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대구대교구

[차동엽 신부의 교리] 여기에 물이 있다 ㅡ 이 말씀이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작성시간23.06.10|조회수115 목록 댓글 8



이 말씀이 오늘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광야에서 돌아온 예수는 나자렛의 회당에서 이사야서 두루마리를 읽습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19).

두루마리를 다 읽고 회중 앞에서 선포하십니다.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루가 4,21).

이는 앞으로의 파란만장한 공생활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취임 일성(就任 一聲)이었습니다.
그 내용인즉 예수의 장차 활동이 다름 아닌 '주님의 은총의 해'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은총의 해, 곧 '희년'은 삶의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고, 무엇이든지 억압과 왜곡,
훼손으로부터 원상 회복시키는 것을 핵심 정신(레위 25,10; 27,17-18 참조)으로 합니다.

이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활동을 압축해 주는 말이었습니다.
이제 예수는 자신이 선포한 것을 몸소 구현하는 구원 활동의 장정에 오릅니다.


어디서 저런 능력이 나왔을까?

예수가 공적으로 활동을 개시한 이후 주로 무엇을 하셨는지를 다음의 성구는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는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가시는 곳마다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그리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 9,25).
이처럼 예수는 '가르침'과 '행함'으로 구원 활동을 펼치셨습니다.

필요하다면 기적도 불사하셨습니다.
예수의 기적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 치유 기적입니다.
장님이나 앉은뱅이를 고치시는 등 병의 치유를 위해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마르 1,29-31. 40-45; 2,1-12 등 참조).

둘째, 구마 기적입니다.
특별한 능력, 곧 성령의 힘으로 마귀 들린 이에게서 마귀를 내쫓으셨습니다.
(마르 1,21-28; 5,1 -20; 7,24-30 참조).

셋째, 자연 기적입니다.
풍랑이 멎게 하고 물 위를 걸으시는 등 자연물을 대상으로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마르 11,12-14. 20-21 참조).

넷째, 음식 기적입니다.
한꺼번에 5천 명 또는 4천 명에게 음식을 풍부히 먹여 주신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마르 6,30-44 참조).

다섯째, 구원 기적입니다.
곤경에 빠진 제자들을 구하는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마르 4,35-41; 6,45-52; 요한 6,16-21 참조).

예수는 당신을 과시(誇示)하기 위해 기적을 행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의 형제들이 "당신의 능력을 세상에 마음껏 과시하시오"라는
부탁을 했을 때나(요한 7,3-5 참조),

"하늘에서 불을 내려 사마리아를 태워 버리자"고 제자들이 요청했을 때(루가 9,51-56 참조)
그리고 바리사이의 기적 요구(마르 8,11-13 참조)에도 그는 분명히 거절했습니다.

예수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꼭 필요할 때만'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하혈증을 앓던 여인의 간절한 바람과 믿음이 있었을 때(마르 5,21-43)
치유해 주셨고(마르 6,53-56), 하느님의 '뜻'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 때에
마귀를 쫓아내셨고(마르 1,21-28)
오천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마르 6,30-44).

예수가 기적을 행하도록 움직인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측은히 여기는 마음' 곧 연민(compassion)이었습니다.
예수는 연민이 많으신 사람이었습니다.

'연민', '자비', '동정' 이런 말들은 실상 예수를 움직이고 있던 감정들을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약합니다.
이를 표현하는 히브리어의 단어 '라함'은 본래 애(창자, 내장, 심장)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강한 감정의 근원으로서의 인간의 내부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서에 있는 예수가 "측은히 여겼다"는 류의 표현은
바로 인간의 '애간장'에서 일어나는 반응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이는 그야말로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이요 착한 마음에서 솟아나는 연민인 것입니다.

이 '연민'이 병자들과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로하시며 병을 고쳐 주시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도록 예수를 내몰았던 것입니다.
이 연민으로 나인 고을에서 "그 과부를 보시고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울지 마라'하고 위로"(구라 7,13)하시며 죽은 아들을 다시 일으켜 주시고
죽음의 형벌이라고 불리며 격리된 나병 환자(마르 1,41)들과도 거리낌없이 마주하셨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0 형님, 오늘도 오늘의 태양이 떴습니다.

    행복하고 건강 하십시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창수선화 | 작성시간 23.06.10 아멘! 감사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0 고맙습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으로 아멘. 하며 살아가시는 것 정말 좋은 삶 입니다.

    오늘도 신나는 날 되십시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엠마우스 요셉 | 작성시간 23.06.10 엠마우스 부서모임 다녀왔네요 다행히 지나가는 여우비는
    그분의 배려에 집앞에오 도착하니 그쳤습니다

    ㅎ.ㅎ

    평안한 밤 보내세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1 잘 다녀 오셨습니다.
    비도 그치고,
    평안이 함께 하는 시간 되셨길 바랍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