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손
황중호 신부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롓길을 짧게나마 걸은 적이 있습니다.
순례 중 멜리데 성당에 있는 십자고상을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십자가 위 예수님께서 한 손을 밑으로 내린, 조금은 독특한 십자고상입니다.
예전에 묵상 안에서 예수님께서 손을 내려 저의 어깨 위로 살포시 얹어주신 느낌이 들어 눈물을 쏟은 적이 있었거든요.
손 내리신 예수님을 너무 뵙고 싶었는데 하필 제가 방문한 날 성당 문이 굳게 닫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순롓길을 마저 걷는데 제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간절함이 깊어지며 어쩌면 하느님의 또 다른 뜻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겨났습니다.
예수님의 손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있으니까요.
하느님은 우리의 바람과 생각을 뛰어넘어 놀라운 방법으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우리는 뭐가 뭔지도 모르며 세상살이의 배고픔과 목마름에 빵을 달라고 청하지만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일상 속에서 우리와 늘 함께하시는 주님을 만나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주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