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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 주님을 응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장재봉 신부

작성자실비아메이|작성시간12.10.15|조회수41 목록 댓글 0

 

복음생각 - 주님을 응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장재봉 신부

연중 제28주일(마르코 10, 17-30) 주님 뜻을 따르는 삶
 

 

오늘 복음 말씀을 들으니 슬픕니다. 말씀이신 그분을 뵙고 직접 가르침까지 얻었다면 ‘기뻐 뛰며 즐거워야!’ 마땅할텐데 “말씀 때문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고 하니, 딱하고 안쓰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지적하신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면, 더 우울해집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는 그분의 말씀에 선뜻 실행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그렇습니다. 구구절절 ‘그럴 수 없는 핑계’를 대기에 급급할 것만 같아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는 처지’를 장황히 설명하며 그분을 설득하려 들 것만 같아 그렇습니다.

오늘 2독서는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다”는 살벌한 진리를 선포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낼 것’을 만천하에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날, 그분께 사랑스러웠던 ‘어떤 사람’의 경우를 보면, 이 말씀은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움찔해집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그분의 뜻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모자람에 울상을 짓고 잠시 슬퍼할 뿐, 변화될 마음이 없습니다. 복음 말씀, 성경 말씀을, 지식으로 취급합니다. 제삼자가 되어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옛날 옛적에 ‘감히’ 주님의 명령을 흘려들었던 ‘그 사람’의 행위를 애석해할 뿐입니다. 살아 계셔서 ‘실시간’ 지금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제발 주님께서 이르신 모든 말씀을 스스로에게 대입시켜 들어 주실 것을 청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것’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권합니다. 우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는 그분의 마음을 살펴 드리는 삶을 살아가시길 부탁합니다.

그분의 진심을 헤아릴 때에만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되는 축복을 얻습니다. 삶의 장애물을 알아차려 마침내 내던지고 잘라내는 결단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추려낼 수 있습니다. 그분의 것이 아닌 것, 그분께서 원치 않으시는 무엇을 단호히 거절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말씀 때문에 속이 상하는 비애, 주님의 권유에 오히려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가는 어리석음을 살지 않게 됩니다.

그날 주님께서는 슬퍼하며 당신을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지 않으셨습니다. “내 말에 순종하지 않았으니, 혼날 줄 알아라”고 등에 대고 소리치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많은 재물’에 마음이 묶여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십분 이해해 주셨습니다. 선뜻 결단하지 못하는 허약함을 동정하시며 ‘많이 가진 탓’에 더 고뇌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독특한 은혜의 방법을 예비해 두셨음을 알려주셨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감히 그날 주님께서 ‘당신의 눈에 몹시 사랑스러웠던 그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 주셨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마침내 하느님의 방법으로 구원을 향한 삶을 결단하도록 힘을 주었으리라 어림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말씀에 곧잘 울상이 되고, 슬퍼하며 힘들어하는 허약한 우리를 철저한 사랑으로 변화시키시는 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너무도 어렵고 참으로 불가능한 일을 이루어내시는 주님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한 주간, 충분히 지녔음에도 ‘아직’이라며 자꾸만 더 쌓으려 골몰하는 세상의 부자들, 빼어난 학식과 뛰어난 능력으로 존경받고 살아가는 ‘특출한’ 이들을 위해서 기도드리고 싶습니다. ‘더 가진 것’ 때문에 우쭐하여, 낮은 자리에 서툰 그들의 병든 마음을 고쳐주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그분 사랑스러운 눈빛과 음성을 잊지 않는 축복을 간청하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온 세상을 사랑하십니다. 이 때문에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당신의 뜻을 살아줄 것을 당부하십니다. 이제껏 귀하다 하여 감춰둔 그것, 아까워서 내어 놓기 어려웠던 그것, 부끄러워 깊이 숨겼던 그것까지도 모두 봉헌하여 그분을 기쁘게 해 드리기를 소원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베드로처럼 당당하게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라고 말씀드리는 우리이기를 축원합니다.

 

 

 

 


가톨릭 신문 2012-10-14 [제2815호, 18면]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활천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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