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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4년 3월 5일 사순 제3주간 화요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4.03.05|조회수526 목록 댓글 11

제1독서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 3,25.34-43


그 무렵 

25 아자르야는 불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입을 열어 이렇게 기도하였다.
34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시어 저희를 끝까지 저버리지 마시고 당신의 계약을 폐기하지 마소서.
35 당신의 벗 아브라함, 당신의 종 이사악, 당신의 거룩한 사람 이스라엘을 보시어 저희에게서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마소서.
36 당신께서는 그들의 자손들을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37 주님, 저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저희의 죄 때문에 저희는 오늘 온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백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38 지금 저희에게는 제후도 예언자도 지도자도 없고 번제물도 희생 제물도 예물도 분향도 없으며 당신께 제물을 바쳐 자비를 얻을 곳도 없습니다.
39 그렇지만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어 저희를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 주소서.
40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소서.
정녕 당신을 신뢰하는 이들은 수치를 당하지 않습니다.
41 이제 저희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을 경외하고 당신의 얼굴을 찾으렵니다.
저희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 주소서.
42 당신의 호의에 따라,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희를 대해 주소서.
43 당신의 놀라운 업적에 따라 저희를 구하시어 주님,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복음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18,21-35

 

21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22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23 그러므로 하늘 나라는 자기 종들과 셈을 하려는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24 임금이 셈을 하기 시작하자 만 탈렌트를 빚진 사람 하나가 끌려왔다.
25 그런데 그가 빚을 갚을 길이 없으므로, 주인은 그 종에게 자신과 아내와 자식과 그 밖에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갚으라고 명령하였다.
26 그러자 그 종이 엎드려 절하며, ‘제발 참아 주십시오. 제가 다 갚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7 그 종의 주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그를 놓아주고 부채도 탕감해 주었다.
28 그런데 그 종이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을 빚진 동료 하나를 만났다.
그러자 그를 붙들어 멱살을 잡고 ‘빚진 것을 갚아라.’ 하고 말하였다.
29 그의 동료는 엎드려서, ‘제발 참아 주게. 내가 갚겠네.’ 하고 청하였다.
30 그러나 그는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서 그 동료가 빚진 것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었다.
31 동료들이 그렇게 벌어진 일을 보고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주인에게 가서 그 일을 죄다 일렀다.
32 그러자 주인이 그 종을 불러들여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33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34 그러고 나서 화가 난 주인은 그를 고문 형리에게 넘겨 빚진 것을 다 갚게 하였다.
35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너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할 것이 아니냐?”>


‘사순시기’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는 '의로움'입니다.

곧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 맺음'입니다.

그리고 그 한편에는 '회개'가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용서'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용서'입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제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마태 18,21)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마태 18,22)고 말씀하시고,  ‘많은 빚을 탕감 받고도 작은 빚을 탕감하지 않은 악한 종’에 대한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이 비유에는 대조적인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한편에는 ‘조금만 참아달라는’ 종의 간청에 대해, 단지 참아 주는 것을 넘어서 청하지도 않은 빚을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먼저’ 탕감해주는 ‘자비로운 왕’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동료의 간청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동료를 끌고 가서 빚진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버리는 ‘무자비한 종’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 앞에서 빚진 자라는 사실입니다.

죄에 있어 빚진 자이고, 사랑에 있어 채무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깊이 명심해야 할 사실은 우리가 이미 그 빚을 탕감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곧 용서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용서'의 특성을 세 가지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용서하되 끝까지 용서하라'는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표현됩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22)

몇 번 용서해보고 그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미처 받아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그렇게 죽기까지 우리를 용서하셨습니다. 

둘째, '용서하되 ‘먼저’ 용서하라'는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표현됩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마태 18,33)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잘못을 고백하기도 전에, 아니 잘못했노라고 인정하기도 전에, 아니 용서를 청하기도 전에, 당신께서는 ‘먼저’ 우리를 용서하신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가 사랑하기도 전에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우리가 구원을 청하기도 전에 ‘먼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우리는 그 자비를 이미 입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용서해야 할 궁극적인 이유는 ‘먼저’ 우리가 용서를 통해 구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바로 그 용서를 통해 타인을 구원으로 인도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셋째, '용서하되 진심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표현됩니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마태 18,35)

‘진심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마음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

원망도 원한도 없는, 분노도 미움도 보복도 없는, 오직 사랑만으로 하는 용서 말입니다. 

결국 '용서'란 오늘 복음에서 왕이 빚진 종을 가엾이 여겨 빚을 탕감해주고 놓아 보내는 것(마태 18,26)으로 드러납니다.

 

이는 '용서'란 곧 '자비'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용서에 힘입어 구원을 받았기에, 이제 우리 역시 이웃과 형제들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풀라는 말씀입니다.

곧 이 은혜로운 사순시기에 우리가 할 일은 바로 이 용서와 자비인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마태 18,33)

 

<오늘의 말·샘 기도>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22)

 

주님!

이제는 더 큰 사랑으로 용서하겠습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끝까지 용서하셨으니

용서할 뿐만 아니라 더 큰 선으로 사랑하고, 그가 잘 되도록 기도합니다.

먼저 용서하고 용서에 사랑을 더하고,

아무리 꺾이어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으신 주님처럼,

저 역시 당신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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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4.03.0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4.03.05 Amen.
  • 작성자일라이 | 작성시간 24.03.0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아낄래요 | 작성시간 24.03.05 오늘도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4.03.07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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