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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4년 2월 9일 연중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4.02.08|조회수412 목록 댓글 11

제1독서
▥ 열왕기 상권의 말씀 11,29-32; 12,19

 

29 그때에 예로보암이 예루살렘에서 나가다가 실로 사람 아히야 예언자를 길에서 만났다.
그 예언자는 새 옷을 입고 있었다.
들에는 그들 둘뿐이었는데,
30 아히야는 자기가 입고 있던 새 옷을 움켜쥐고 열두 조각으로 찢으면서,
31 예로보암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열 조각을 그대가 가지시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이제 내가 솔로몬의 손에서 이 나라를 찢어 내어 너에게 열 지파를 주겠다.
32 그러나 한 지파만은 나의 종 다윗을 생각하여, 그리고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에서 내가 뽑은 예루살렘 도성을 생각하여 그에게 남겨 두겠다.’”
12,19 이렇게 이스라엘은 다윗 집안에 반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복음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에파타!(열려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방인 지역인 티로와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지역을 지나 다시 갈릴래아로 오셨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습니다.(마르 7,31)

사실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교는 혼자 깨달음에 이르는 종교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그 ‘말씀’에 따라 사는 종교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귀’와 ‘입’은 신앙을 형성하는 조건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귀먹은 이’란 단지는 듣지 못하는 이가 아니라, 곧 귀가 있어도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입니다. 

또한 ‘말 더듬는 이’란 입이 있어도 혀가 굳어져 말씀을 삼키지 않는 이입니다. 

 

그러니 ‘귀먹고 말 더듬는다’는 것은 소통과 통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곧 친교를 나누지 않음이요, 단절과 분리요, 자신을 내어주지 않고 사랑하기를 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친교를 나누지 않고 사랑하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그것은 닫혀있는 까닭일 것입니다. 

귀와 입이 닫혀있어 말씀이 드나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막혀 있어서 흘러들고 흘러나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완고하여 고집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사실 우리도 귀 막고 입 막고 사는 귀머거리요, 벙어리임에 틀림없습니다.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바로 귀머거리요, 타인을 칭찬하지 않을 때가 바로 벙어리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우리는 귀머거리요,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때 우리는 벙어리입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을 때 우리는 귀머거리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하고 싶지 않는 말은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벙어리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따로 데리고 나가십니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을 따로 광야로 불러내듯, 여인을 광야로 불러내어 사랑을 속삭여주듯(호세 2,16-25 참조),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시어, 당신 손가락을 우리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우리의 혀에 손을 대십니다.' (마르 7,33)

 

그리고 빵 다섯 개로 5천명을 먹이셨을 때처럼, '하늘을 우러러' 아버지의 뜻에 의탁하여 ‘숨을 내쉬어’ 당신의 영을 불어넣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에파타!(열려라)”

(마르 7,34)

바로 그 순간, 저희는 그분 손가락을 통하여 만질 수 없는 신성을 만집니다.

곧바로 묶였던 ‘혀’가 풀리고 닫혔던 ‘귀’의 문이 열립니다.

 

마치 아담이 말을 배우지 않고도 곧바로 말을 하게 해 주셨던 것처럼(창세 1,27-28;2,20), 힘들게 배워야 하는 말을 배우지도 않고도 말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당신 말씀을 듣도록 ‘듣는 귀’를 열어 당신 말씀을 심으십니다.

당신 손가락으로 혀를 도유하여 영을 불어넣으십니다.

 

그리고 이로써 “귀머거리는 귀가 얼리리라. ~ 벙어리도 혀가 풀려 노래하리라.”(이사 35,5-6)는 이사야의 예언을 저희에게서 이루시고, 메시아 시대가 왔음을 알리십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을 도유하십니다. 

저희 귀를 열어주시어 당신 말씀을 담아주시고, 혀로 그 아름다운 향기를 맛보게 하십니다.

하오니, 주님! 

오늘 저희가 당신 말씀의 향기를 뿜게 하소서! 
당신 영으로 도유된 진리의 말씀을 살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에파타!(열려라)”

(마르 7,34)

 

주님,

저는 귀 막고 입 막고 사는 귀머거리요, 벙어리입니다.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바로 귀머거리요, 타인을 칭찬하지 않을 때가 바로 벙어리입니다.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귀머거리요, 당신께 감사드리지 않을 때 벙어리입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을 때 귀머거리요,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하고 싶지 않는 말은 하지 않을 때 벙어리입니다.

주님,

저의 영혼을 도유하소서.

당신의 영을 불어넣으시어 저의 귀와 입을 열어주소서.

저희 귀에 당신 말씀을 담아주시고, 저의 혀로 그 아름다운 향기를 맛보게 하소서.

오늘 제가 당신 말씀의 향기를 뿜게 하시고, 당신 영으로 도유된 진리의 말씀을 살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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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4.02.09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4.02.09 아멘.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4.02.09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24.02.09 아멘. 감사합니다 ~🙏💒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4.02.09 아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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