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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의 교리] 여기에 물이 있다 ㅡ 잊혀지지 않는 말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작성시간23.06.16|조회수158 목록 댓글 8

[차동엽 신부] 여기에 물이 있다/잊혀지지 않는 말씀

한 인물을 기억할 때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을 기억하게 됩니다.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일곱 마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이름하여 가상칠언(架上七言)입니다(풀톤 J. 쉰. 「그리스도의 생애」참조).

1)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가 23,34).
죽어 가는 사람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사형 선고를 내린 재판관들을 비난하거나 하느님께 죄의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완벽한 결백(潔白)이신 이분은 용서를 청하시지 않고 하느님과 인간의 중재자로서 용서의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이로써 "원수를 사랑하라"하신 자신의 가르침을 최후의 순간까지 몸소 사셨습니다.
아울러 모든 죄인들의 용서를 간구하셨습니다.

2)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루가 23,43).
죽어 가는 사람(=우도)이 죽어 가는 사람(=예수)에게 영생(永生)을 부탁합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에게 왕국을 부탁합니다.
죽음의 문턱에 선 도둑이 도둑처럼 죽으면서 천국을 훔치고자 합니다.

이것이 그 도둑의 마지막 기도이자 첫 기도였을 것입니다.
그는 단 한 번 문을 두드렸고 단 한 번 찾았고 단 한 번 부탁했으며 감히 '모든 것'을 요구했다가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제자들마저 의심을 품고 있었고 한 사람만이 십자가 밑에 있었을 때,도둑이 주님
을 '구세주'로 고백하고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외에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
또한 영원히 천국에 속한 사람이 아니고서 누가 천국을 약속할 수 있겠는가?

예수는 이 말씀으로 이 세상 마지막 날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가려내게될 최후의 임무를 앞당겨 실행하신 것입니다.

3)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을 잃는 고통을 겪으며 우리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처음 천사의 수태 고지에 피앗(Fiat: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이라 말하며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 그녀는 이제 또 다른 절체절명의 고통의 순간에 피앗(Fiat)이 되어 그리스도인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그때 예수는 다른 제자(요한)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인류의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곧 제자는 다름아닌 '인류'를 대표하여 '어머니'를 선물로 받았던 것입니다.

4)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태 27,46). 사실은 인간이 하느님을 거부한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예수는 그렇게 철저하게 배척당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등지고 떠났는데, 사람이시요 하느님이신 주님께서는
당신이 마치 죄인인 양 이 엄청난 고통을 당신의 인성(人性)을 통해 느끼십니다.
그리스도의 이 외침은 그리스도께서 죄인의 자리에 서서 느끼셨던 버림받음에 대한 절규였지만 절망의 절규는 아니었습니다.

절망하는 영혼은 결코 하느님께 부르짖지 않습니다.
버림을 받았다고 느끼는 것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나 죄인들만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 가운데 가장 거룩하신 분도 느끼시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은 정신과 영혼과 마음에 하느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직접 그 같은 고독을 체험하시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러한 공허함에 대해서 결코 위로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5) "목마르다"(요한 19,28).
영혼의 고통에 대한 부르짖음에 이어 이번에는 육체의 고통을 표현하십니다.
채찍질과 고문을 통해 이미 쇠진하신 몸으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흘리십니다.

그러나 그 극심한 고통 속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을 주시는 그분께서 "목마르다'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비극은, 어쩌면 신체적 갈증이 아니라
영혼의 갈증이었을지도 모를 주님의 이 말씀에, 사람들이 주님께 식초와 쓸개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6)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하느님은 역사를 통해 세 번 이와 같은 말을 사용하셨습니다.
첫번째는
'창조의 완성'에서, 두번째는 묵시록에서 '새 하늘 새 땅이 창조될 때'를 나타내면서 사용하셨습니다.

시작과 끝날의 완성,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지금 이 말씀이 그 둘을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치욕의 극치 속에서 모든 '예언'이 성취되었으며 인간의 구원을 위해 '모든 것'들이 이루어졌다고

주님은 탄성을 지르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많은 사람의 죗값으로 당신 목숨을 바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분이기에
십자가 죽음에서 당신 일이 완성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7)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가 23,46).
죽음을 인생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순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리스도께서
이런 말을 하게 된 '기쁨'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주님의 죽음은 인간에 대한 봉사(奉事)요, 아버지의 뜻을 완수(完遂)하는 것이었습니다.
육화한 말씀은 지상 사명을 완수하셨기 때문에 파견하신 천상 아버지께 다시 돌아가십니다.

가장 완전한 기도, 당신의 목숨을 바치며 드리는 순간에 올리는 이 기도야말로 '가장 완전한 기도'일 것입니다.
이제 예수는 고개를 떨구시고 기꺼이 돌아가셨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말씀하신 '가상칠언'은 입에서 나온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가슴에서, 심장에서, 저 영혼 깊은 곳에서 올라온 그분의 속내였습니다.
거기에는 그분의 존재가 송두리채 실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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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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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6 형님, 고맙습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열심히 활동하시는 삶을 기대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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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창수선화 | 작성시간 23.06.16 아멘! 감사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6 고맙습니다.

    강처럼 넘치는 주님의 은혜가 함께 하길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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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엠마우스 요셉 | 작성시간 23.06.16 아멘 🙏

    오늘도 건강한 금요일되시고 그분 안에서 함께하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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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6 고맙습니다, 형님.

    오늘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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