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이지민-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신 연말, 크리스마스는 지났다. 그러하니 내가 이웃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말로나마 따뜻함과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것 밖에 없다.
이 때에 사람들이 구구단처럼 하는 말이 있다. ‘해피뉴이어(Happy New Year)’이다. 늘 듣는 말보다 새로운 말을 들으면 기분이 새로워지고 들뜨기까지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내가 다른 인사말을 만들었다. 어려운 말이 아니고 발음하기도 쉽고 누구나 다 아는 익숙한 말이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만든 말은 ‘대박뉴이어(대박 New Year)’였다. 만나는 이웃들에게, 휴대 전화에 입력된 지인들에게 일일이 ‘대박뉴이어’라고 새해 인사를 건넸다. 개중에는 ‘고맙습니다’, ‘미투’, ‘해피뉴이어’ 등으로 답을 주기도 한다.
그 답 가운데 한 글자만 덧붙였을 뿐인데 마음은 갑절 아니, 갑절에 갑절로 주신 지인이 있다. ‘대대박뉴이어’란다. 바로 중학교 다닐 때 나와 어머니(껌딱지처럼 늘 같이 다녔으니)를 특별히 더 좋아하셨던 성이자 국어 선생님이다. 지금은 정년 퇴임하신 걸로 안다.
‘꼭 이렇게 국어 선생님 표를 내는구먼!’
우리 말에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잖은가.
내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대박뉴이어’라고 했더니, 성이자 선생님이 ‘대대박뉴이어’라고 해 나의 창의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별 것 아닌데 자만할 수 있었던 뛰는 놈 밖에 안 되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 주신 나는 사람, 성이자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리고 지나간 것에 연연해 하지 말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두에게 평화를 빌어본다.
“대대박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