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제주교구

[사도직 현장에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작성자실비아메이|작성시간12.10.05|조회수33 목록 댓글 0

[사도직 현장에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 신효원(프란치스코, 안동교구 가톨릭상지대 부설 나섬학교 교장)


철수가 아침부터 휴게실 탁자에 엎드려 있다. 어깨를 두드려 일으키자 또 쓰러진다.

 "어젯밤에 한잠도 못 잤어요."

 녀석은 두어 시간 뒤에 정신을 차렸다. 취해서 새벽에 들어온 어머니가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던 모양이다. 이혼하고 식당 일을 하며 남매를 키우는 철수 어머니는 우울증까지 겹쳐 몹시 힘들어했다. 늘 아침을 거르고 오는 철수는 학교에서 라면으로 때우고 점심 때는 여학생들이 남긴 밥까지 깨끗이 처리한다.

 수정이가 빈손에 슬리퍼를 끌고 등교했다. 어제 저녁에 집을 나와 친구들과 몰려다니다가 병원 대기실에서 밤을 새우고 곧장 온 것이다. 수정이 아버지는 일정한 일거리가 없다. 아내와는 진작 갈라섰다. 술만 들어가면 이런저런 화풀이를 딸에게 한다. 욕설을 하고 매질을 한다.

 그러니 수정이가 가출 아닌 가출을 수시로 할 수밖에 없다. 쫓겨난 수정이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PC방이 아니면 밤을 지낼 곳을 찾아 거리를 헤맨다. 온갖 유혹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기숙사가 없으니 하교 후의 생활은 방관할 수밖에 없다.

 성미는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중학교 때 심하게 왕따를 당한 후 세상과 담을 쌓고 자기 안으로 깊이 숨어들고 있었다. 여기서 1년 동안 성미는 조금씩 좋아졌다. 비슷한 경험을 한 아이들은 누구도 성미를 무시하지 않았다. 대답도 하고 미소도 보였다. 소리 내어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경운기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면서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식비도 반년치가 밀렸다.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우진이는 잠시도 집중을 못한다.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수업시간에도 쉴 새 없이 들락거리고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다른 아이들도 비슷비슷한 처지다. 새 어머니와의 갈등,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폭력 아니면 지나친 무관심 등으로 아이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을 나무라다가도 사정을 듣다 보면 할 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같은 처지라면 내가 이 아이들만큼이라도 견딜 수 있을까? 절대로 아니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더 미쳤을 것이다. '문제아'들을 문제라고 여기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들이 대견하다. 참 대단한 녀석들이다. 오늘도 아이들이 눈빛으로 몸짓으로 묻는 물음은 단 하나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이제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평화신문  2012. 10. 07[1185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