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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아무것도 잃거나 얻지 않았습니다>

작성자빠이|작성시간19.08.10|조회수149 목록 댓글 1
♡_  8/11 의정부교구  주보 연중 제 19주일 4 p에 실린 글 _♡

 


 「나는 젊음과 건강을 포기하고 아이를 얻은 것이 아니었다. 젊음이란 애가 있건 없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고

 건강은 영원히 내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 역시 내 몸에서 나왔지만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나는 잃거나 얻은 것 없이 단지 변화된 삶을 맞이했을 뿐이다_아무것도 잃거나 얻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다소 황당한 동영상을 봤다.

8살 딸아이가 엄마에게 ‘날 낳고 잃은 건 뭐야?’ 라고 물 었더니 엄마가 ‘널 낳고 잃은 건 젊음.’이라고

대답한 뒤 ‘그래도 예쁜 딸을 얻었잖아.’ 덧붙이는 내용이었 다.

고작 8살 아이에게 날 낳고 뭘 잃었냐는 질문을 하게 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많은 걸 잃은 대신 아 이를 얻었다는 식의 메시지도 불편했다.

애초에 이런 식의 등가교환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첫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서른 살의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일 을

 못하게 된 동시에, 부모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하게 되었다.

할 수 없게 된 일들은 대체로 재 밌는 일인 반면, 부모로서 해야 할 일들은 고된 것이기 때문에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 지만 억울하다고 해서 ‘그래도 아이를 얻었으니까,’ 하면서 위안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일상이 불만족 스러울 때 손쉽게 아이 탓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셋째를 낳고 나서는 이번이 마지막 출산이니 정말 몸조리 잘해야지 생각했다.

그럼에도 세 번째 출산은 확실히 몸에 부담을 주는 것인지, 여기저기가 삐걱거렸다.

 거기에 산후우울감이 겹쳐서 이제 예전의 건강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하리라는 불안에 휘청거렸다.

꼬물거리는 신생아를 옆에 두고 두려움과 불안에 사무 치던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건강이 원래 내 것이었나? 내 것이 아닌데 잃었다고 할 수 있나? 나는 젊음과 건강을 포기하고

아이를 얻은 것이 아니었다. 젊음이란 애가 있건 없건 시간이 지나면 사라 지는 것이고

 건강은 영원히 내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 역시 내 몸에서 나왔지만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나는 잃거나 얻은 것 없이 단지 변화된 삶을 맞이했을 뿐이다.

 아이가 갓 태어나서 약 세 돌이 될 때까지는 보호자의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먹이고 씻기는 것은 물론, 사물의 이름도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고, 위험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것도

계속 주입 시켜야 한다. 내 몸 하나 겨우 건사해오다가 2인분, 3인분의 삶을 살다보니 한때는

아이가 내게 종속된 존재인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거둬 먹이고 있으니 얘는 누가 뭐래도

내 것이 라는 착각.


  그런데 요즘 다섯 살 첫째를 보고 있으면 벌써 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고 있는 걸 느낀다.

아이는 아마도 처음부터 강인하고 독립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잠시 부모의 손을 빌려 세상에 익숙해지는 것일 뿐,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가 말 하길, 신은 모든 인간이 탄생할 때

 오직 그에게만 맞는 언어로 말씀하신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날 때 하느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 아빠 품을 벗어나는 때가 오면, 슬쩍 그 비밀을 들려주기를 기대해본다.     


『 나는 젊음과 건강을 포기하고 아이를 얻은 것이 아니었다. 젊음이란 애가 있건 없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고

 건강은 영원히 내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 역시 내 몸에서 나왔지만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나는 잃거나 얻은 것 없이 단지 변화된 삶을 맞이했을 뿐이다_아무것도 잃거나 얻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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