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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의 교리] 여기에 물이 있다 ㅡ 전능하신 아빠(Abba)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작성시간23.04.24|조회수100 목록 댓글 2



[차동엽 신부] 여기에 물이 있다/전능하신 아빠(Abba)

'TV 동화 행복한 세상'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은 미담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결혼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나는 차마 입에 답지 못할 말로 아버지의 가슴에 평생 낫지 않을 피멍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제발, 큰아버지 손잡고 들어가게 해주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빠한테 뺨을 맞았지만 나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가뜩이나 집안이 기우는데 등이 굽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가기는 정말이지 싫었습니다.

"흠...걱정 말그래이. 안그래도 허리가 쑤셔서 그날은 식장에도 몬 간다."

시집가는 딸 마음 상할까 봐 아버지는 거짓말까지 하셨습니다.

나는 그 아버지의 아픈 속을 알면서도 결국 결혼식장에
큰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는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나도 자식인지라 골방에 틀어박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을 아버지를 떠올리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습니다.

아버지의 가슴속의 눈물 얼룩을 지워 드리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 흘러 아이를 갖게 됐을 때, 시집살이에 입덧까지 하면서도 시어머니한테는 내색도 못하고, 하루하루가 고역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돌아오던 나는 동네 어귀에서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작은 키에 굽은 등, 그리고 걸음걸이가 분명 친정 아버지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아버지가 아닐 거라고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퇴근하는 남편이 큼직한 보따리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저 아래, 가게 아줌마가 주던데.....?"
순간 뒤퉁수를 얻어맞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체취가 묻어 있는 보따리였습니다.

예감대로 보따리 속에는 아버지의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청국장이고 하나는 겉절이데이. 배 곯지 말고 맛나게 묵으라."

시어른들 볼까 봐 집에도 못 오시고 아버지는 청국장 보따리를 가겟집에 전하고 가신 것이었습니다.
청국장엔 아버지의 짜고 쓴 눈물이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자녀가 무시하든 말든 변함없이 짠한 사랑으로
자녀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분이 아버지입니다.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은혜입니다.

하느님은 "자녀에게 필요한 은총을 주시는" (히브 4,16 참조) 어버이십니다.

성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저서 「주교요지」에서의 가르침처럼
"하느님께서는 마치 자식들에게 집과 전답을 손수 마련해 주시어 행복하게 살라고 돌보시는 아버지"이십니다.

앞에서 살펴 보았던 '하느님'에 대한 고백은 이제 '전능하신 아버지'에 대한 고백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물이 있다/ 차동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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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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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엠마우스 요셉 | 작성시간 23.04.25 늘 수고하시는 아우님 차신부님교리 고맙습니다
    오늘도 그분과 함께 사랑나누러 갑시다.

    ㅎ.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25 정말 고맙습니다.

    그 분과의 사랑 나누시고 조금만 남겨 오십시오,

    여기 기다리는 사람 있습니다.

    행복을 빕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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