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덥습니다.
어찌나 더운지....
무덥다는 말로는 사뭇 부족한 표현입니다.
뒷산 오르는 길에 새벽부터 열기가 자욱합니다.
그래도 패트병 두 개를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산길을 걷습니다.
금새 머리에서부터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성당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간의 기다림에도
아주 오랜 시간을 서 있었던 것처럼 지칩니다.
정말 살인적인 더위입니다.
지난 7월 16일, 군에 입대한 손자녀석이 걱정됩니다.
"이 무더위에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자꾸 묵주알을 굴립니다.
성당에 가서도 집에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버스 안에서도...
그저 녀석을 위한 기도를 드립니다.
근데 어제, 녀석의 소식이 왔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사진까지 보내왔는데,
며칠 사이에 아주 늠름한 모습이어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여지껏 열대야를 모르고 살았는데...
어젯밤에는 현관문까지 다 열어놓고도...
자다 깨다 몸을 뒤척이다 아예 일어나 버렸습니다.
다시 잠을 자려고 애써보지만 도무지 잠이오질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내온 손자녀석의 사진을 보고 또 보고, 그러고 있는데...
"뚜루루루..."
갑자기 냅다 울어 제치는 풀벌레 소리...
더위는 곧 물러갈 것이니...
이제 곧 가을이 올 것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하는 소리 같습니다.
형체도 보이지 않는 작은 녀석의 울음소리에...
얼음 띄운 미숫가루를 마신 것처럼,
시원해지는 여름날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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