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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람은 왜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할까? (트라우마 3)

작성자햇살타고, 마리아|작성시간24.02.19|조회수151 목록 댓글 2

 

사람은 왜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할까?

 

사람이 무시당하는 것을 끔찍할 정도로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적 무시가 사회적 생명을 위협해서다. 사람은 유기체적 존재 혹은 생물학적 존재로서 육체적 생명을 갖고 있다. 동시에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사회적 생명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과 동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사람에게는 육체적 생명과 사회적 생명이 있지만 이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생명이다.

 

어떤 이들은 육체가 죽으면 사회적 생명도 죽게 될 테니 육체적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그가 사회적 생명을 육체적 생명보다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회적 생명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은 자살이라는 현상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은 모든 유기체 중에서 자살을 하는 유일한 존재다. 사람이 자살을 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육체적 생명이 아니라 사회적 생명이 위협당하는 데 있다....육체적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님은 굶주림으로 오늘내일하는 아프리카인들이 굶어 죽을지언정 자살은 잘 하지 않는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고독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나 홀로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은 곧 나의 사회적 생명이 끝났다는 느낌일 뿐이다. 뇌물을 받았다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자살을 하는 것 역시 육체적 생명을 버려서라도 사회적 생명을 지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살은 본질적으로 육체적 생명이 아닌 사회적 생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것만 보더라도 사람이 육체적 생명보다 사회적 생명을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청년의고백을 들어보자.

 

"서빙을 하면서 육체적인 피로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서버를 사람이 아니라 시종 부리듯 대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느끼는 정신적 피로였다."

 

이처럼 사람이 사회적 생명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무엇을 사회적 생명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 즉 어떤 이는 부, 어떤 이는 권력, 어떤 이는 명성을 사회적 생명과 직결시키는 식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따라서 어떤 이는 돈을 많이 벌어야 자신이 사회적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고, 어떤 이는 큰 권력으로 접근해야 자신이 사회적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며, 또 어떤 이는 명성이 높아져야 자신이 사회적으로 살아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사람마다 사회적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에게 사회적 생명이 있다고 느끼려면 타인들 나아가 사회의 인정과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록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사회의 인정과 지지를 원하는 반면 사회적 무시와 경멸을 가장 두려워 한다.

 

이를 동기의 측면에서 말하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동기는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는 동기(무시당하지 않으려는 동기는 이것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무시를 방어해줄 수단 즉 사회적 인정을 획득하는 수단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돈,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권력, 명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명성을 쫓게 마련이다.

 

참고로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일류대학에 보내려고 아득바득 애쓰는 중요한 원인 역시 일류대학을 남들한테 인정받는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어서다. 다름과 같은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한국의 어머니들이 사회적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즉 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면 자녀교육에 몰두하는 것 외에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최고임무는 본인이 가급적 좋은 대학을 나와서 그 능력과 관심을 다른 곳에 쓰지 말고 자녀에게만 전적으로 쏟아부어서 자녀를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육체적 생명보다 사회적 생명을 더 중시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본성이지만 한국인들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단일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온 데다 사회적 생명을 지키며(이를 한국인들은 흔히 사람답게 산다는 말로 표현한다) 사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도덕문화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입만 열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고 나쁜 사람을 가리켜 짐승같은 놈이라고 욕을 하는 것, 나아가 평등주의적 지향이 아주 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유창오는 한국인들에게서 강하게 나나타는 평등주의적 지향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자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 사람들이 대단히 평등주의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민족이 반만년의 역사 동안 단일민족을 유지해왔고 상부상조하는 전통을 이어왔으며 공동체를 지향하는 정서가 크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인들이 평등이나 정의에 민감한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사회적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불평등이나 부정의가 필연적으로 유발하는 부당한 사회적 무시가 사회적 생명을 공격하고 위협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평등이나 정의에 그토록 민감하다는 것이다.

 

김태형 <트라우마 한국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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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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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엠마우스 요셉 | 작성시간 24.02.19 무시당하면 싫어하는 건 당근이지만
    대부분 무시하지 않는대 ...
    본인의 자격지심 때문에 오해를 합디다

    요즘 아이들이 왕따시키는거 그것도 무시하는 거니까 당연히 실어 난 싫어!...
    ㅎㅎ
    비오는 월요일입니다
    상숙쌤
    이제 슬슬바프죠 밭에 논에 거름 치느라
    건강한 한주간 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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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햇살타고, 마리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21 사람을 무시 하는 건지
    무식한 몸부림인지
    안타까운 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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