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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의 교리] 여기에 물이 있다 ㅡ 논쟁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작성시간23.06.13|조회수112 목록 댓글 8


논 쟁


이스라엘의 율법은 하느님이 직접 제정하신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영역만 제한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법이었습니다.

개인의 삶과 사회 생활 전반을 다스렸던 이 율법은 이스라엘 사람들 삶의 절대적 준거였습니다.
그런데 예수 시대에 이 율법의 준행을 둘러싸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였습니다.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첫째,
이 율법의 준행이 점점 외형적으로만 기울어 갔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율법만 조목조목 지키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인(義人)이 되는 길은 율법을 자구적(字句的)으로 충실히 지키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의인'으로 판정된 자만이 하느님의 상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지도층들은 문자(文字)의 노예가 되어 하느님이 주신 율법의 참뜻을 망각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라"는 계명을 요리조리 해석해 내느라 심혈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그 핵심은 미처 보지 못했고, 안식일에 노동만 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근시안적인 해석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들은 "어떤 노동을 하지 말 것인가?"라는 식의 질문에 노심초사했고,
결국엔 금지할 노동들의 목록과 그것을 지키는 방법론으로 논의를 확대시켜 나갔습니다.

예수는 율법학자들처럼 글로 쓰인 율법 규정에 기대어 하느님의 뜻을 읽어 내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안식일 규정을 "안식일에 노동만 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해석하여
계명의 본래 뜻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그 위에 자리 잡은 '율법의 정신' 을 찾아내야 함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안식일은 정녕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날, 인권이 회복되는 날,
그리고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창조하신 하느님의 섭리가 되새겨지고 이루어져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 율법이 왜곡되면서 사람들을 계층화시키는 폐단을 초래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생활 여건상 율법을 지키는 데 유리했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을 '의인'으로 자처하고 그 밖의 사람들을 '죄인'취급하기 일쑤였습니다.

성경에서 우리는 이들이 '세리', '창녀', 떠돌이 '민중(그: ochlos)'을 얼마나 업신여겼는지 곳곳에서 보게 됩니다.
이렇게 율법 준수 여부가 계층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필연적으로 율법에서 소외된 계층이 생기면,
결국 육법이란 지배자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향하여 예수는 매서운 질책을 가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 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마태 23,4).
이처럼 왜곡된 율법의 준행을 예수는 그냥 방관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는 율법의 껍데기가 아니라 그 '정신'을 철저히 준행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어느 부자 청년이 "선하신 선생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마르 10,17)라고
물었을 때나 예수의 속을 떠보려는 율법학자가 "선생님, 제가 무슨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루가 10,25)라고 물어보았을 때 예수는 '십계명'과 '율법'을 성실히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처럼 예수는 율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구적(字句的)으로가 아니라 율법의 근본 정신인 사랑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마태 5,21-48 참조).

예수는 율법을 거부하고 파괴하려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율법의 완성을 다름아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서 이루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율법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너희는 사랑이 없이 율법을 지킬 수는 있어도, 율법을 지키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
결국,예수의 근본으로 돌아가라고 하신 이 주장은 집권층과 대결하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가 율법을 해석하는 것을 보고
예수를 율법을 가르치고 해석하는 권한을 가진 랍비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썩 내키지 않는 이 '랍비'를 시험해 보려는 의도로 여러 가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선생님(랍비), 안식일에 황소가 웅덩이에 빠졌다면 그것을 건져 내도 되겠습니 까?"
"선생님, 우리는 로마에 세금을 갖다 바쳐야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 안식일에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는데 만약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을 추수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생님, 간음하다 들킨 여인을 붙잡아 왔습니다.
우리의 모세 율법은 이러한 여인은 돌로 쳐 죽이라고 했습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요한 8,1-11 참조).

예수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이러한 질문은 오히려 예수에게는 저들의 문제를 확연하게 드러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껍데기'를 들고 와서 "이게 왜 이러냐"고 탓을 하는 그들에게 예수는 그 껍데기를 보지 않고 "알맹이"를 들고 와서 그 알맹이로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궁지에 빠지는 것은 껍데기를 알맹이로 착각하고 있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습니다.

당하는 것은 번번이 시비를 걸어 오는 쪽이었습니다.
이렇게 당하기만 하던 저들의 심사가 고울 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잡아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으며"(루가 19,47) 기회만 엿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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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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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3 고맙습니다.

    넘치는 주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엠마우스 요셉 | 작성시간 23.06.13 🙏 아멘

    논쟁...

    지난 월요일 인천 주안1동성당에서 시국미사가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
    김영삼 대통령 이 후로 몇대 대통령이 바뀌었나
    시국미사!...

    전국정의사제구현 사제단이 모였다
    천명ㅈ이라지만 사제단 패면 몇명에 불과하다 펑쳤다

    그 전에 시국미사 한다고ㅈ각성당마다 신자들에게 통고했다

    욕이 났다 내 뱉지는 않았지만 ㅣ갈등을 일으키고 논쟁ㅈ을 일으키는차 그틀은 누구인가

    사제에게 영은 있는가
    레지아도 연령회도 성당단체들이 둘 로 갈라졌다
    ㅜㅜ
    그래도 성당은 가야겠지 보기싫은 형데자매님 들 신부님들 행복히려고 하느님 찾는데 이게 뭡니까?

    끝...

    말이많아 여러가지 말로 바꾸신 주님 논란을 일으기는 더 들을불기둥으로 심판하소서...

    검은제복입은 자...


    아멘 🙏

    건강한 화요일 되시길 빕니다
    아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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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3 ㅎ.ㅎ.
    뭘 그런 걸로 불편해 하십니까?

    그냥 웃으며 넘기시면 그 또한 좋은 것을.

    ㅎ.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김광시 | 작성시간 23.06.13 아멘 💖💖💖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3 고맙습니다.
    언제나 즐거운 생활하시길 빕니다.

    오늘도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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