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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아니, 속깊은 아버지 -이지민-[감동은 무료임당!]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01.22|조회수173 목록 댓글 3

 

 

내가 아주 좋아하는 팥찰떡이랑 어묵 국물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다. 아버지와 둘이서 쇼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본다. 아버지는 어째 어제도 정치, 오늘도 정치, 아마 내일도 정치일 거다. 고놈의 정치는 답이 ‘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돈 많고 명예만 찾아대는 윗사람들의 명예 시장 놀음 아니던가! 정치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국민들이 맘 놓고 살 수 있기 위한 것이거늘…….

리모컨이 아버지 옆에 있어서 아버지에게 리모컨 좀 달라고 한다. 불호령이 떨어질 줄 뻔히 다 알면서 내가 쓸데없는 용기가 많은 탓이다. 당연히 내가 일어서서 가지고 와야 하건만, 미운털 박히려고 애교 쬐금 보태 코맹맹이 소리로 얘기해본다.

“사랑하는 아부지! 옆에 있는 리모컨 좀 주실래예?”

그 반응을 미리 짐작하였지만 들은 체도 않는 참으로 무정(無情)한 아버지다. 참 바른 길만을 걷는 아버지인 걸 모르는 바아니오나 몸이 불편한 딸이 부탁하는데, 살짝이 지는 척 하고 주면은 어떻노! 오히려 몸이 불편한 나에게는 더 ‘스스로 자(自)’를 외쳐대시니 아버지가 죽도록 밉다. 행여 내 진짜 아버지가 맞나 싶기도 하다. 오히려 내개 몸이 불편하기에 남에게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셨기 때문일까? 뭐든지 내가 몸을 움직여 하기를…….

 

 

어릴 때부터 우리 집 삼남매 가운데 내가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었다. 빠른 머리 회전이고, 꼼꼼한 성격이며, 오똑한 콧날에 큰 부처님 귀에 확 트인 널찍한 이마 등 얼굴도 판박이였다.

그래서 나를 가장 미더워했었다. 그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늘 나를 더 생각했던 게다.

태생이 경상도 남자 장남인데다, 공직에 30여 년 계셔서 겉으로 표현을 잘 못 하셨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불의의 교통 사고로 죽었을 때도 실은 의사가 아니라, 아버지가 살려주셨다. 어머니가 얘기한 바에 따르면, 당시 국세청에 다닌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퇴근하고 바로 병원에 매일 와서는 소고기볶읍 만들어 오라고 어머니께 말하곤 했다며 그래서 그 아버지 사랑 가득 담긴 소고기 먹고 살아서 일어난 거라고……. 당시 다른 환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삶이 힘들어 생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데 아버지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렇게 하시니 간호사들이 감탄하며 놀라자빠지기도 하였다고 한다.

살아나기는커녕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기는 택도 없다던 의학과 세상의 얕디얇은 진리(眞理)를 뒤엎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기적적으로 55일 만에 환생(還生)하여 삐뚤삐뚤거리지만 내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글까지 쓰는 ‘작가’라는 창의적인 예술 활동까지 하고 있다.

이는 ‘아버지의 남다른 사랑’이라고 밖에는 더 말할 여지가 없지 않는가.

 

 

겉으로 보이는, 드러나는 장밋빛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급할 때 몸과 마음을 바치는 지극한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

‘딸’은 아무나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옆에 있는 리모컨도 건네주지 않는 무정한 아버지가 결단코 아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깊디깊은 사랑을 남몰래 표현하는 멋쟁이 아버지십니다. 당신은.

“이 불효한 딸을 용서해 주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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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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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pine1215 | 작성시간 22.01.22 행복한 주말 오후 되세요~^^
  • 작성자하늘바래기 | 작성시간 22.01.23 힘 내세요!
    당신 옆에는 전능하신 하느님이 계시니까요.
    화이팅~!!
  • 답댓글 작성자2천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5 맞네맞아! 고맙습니다.사랑해용^^ 힘을 얻고 갑니당^^ 이정도면 저 오늘 대박맞은 거 맞지요?이뿐 님도 대대박 나숑^^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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