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함
김용태 신부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몸 안에 병을 일으키는 그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그런 것들이 들어와도 그것들을 다 물리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떤 게 건강한 것일까요? 무균실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을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저분한 곳에서 더러운 것을 만져도 병에 잘 걸리지 않아야 건강한 사람이겠지요.
다시 말해 면역력이 좋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입니다.
이는 우리 몸만이 아니라 영혼에도 해당됩니다.
아무런 죄도 짓지 않는 사람이 영적으로 건강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영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비록 죄를 짓기는 하지만 내 안에 자리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나를 하느님의 사랑에 의탁하도록 이끌며, 결코 그 죄가 내 영혼을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또다시 나를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영신생활에도 면역력이란 것이 자리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이러한 건강함을 지닌 채 더럽고 어두운 저 세상 속으로 뛰어들기를 바라십니다.
마귀를 피하고 논란을 피하고 뱀과 독을 피하고 병을 피하는 삶이 아니라, 마귀들을 쫓아내고 주님의 말씀을 전하며 온갖 유혹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아파하는 이들을 돌보는 그런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 온실 속의 화초보다 갖은 풍상을 다 겪어내면서 피어나는 야생화가 더 큰 감동을 주듯 산정 높은 곳에서 독야청청하는 삶보다 산 아래 십자가의 현장에서 피땀 흘려가며 일구어내는 함께 사는 삶의 이야기가 더 큰 울림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