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그리도 춥더니...
뜨락에 있던 열 두 그루의 철쭉 중에서 다섯 그루나 얼어 죽었습니다.
온 산야는 푸르름이 짙어 가는데, 누렇게 말라버린 모습이 너무도 보기 싫어서
톱으로 잘라 버렸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온 뜨락에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피었었건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들여다 보곤 했었는데...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꽃나무 앞에 쭈구리고 앉아
전지도 해 주고 정성을 들여 가꾸었었는데...
여간 서운한 게 아닙니다.
톱을 든 채로 허리를 펴고 일어나서 빈 꽃밭을 둘러보니...
비운 자리가 깔끔하고 시원하단 생각이 듭니다.
꽉 채우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는 비우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빈 꽃밭처럼...
쓸데없는 잡다한 머리 속의 생각들을 다 털어 내고...
깨끗하게 비운 머리 속에....
무엇을 채울까, 어떤 좋은 생각들을 채울까...
또 빈 꽃밭에는 어떤 꽃을 심을까...
톱질을 해서인지 쿡쿡 쑤셔 오는 오른쪽 어깨의 통증을 느끼며...
잠시 서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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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나무로즈마리 작성시간 18.04.24 뜰이 넓은가봐요, 빈 자리 허전함보다 거기서 비움의 미학을 생각하시는 동수형님^^ , 멋지십니다.
녜, 그 빈 곳에 철쭉과 잘 어울리는 다른 나무 심으시고, 그 어울림을 감상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봄은 봄인데 날씨가 상당히 쌀쌀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구요, 멋진 묵상글 많이 올려주세요. -
작성자줄리아 작성시간 18.04.25 배란다에 빈화분이 남아있을때 뭘로 심을까? 꽃집에 가서 둘러보며 생각할때 ~설레임 있듯이 ~동수님의 맘 혜아려집니다
지금쯤 예쁜 꽃들로 조성되었겠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