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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4년 4월 3일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4.04.02|조회수510 목록 댓글 12

제1독서
▥ 사도행전의 말씀 3,1-10

 

그 무렵

1 베드로와 요한이 오후 세 시 기도 시간에 성전으로 올라가는데,
2 모태에서부터 불구자였던 사람 하나가 들려 왔다.
성전에 들어가는 이들에게 자선을 청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그를 날마다 ‘아름다운 문’이라고 하는 성전 문 곁에 들어다 놓았던 것이다.
3 그가 성전에 들어가려는 베드로와 요한을 보고 자선을 청하였다.
4 베드로는 요한과 함께 그를 유심히 바라보고 나서, “우리를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5 그가 무엇인가를 얻으리라고 기대하며 그들을 쳐다보는데,
6 베드로가 말하였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7 그러면서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자 그가 즉시 발과 발목이 튼튼해져서
8 벌떡 일어나 걸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다.
9 온 백성은 그가 걷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는 것을 보고,
10 또 그가 성전의 ‘아름다운 문’ 곁에 앉아 자선을 청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일어난 일로 경탄하고 경악하였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아마 우리 모두는 실망과 절망에 빠져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가던 길을 중단해버릴 만큼 희망이 꺾인 적도 있을 것입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버릴 만큼 믿었던 바가 의혹과 불신으로 바뀌어버린 적도 있을 겁니다.

 

오늘 복음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과 예수님께서 동행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루카 24,16)

그들은 자신들의 희망과 믿음이 무너졌고 절망하고 슬픔에 빠져, 예수님께서 함께 걸으시는데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그들의 희망과 믿음이 변화되고, 깊어지고, 정화 받아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십니다.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루카 24,17) 

“무슨 일이냐?”

(루카 24,19)

그들은 먼저 그분에게서 일어난 일이 무슨 일인지를 깨달아야 했습니다. 

사실 실망과 절망에 빠질 때가 가장 위기의 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기회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실망하고 절망에 빠지고 슬퍼질 때, 바로 그때가 우리의 희망을 내려놓아야 하고, 우리의 믿음을 내려놓아야 할 때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과 믿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희망과 믿음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바로 이때가 우리의 뜻과 생각이 변해야 할 때입니다.

바로 이때가 우리의 눈이 가려져 있음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믿음의 눈이 열려야 할 때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요한 20,25)

그렇습니다. 

알아야 할 바를 제대로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믿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세와 모든 예언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성경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설명해주시고,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리스도께서 '빵을 떼실 때에'(루카 24,35) 그분을 알아보게 됩니다.

‘떼어내다’는 ‘분리하다’, ‘파괴하다’, 글자 그대로는 ‘으스러뜨리다’라는 의미의 동사입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의 눈, 곧 신비를 보는 눈은 ‘떼어냄’, ‘부수어짐’, ‘으스러뜨림’에서 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바오로 사도는 말한 그분 안에 숨겨져 있는 우리의 생명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 
~ 우리의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는 까닭입니다.”

(콜로 3,1-3)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우리의 생명을 부술 때 우리 안에 숨겨져 있는 하느님의 생명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실 종교적 진술은 일차적으로 정보(information)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변혁(transformation)을 위한 것임을 알아들어야 할 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한계 안에 매달리는 대신 그 너머를 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루카 24,31)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보는 믿음의 눈이 열리는 세 과정을 봅니다.

곧 우리의 생각이 열리게 되고(open mind), 가슴이 열리게 되고(open heart), 우리의 뜻이 바뀌게 되는(open will) 과정입니다.

곧 말씀에 대한 개방과 말씀의 수용과 말씀으로 말미암은 변형입니다.

 

말씀을 듣고서 깨달아 알아듣고, 알아들은 바를 마음으로 받아들여 믿으며, 믿는 바를 그분의 뜻에 따라 실현함으로서 변화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외적인 눈이 열리고, 속눈이 열리고, 영의 눈이 열리고, 마침내 그분을 뵙게 되는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루카 24,16)

 

주님!

곁에 함께 걸으시건만, 당신을 알아 뵙지 못한 저를 용서하소서!

길동무가 되어 주시건만, 곁에 없는 것처럼 무시하였음을 용서하소서!

뼈 속 깊이 계시고, 입술에 가까이 계시고, 발등에 등불이신 당신을 알게 하소서.

제 안에서 숨 쉬시며, 함께 걸으시는 당신을 알아보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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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4.04.03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4.04.03 아멘! 언제나 함께 해 주시며 삶을 이끌어 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충주 헬레나 | 작성시간 24.04.03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아낄래요 | 작성시간 24.04.03 오늘도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작성자rejina | 작성시간 24.04.03 아멘!
    매일 읽고 또 읽고
    가슴으로
    행동으로 변화 되도록 노력합니다.
    신부님께 감사드리고
    옮겨주시는 푸른잎새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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