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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내 삶♬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12.30|조회수99 목록 댓글 3

 

자유롭고 즐거운 일요일이지만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나는 성격상 일요일이라고 집에만 있는 방콕행은 거부한다. 그다지 아는 것도 없지만 독실한 믿음을 무기로 주일 미사만은 안 빠뜨리는 가톨릭 신자라 성당에 나간다. 비가 내리니 오늘은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 교회(기독교)와는 달리 성당에서는 미사 때마다 영성체(領聖體)를 받는다. 영성체(領聖體)라 함은 예수의 몸과 피를 뜻하는 성체(聖體)를 받아 모시는 일로 그리스도의 영신과 일치하기 위하여 미사 성제 때 밀떡을 받아 먹는다. 영성체를 받아 모시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껄쩍한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감사함과 세상 모든 게 내 것인냥 만족감으로 가득 찼다.

때때로 거리에서 앞에 장애물을 못 보아 걸려 넘어지기도 하지만, 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데 감사함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내 비록 교통 사고로 한 쪽 팔다리가 좀 불편하며 한 쪽 눈을 잃었지만 나야말로 참으로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사람 되기는 텄다는 병원의 진단을 뛰어넘어서 삐뚤삐뚤거리지만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생각도 하고 말도 하고 글을 쓰는 숭고한 예술 활동까지 하지 않는가. 사실 이 세상에 누군들 축복받지 않은 삶이 있을까? 잠깐 동안의 아픔이나 어려움, 갈등, 힘듦으로 자신이 느끼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것 뿐이다.

나는 이생에서는 보기 드문 아니, 일어날 수 없는 기적(奇跡) 같은 삶을 살았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순수하고 꿈 많던 중학생 시절, 여느 때처럼 학교 갔다 오는 길에 횡단보도를 걸어가다 초보 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었다. 55일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아니, 새로 태어난 거였다. 몸은 중학생이었지만 생각이나 정신은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였다. 그러니 몸과 마음의 부조화 때문에 당사자인 나도 키우는 어머니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멀쩡히 잘 살아가다 불시에 교통 사고라는 큰 시련으로 몸은 불편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때때로 주위에서는 이런 나를 천사(天使)’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나는 천사(天使)’는 아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모자란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어 이 마저도 감사하다.

아직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많지만 특이하다면 특이한 삶을 살았기에 내 삶을 사고 당하기 이전(전반기)과 이후(후반기)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게 재미가 있으니 부모님께서 나를 보고 공부하라는 말 한 번 않으셨다. 당시 앞니가 토끼 이빨처럼 앞으로 많이 튀어나와 치아 교정 치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그 분의 모습에 반해서 나도 치과 의사가 되리라고 마음먹었다. 당시 나는 ‘1등을 하라, 2등은 패배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할 만큼 공부든 예능이든 뭐든지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꽤 당돌한 아이였다. 성격은 구김살 없고 밝으며 활발해서 교우 관계도 아주 좋았었다. 그래서 언제나 어딜 가나 잘 웃겨준다고 웃김이라는 멋진 별명도 얻었다.

후반기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새로 태어났으니 그럴 수 밖에 없는가. 몸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표정이나 성격은 변함없이 밝아 긍정의 고수라 할만 하다. 새로운 꿈이 생긴다. 미약한 내 글로써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게 푸르고 밝은 희망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통로가 되고자 미약하나마 노력하고 있다. 몸이 불편해 세상살이의 경험이 없으니 마음이 어린아이의 순수함 그 자체이다. 뭇 사람들이 보면 어리석어 보일 때도 있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 가끔 이런 걱정을 해주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렇게 FM적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때때로 험난한 현실을 살아가기에 힘들 수도 있다며. 하지만, 호락하지만은 아니한 현실에서 맑고 순수한 사람이 드물다면 나름대로 내가 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으로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대들고 심술을 부린다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뜻이고, 내가 내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내가 살 만하다는 뜻이고, 옷이 몸에 조금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뜻이리라. 닦아야 할 유리창과 고쳐야 할 하수구가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집이 있다는 뜻이고, 빨래거리와 다림질 거리가 많다면 가족에게 옷이 많다는 뜻이고, 가스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았다는 뜻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자꾸 거슬린다면 그건 내가 들을 수 있다는 뜻이고, 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빈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 데다가 차까지 가졌다는 뜻이다. 또한,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을 했다는 뜻이고, 이른 아침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깼다면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아닌가. 오늘 하루 무언가 날 힘들게 한다면 그건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다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자. 그러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들어 차분히 가라앉을 것이다. 어차피 살아 가야만 할 인생이라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을 것이다.

나는 어릴 때 타의로 교통 사고를 당하여 힘들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하느님을 원망하고 가해자를 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큰 시련을 계기로 새로 태어났다. 몸이나 마음이 불편하거나 소위 장애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내가 그들이 되어서 함께 해봄으로써 세상을 향한 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마음은 책에서 아무리 배워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내게 당첨된 고통과 시련들도 내 삶에 감사라는 열매로 남았다.

이 정도의 삶이라면 축복받은 삶이라 부러움을 받을 만하지 않나.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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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 바래기 | 작성시간 22.12.30 늘 건강하시고
    더 많은 주님에 은총이 가득하시길. . .
  • 답댓글 작성자2천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1.01 미툰거 알지?
    고맙습니다.
    사랑해용^^
    늘 샬롬이라옝^^^
    오늘은 토실토실하게 웃는 토욜! 하하하하하~~~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김민환 | 작성시간 23.11.30 2천사님,

    자매님의 글을 여러편 읽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평생토록 짊어지고 가야 할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셨습니다.

    님은 지옥을 선택하지 않고, 천국을 선택하셨습니다.

    밝은 마음과 행복한 삶은 님의 인생에 완전한 자유를 안겨줄 것입니다.

    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내가 걸정짓는다.

    님의 인생에 항상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문장력이 뛰어나십니다.

    힘내십시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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