다.
네...주님이 원하시는 우리의 모습일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