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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니다

외할매와 만 원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01.15|조회수123 목록 댓글 1

 

 

 

오랜만에 공원에서 나는 산책을 한다. 누구와 맞춰 걸어야 하지 않아서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을 수 있어 마냥 좋다. 올 때마다 보는 광경이 있다. 햇빛이 드는 벤취에 앉아서 햇볕을 쬐며 건강히 오래 살고 싶어하는 할머니 몇 분이 보인다. 유난히 나를 더 예뻐하고 챙겨주셨던 20여 년 전에 별이 되신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나에게는 할머니를 볼 수 없었다. 할머니는 아버지 학창 시절에 일찍이 별이 되어서 할아버지와만 지냈다. 그래서 외할머니를 더 좋아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하게 되었을 때, 외할머니는 다친 손녀가 안쓰럽고 고생하는 딸(어머니)이 안돼 보였을 터이다. 촌에 외할머니 뵈러 가면 늘 만 원짜리 한 장을 내게 직접 주시거나 몰래 어머니께 주면서 말했다고 한다.

“큰 거는 아이지만, 지민이 줘레이.”

어머니께 그 귀하디귀한 만 원을 서너 번 받은 건 기억하지만, 그 외는 어머니가 모두 가로챘지 싶다. 그게 어떤 만 원 짜린데……. 그래도 가로챈 만 원으로 시장에서 식료품비에 할애했지 다른 데 썼겠나 생각되어 어머니의 범행을(?) 용서한다.

“전화번호도 몰라서 전화도 못하는 할마시가 저런 거 챙기는 거 보면 글자 아는 우리보다 더 낫데이!”

하고 어머니가 늘 말씀하셨다.

어머니와 내가 승용차를 타고 촌에 가면 외할머니가 나와서는 어머니에게 딱 이르셨다.

야이야, 차 트렁크 열어놔레이!“

하고는 할머니가 텃밭에서 키운 상추, 고추, 부추 등 고만고만한 나물 서너 가지를 넣어주셨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라도 별이 되어 저 위에 계신 외할머니한테 당당히 말하는 내가 되었다.

“할매! 거기는 아픈 것도, 힘든 것도 없고 얼마나 편안하고 좋제? 내가 할매 뵈러 갈 때마다 할매가 준 만 원 먹고 나도 이래 마이 컸데이. 내가 이만큼 된 게 할매 만 원짜리 덕분이데이. 고맙데이!”

“하느님! 최갑득 외할머니가 하느님 나라에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외할머니가 내 손에 꼬옥 쥐어주던 ‘만 원’이 더 생각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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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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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민환 | 작성시간 23.12.01 외할머니께서 인정이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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