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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의 교리] 여기에 물이 있다 ㅡ더늦기 전에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작성시간23.04.27|조회수140 목록 댓글 5


[차동엽 신부] 여기에 물이 있다/더 늦기 전에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님에 의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요한 1,12).

예수님 덕에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와 가장 내밀한 '나와 너'의 관계를 맺으십니다.
그분은 우리 각자를 우리의 고유한 이름으로 부르십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속담처럼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자녀들의 행동과 관계없이 한결같다고 합니다.

육적인 어버이가 그럴진대 하물며 하느님의 사랑은 어떻겠습니까?

우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 두신 아버지(마태 10,30 참조)이 십니다.

그런데 자식이 부모의 은공(恩功)을 모르고 불효(不孝)하듯이 우리도 하느님께 몹쓸 짓을 자주합니다.

하느님은 이를 안타까워하시며
우리가 그분의 심정을 알아주기를 바라십니다.

"아! 에브라임아, 너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너희 사랑은 아침 안개 같구나.
덧없이 사라지는 이슬 같구나.....
이 하느님의 마음을 먼저 알아 다오."(호세 6,4-6).

당신이 먼저 부르셨다 예수님은 일찍이 12살이 되던 해에 성전에서 사라졌을 때 찾아온 마리아와 요셉에게
자신에게는 혈육의 부모뿐 아니라 그보다 더 우선하는 '아버지'가 있음을 밝힙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모르셨습니까?"
(루가 2,49).

다음으로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느님께서 외아들 예수님의 아버지이심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마태 3,17).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하시면서 수시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시면서 긴밀한 유대를 확인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저에게 맡겨 주셨습니다.
아버지밖에는 아들을 아는 이가 없고 아들과 또 그가 아버지를 계시하려고 택한 사람을 밖에는 아버지를 아는 이가 없습니다."(마태 11,27).

특히 요한 복음은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의 관계를 선명하게 그려줍니다.

아버지의 뜻이 곧 예수님의 뜻이요
(요한 5,26참조),
예수님의 행동이 바로 아버지의 행동이요
(요한 5,17-20 참조),

아들을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과 같을(요한 10,15. 38 참조) 만큼
두 분 사이의 일치는 긴밀하다는 것을 잘 드러내 줍니다.

작가 김정현의「아버지」라는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가난하게 자라 고시에 합격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50대 공무원인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췌장암 선고를 받고 몹시 힘들어합니다.

아직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 죽음을 맞이하면서

친구와 매일 술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애를 씁니다.

다음 편지는 아버지의 자랑인 대학생 큰딸이 아직 아버지가 아픈 줄은 모르고
매일 술에 취해서 돌아오는 모습에 실망하여 쓴 편지입니다

아버지! 전 지금 당신에게 몹시 실망하고 있습니다. 그 실망은 분노에 가깝습니다.
전 언제나 당신이 다른 그 누구보다도 저와 희원의 훌륭한 아버지이시고
엄마의 남편이기를 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매번 저희를 실망시켰습니다.

언제나 술 취한 모습, 그리고 비틀거리고 흔들리고 나약하고 볼품없는 모습,
' 왜 저희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익숙해야 합니까?
저희도 남들처럼 자랑스럽고 성공한, 그리고 멋진 아버지를 갖고 싶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당신은 차라리 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아버지의 인생만을 사셨습니다.
아버지, 그런 당신이 이뤄내신 것은 무엇입니까?
누구처럼 거창한 사회의 명성을 이루셨던가요. 아니면 많은 재산을 축적하여

엄마에게 화려한 부귀라도 준비해 놓으셨나요?
그 어느 것도 아니어도 좋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가 진정한 아버지의 자리에 있어만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중략).

아버지를 사랑하고픈 딸이 p.s.

아버지, 전 절대로 이 편지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써 준 이 편지를 소중하게 간직합니다. 딸이 쓴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아빠'라고 부르며 쓴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딸은 홀로 죽음을 맞이하려던
아버지의 병명을 알고 난 다음 후회하며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아빠, 용서를 빕니다. 철없고 경솔했던 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아빠의 그 깊고 깊은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었어요.
투정이었는데, 어리광이었는데, 제가 너무 격했어요.

그동안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제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시간이 흐를수록 아빠에 대한 죄스러움이 더해 미처 용서를 빌 기회마저 놓쳐 버렸어요.

아빠,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얼마나 노여우셨어요.
백 번을, 만 번을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빌어도 용서받을 길이 없습니다.

아빠, 차라리 제 빰이라도 때려주시죠.
차라리 밉다고 혼내시어 쫓아내기라도 하시죠.

그랬으면, 정말 그러셨으면 아빠의 품에 안겨 엉엉 울며 용서를 빌었을 텐데요.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셨어요? 얼마나 허무하셨어요?
아빠, 부디 절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딱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사랑하는 아빠, 돌아와 주실 거죠? 기다릴께요. 사랑해요.

우리 가족 모두 아빠를 사랑해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빠를 사랑해요.

P.S. 아빠, 많이 아프시다죠? 죄송해요..
제가 아빠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불효한 딸의 이 편지 때문에 행복합니다.

딸이 준 마음 때문에 행복합니다.
죽음도 그 행복을 앗아 가지 못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기를 하느님께서도 원하십니다.

어쩌면 하느님은 야훼, 엘로힘, 아도나이 같은 비인격적인 칭호보다 '아빠, 아버지'로 불리시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여기에 물이 있다/ 차동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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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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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 바래기 | 작성시간 23.04.27 아침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우님!
    오늘은 진짜진짜 좋은 아빠,
    좋은 할배 되어서
    행복한 날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27 오늘 아침, 행복한 날 되십시오.

    좋은 할배,아빠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엠마우스 요셉 | 작성시간 23.04.27 더 늦기전에 레지아에 기입한지 일년이 되어갑니다
    본당과 거리가 멀었던 방랑도 정착되어가고...

    주일을 기다리는 요셉이 되겠습니다 기도하고 ...

    ㅎ.ㅎ

    그분과 함께하는 날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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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27 예, 형님.
    좋습니다.
    주일을 기다리늗 삶,
    정말 본받을 만 합니다.

    오늘도 기도하며 주님과 함께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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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엠마우스 요셉 | 작성시간 23.04.27 박종해 스테파노 
    땡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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