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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생활 속의 복음】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작성자실비아메이|작성시간12.06.11|조회수14 목록 댓글 1

[생활 속의 복음]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서광석 신부(전주교구 신풍본당 주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다. 제자들이 파스카 잔치에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예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주시며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하고 말씀하셨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하고 말씀하셨다는 게 오늘 복음의 내용이다.
 
 어느 마을에 숫자만 중요시하고, 타인과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았다. 그들은 많은 재산을 소유해도 만족하지 않았다. 오직 다른 사람보다 몇 배를 더 가지고 있느냐에 관심을 뒀다. 그리고 행복도 숫자로 조종할 수 있다고 여겼다. 자격증을 줄 때에도 숫자를 조율했다. 극소수 사람만 기득권을 가지게 하는 것이 그들 행복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회는 경쟁이 치열해졌고, 점점 삭막해졌다.

 그런데 그들과 다른 계산법을 가진 자가 나타났다. 그는 숫자로써 이웃과 비교하며 이기적으로 살던 그들에게 "서로가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할 때 하나가 둘이 되고 더 나아가 무한대가 된다"는 전혀 다른 숫자 계산의 개념을 알려줬다.

 성사란 피조물인 인간이 거룩하신 창조주 하느님을 만나 흠숭하고, 그분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주님 은총이다. 하느님 자신이 실제로 현존하시는 하나의 표징이기도 하다. 성부의 현존이신 성자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완전한 성사이다. 그리스도 승천 후 부활하신 예수께서 지상에 실제로 현존하시게 하려고 제자들 스스로 살아있는 은총의 표징이 됐다. 그 사도들에게서 이어온 교회 또한 예수님의 완전한 성사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여러 가지 특별한 예식으로 성사를 드러낸다. 그 중 하나가 성체(성혈)성사다. 이는 육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음식을 먹는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영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다. 성체성사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며 또 다른 그리스도인과 사랑으로 연결된다. 성체성사는 사랑을 확산시키는 진원지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수난 전날 밤에 당신이 직접 세우신 십자가 인류구원 사업과 연결된 사랑의 성사다. 유다 백성들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그들을 해방시켜주신 하느님의 구원을 매년 기념하던 파스카 축제다. 이 구약의 전통 예식을 빌려 제자들에게 최후의 만찬을 베푸신 신약의 파스카이기도 하다.

 구약의 파스카는 어린양의 피로 제사를 지내고 양고기를 나눠 먹는 현세적, 상징적 구원 축제다. 그러나 신약의 파스카인 성체 성혈성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흘린 피로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새로운 사랑의 계약이며, 그들을 죄와 죽음에서 영원히 해방시키는 실질적 제사이다.

 예수께서 "이 예식을 행함으로써 나를 기념하라"하신 것은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에서 최후의 만찬을 회상하고 기억하는 일반적 기념의 개념만 있는 게 아니다. 과거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 죽음과 부활하심의 구원사건을 성체 성혈을 통해 지금도 현존시킨다는 의미이다.

 초대교회 미사에서는 주님이 부활하신 주일마다 신자들 집에 모여 각자 준비한 음식 중 선별된 것을 예수님의 몸과 피로 축성하는 예절을 가진 후 함께 나눠 먹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줄 몫을 따로 떼어놓아 '아가페'라고 불렀다.

 그리스도인의 영적 만찬인 성체성사는 인류구원의 재현인 미사예절의 핵심이므로 신앙생활의 정점이다. 미사 중 성찬의 예절에 참례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깊이 인식하게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피조물이다. 그리스도께서는 피조물인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 빵과 포도주 형상으로 당신의 온몸을 내어 주셨다. 우리는 그분의 지극하신 사랑을 받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죄와 죽음에서 영원히 해방되는 파스카 잔치에 초대된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은 구원 잔치 음식인 주님의 몸과 피를 실제로 받아먹을 수 있어야 한다. 경건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흠숭하고 자신을 이웃에게 내어줌으로써 그 '아가페'를 무한대로 확대해가야 한다.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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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emerenciana | 작성시간 12.06.1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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