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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니다

네 군데서 물이 쑝숑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05.05|조회수71 목록 댓글 1

 

 

주말이 오기를 손가락 꼽으며 기다리지만 요즘은 가끔 두렵기도 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연과의 동행이 필요하다며 아버지가 산행을 가자고 한다.

지난 번에 눈이 오신 뒤라 눈길을 걷느라 혼났었다. 그래서 안 가겠다고 발뺌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나 이렇게 우리 ‘동방삼총사’는 어데를 가면 함께 가야 하니 안 가겠다고 꽁무니 쳐본들 소용이 없다. 이 좋은 주말에 괜한 일로 진만 뺀다.

밖에 나가보니 어제보다 조금 더 춥긴 해도 날씨는 대관절 왜 그리 좋은 건지……. 하늘도 나를 외면한 겐가. 날씨라도 시원찮으면 날씨 핑계라도 댈 터인데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시면 나는 고스란히 완패를 인정해야만 한다.

청도 운문사로 간다. 거의 평지이고 맑은 공기와 푸른 산과 나무로 눈을 시원하게 하고 푸근하고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자주 간다.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아직 초반인데 땀을 내리받는다. 거기다가 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 심호흡을 한 번 했다 하면 안경에 서리가 끼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벼루어 벼루어 한 번 섰다 하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 눈에서 나는 눈물, 코에서 콧물, 안경에 낀 서리를 닦아야 한다. 그러니 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좀 번거럽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한긍정하는 이지민’ 아니던가? ‘고놈에 긍정은 이럴 때 써무야지 언제 써묵노!’ 하며 이름값하는 나다. 혹여 남들은 한 군데만 아니, 안 닦아도 될 테지만 나는 두 군데도, 세 군데도 아닌 네 군데를 닦아줘야 한다고 분노하거나 짜증낼 필요는 없다. 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이렇게 팔팔하게 살아있다는 거 아닐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부족하다면 남들보다 더 노력하여 채우면 되겠고 앞서간다면 속도를 조금 늦추어 이해와 관용으로 같이 가는 아량을 베풀면 될 터이다.

아침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막 화풀이 했던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하늘이여!”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참 뻔뻔하기는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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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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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민환 | 작성시간 23.12.01 그래요,
    매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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