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따뜻합니다.
겨울이불을 빨아 널고, 겨울옷들도 빨아 널었습니다.
미세먼지도 없고, 맑은 하늘과 살랑대는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오랜만에 산에 다녀오다....
마리아 할머니네 들러서 돌아왔더니...
따사로운 햇볕이 그 새, 빨래를 다 말려 놓았습니다.
보송보송하게 마른 빨래를 걷어 가슴에 안고 안으로 들어오는데...
어쩜, 그리도 냄새가 좋던지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엣날, 무쇠솥에 햅쌀 밥을 지어 다 퍼낸 다음...
끓여낸 누룽지 맛이 나는 듯 합니다.
나풀나풀 산벗꽃잎이 눈송이 되어 떨어지는
햇볕 가득한 마당에 서서 코를 흠흠거리며...
마른 빨래 냄새에 흠뻑 취했습니다.
싫지 않은 나른함이 몸에 스며듭니다.
아련히 떠오르는 옛생각 ...
빨랫줄 가득 널어도 널 자리가 늘 부족했었던...
펄럭이던 네 아이들 교복이랑 옷가지들이 눈에 선합니다.
손빨래를 하던 그 힘들어었던 그 때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잠시 옛생각에 잠겨 있다가...
빨래를 거실바닥에 그냥 놔 둔 채...
며칠 전, 된장을 가르기만 하고 그대로 두었던 장을 달였습니다.
옆집 아줌마가 외출에서 돌아오며...
"장 냄새가 좋은데요...
올해 장도 맛있겠어요..." 합니다.
펄펄 끓인 간장을 독에 붓고, 뚜껑을 덮어 두었습니다.
된장은 늦가을, 김장 끝내고 나면
질축하게 지은 보리밥에 잘 끓인 엿기름물을 섞어
항아리에 다독다독 눌러 담아 두었다가...
내년 봄, 딸네도 주고 아들네도 주고 이웃과도 나눌겁니다.
낼부터 성삼일, 잘 지낼 준비를 해야 할테니...
오늘 좀 무리를 했더니..
살작 덜 찬 삼월 열사흘 달은 중천에 올랐는데...
피곤해서인지 잠 못들고 있는 봄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