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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니다

보이지 않는 눈이라 더 좋아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09.14|조회수101 목록 댓글 4

 

 

 

목욕탕에서 시계를 봐도 보이지 않아 오늘도 옆에 있는 예쁜 언니에게 여쭤본다. 어쩜 얼굴도, 목소리도, 몸매도, 마음도 참 예쁘다. 아침부터 이리도 예쁘고 좋은 천사를 만나다니, 나는 암만 생각해봐도 참으로 복이 많기는 하다. 천사 덕분에 나의 오늘 하루도 만사형통‧운수대통이다.

시력이 좋지 않아 밖에서는 안경을 끼고 다닌다. 시력이 좋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안경을 끼면 네 개의 눈을 갖게 된다. 그러나 나는 꽃띠 여중생 시절에 횡단보도를 걷다가 억울하게 차에 치여 한 쪽 눈을 잃었다. 망막 손상 이런 게 아니라 근본 뿌리인 시신경이 죽어버렸기에 지금 의학으로서 살릴 방법이 없다. 그러나 과학이나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재의 추세를 보아 ‘신경 이식’의 문도 트이지 않을까 희망을 놓지 않고 산다.

한 쪽 팔다리가 불편한 것 역시 그때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려라는 저 위에 계신 하느님의 뜻이리라 생각한다. 사회에서 거들떠보지도 않는 몸과 마음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헤아려볼 줄 아는 관용을 가지라는 그 깊은 뜻까지는 좋고 이해한다. 그러나 어른도 아니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리고 순진한 꽃띠 소녀에게 눈도 하나 가져가고 한 쪽 팔다리도 불편하게 해버리고 가혹하다. 아무리 하느님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목욕탕에 와서 시계는 말할 것도 없고 앞에 보이는 게 없으니 혼자서는 걸어다니기도 겁나고 너무도 답답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두 눈이 멀쩡해 뭐든 잘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부터는 이런 나의 생각이 역전되었다. 특히나 목욕탕에서는 오히려 훤히 잘 보이는 것보다는 잘 보이지 않는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시계가 안 보이는 것은 안타깝지만 목욕탕에 와서 구태여 시계를 볼 이유도 없지 않은가? 목욕탕에서는 모두 다 발가벗었다. 남자들은 모르겠다. 여자들은 나와 너를 비교하기 일쑤다. 얼굴도, 머릿결과 머리형도, 몸매도. 그렇게 하다 보면 당연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그러면 남은 좋고 멋진 것만 눈에 띄고 거기에 반해 내 거는 못하고 초라하게만 보이니 스트레스 장난 아니게 받는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나는 이러한 스트레스는 자동 차단되는 것이리라.

이제는 ‘나는 눈이 하나 뿐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의 눈도 그다지 좋지 않아 안경의 힘을 빌립니다.’는 것이 더 이상 나의 콤플렉스가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불편한 점은 많다. 멀쩡히 두 눈 뜨고 잘 보이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나도 학창 시절에 크나큰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멀쩡히 내 잘 났다 하고 떵떵대고 잘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볼 수 있는 한 눈과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와 먹을 수 있는 입과 들을 수 있는 두 귀, 그리고 내 두 다리와 두 팔 및 두 손을 가진 것에 대해 당연시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닌 거다. 우리는 너무 자만했다. 현재 나에게 있는 걸 감사히 여길 줄을 모르고 당연히 있는 걸로 받아들인다. 내가 이번 시련을 통하여 책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깨달았으니 대박이다. 사람이 늘 변함없이 한결같이 산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뭐가 있겠나. 허나 우리 인생은 꼭 그렇게만 흐르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뭔가를 잃어 보아야 지금 내 안에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을 알게 되며 헛된 욕심을 갖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특히나 모두 다 발가벗은 목욕탕에서.

스트레스까지 자동 차단해 주어 나를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게 이끌어 주잖아. 이만하면 안 보이는 내 눈도 ‘국보급’이야.

“눈아, 진짜 고마워. 사랑한데이, 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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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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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비안나 | 작성시간 22.09.14 글라라님의 환하고 밝은 모습들이
    더욱 주님이 좋아하실겁니다.
    글을 읽으면서 도리어 힘을 얻어갑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 작성자쟈디스[알폰소] | 작성시간 22.09.14 감사합니다,,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박종해 | 작성시간 22.09.14 그럼요.
    눈이 보이지 않는 게 축복이라 여기는 님의 사고에 경외를 보냅니다.

    부족한 것은 축복입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귀임 마리아 | 작성시간 22.09.14 사랑합니다💕💕
    주님안에서 행복한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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