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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의 교리] 여기에 물이 있다 ㅡ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작성시간23.07.21|조회수109 목록 댓글 6


[차동엽 신부] 여기에 물이 있다/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마리아와 예수님의 관계는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첫 기적을 베푸 '가나의 혼인잔치'의 사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잔치 도중 포도주가 다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는
예수께 포도주가 떨어졌다 고 알리게 합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 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십니다.

마리아는 주저 없이 시중꾼들에게 이르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그리고 나서 뒷전으로 물러나 아들을 신뢰하며 채근하십니다.

결국, 예수님은 마리아의 청에 못 이겨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가나 혼인 잔치의 기적은
구세사 안에서 마리아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라고
성모송을 바칠 수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 기적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리아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하고 이르셨습니다.
사람들은 이 권고를 따라서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항아리에 물을 가득 부었습니다.

"왜 술항아리에 물을 부어야 하느냐"고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항아리에 물을 부으라니까 부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만일 성모님의 마음에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짐으로써 일어나는 일에 대한 안타까움이 없었다면,
그리고 잔칫집 주인과 신랑 신부의 난처한 상황에 대한 '연민'이 없었다면
성모님이 아들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까요?

그리고 아들의 능력에 대한 남다른 믿음이 없었다면 그런 말을 했을까요?
도대체 무엇이 아직 당신의 '때'가 아니라며 주저하는 아드님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성모님의 부탁에서 강하게 전해져 오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향한
측은지심(惻隱之心) 곧 연민(憐憫)이었을 터입니다. 바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향한
자비와 사랑이 성모님과 예수님을 한마음으로 이어준 다리였습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더러 항아리에 물을 부으라고 명하실지 모릅니다.
사랑과 희생의 항아리에 일상 생활에서 겪는 잡다한 일들,
즉 아무 맛도 없는 물을 쏟아 부으라고 하실지 모릅니다.

그때 우리가 이런 쓰잘데 없는 것을 왜 항아리에 부어야 하는가를 묻지 않고
부으라니까 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가나의 기적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맹물'이 맛 좋은 포도주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최상의 은총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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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7.21 아멘.
    그리스도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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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창수선화 | 작성시간 23.07.21 아멘! 감사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7.21 아멘.
    그리스도님, 감사합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하늘 바래기 | 작성시간 23.07.2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7.21 아멘.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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