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
신상숙
알곡을 반납한 들녘
생명줄 놓아버린 지푸라기와
이리저리 흩어진 벼 알갱이 그들 몫이다
머~~~언 시베리아가
고향인 기러기 떼 날아와
동무할 때까지
고독을 울컥울컥 쏟아내었을 터
모두가 떠나간 줄 알았는데
겨울을 실어 나르는
소슬바람과 기러기들 수다로
강녕포가 시끌벅적
이제, 빈들이 아니고
근심·걱정 덜어주는 참살이 되어
늙은 어미가 맡겨 둔, 주름진 이야기 술술 풀어놓는다
정겨운 웃음소리 새어나오는
창호지 문풍지
검정고무신 한 켤레 보태지면
동네 어머니들 이보다 더 좋은 일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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