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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열 신부 강론

살아 있을 때 배우자에게 잘하세요./김웅열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작성자하늘호수♡마리아|작성시간22.12.05|조회수260 목록 댓글 2

◼루카 20,27-38

+찬미 예수님

주님의 이름으로 평화를 빕니다.

오늘 한 6년 만에 운영자 미사를 라틴어로 봉헌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유튜브 댓글에 신부님은 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언급을 안 하시냐 물었어요.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언급하라는 건지, 내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위로를 받고 싶으신 건지.

세월호 참사 때도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제가 한 이틀을 밥을 못 먹었어요.

이번에도 사실은 한 이틀 이상은 거의 밥을 먹어도 먹는 게 아니고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이태원 압사의 원인을 현상학적으로만 보면 그냥 사람이 많이 모여 밀려 죽은 것이죠.

원인과 결과가 분명히 있겠죠.

또 책임자도 있어 벌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TV로 세월호가 막 잠기는 모습을 볼 때 어떤 환시를 보았는가 하면요.

참 그때 무서웠어요. 시커먼 마귀가 배를 누르는 걸 봤어요.

그때 보고 너무 깜짝 놀라고 구마기도를 텔레비전을 보고 했어요.

이번 이태원 참사는 실시간 현장을 못 보았고, 나중에 CCTV 등에 찍힌 것을 유튜브로 보면서

세월호 때와 똑같은 그런 어둠을 봤어요.

이번에는 좁은 울타리로 마귀가 사람을 몰아서 가둬두는 모습,

마치 저녁에 소 떼를 울타리 안에 마구 몰아서 집어넣는 것 모습이었어요.

또 뒤에서 미는 모습, 이런 것이 환시로 보여 너무 큰 충격이었죠.

그래서 나는 그거를 보면서 지금 우리 소위 세계 7대 선진국 안에 들어가는 이 나라에,

어떻게 보면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가.

물론 공무원이 잘못했다, 애들이 잘못으로 죽은 것인데 국가 애도까지 해야 하느냐 등 많은 의견이 있지만,

만일 그것이 자기 자식이라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저는 한평생을 어둠과 싸워왔던 사제로 좀 다르게 보여요.

세월호 때는 분명히 그 마귀를 봤어요.

마귀가 쇳덩어리 배를 위에서 내리 짓눌러 뽀글뽀글하면서 배가 빠지는 모습을 보았고, 이

번에는 마귀가 막 몰아 사람을 그 좁은 골목에 넣는 것을 보았어요.

내가 볼 때는 인간이 만든 현상은 아니라고 봐요.

어둠입니다.

여러분들 사실 할로윈(Halloween) 데이는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전야제예요

가톨릭에서 나온 축제로 만왕절, 만성절이라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죽었어요.

정말 우리나라가 얼마나 어둠에 싸여있는 나라인가 여실히 드러나죠.

내가 언젠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유튜브를 보다가 참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뭐냐? 미국의 유명한 리서치 기관에서 미래학자들에게 전 세계에서 소멸하기 제일 쉬운 나라를 조사시켰어요.

1위가 대한민국이었어요.

그 원인은 북한이 옆에 있어서가 아니라, 애들이 없어서예요.

젊은이들이 자식을 안 낳아요.

애들이 없으니 군대도 없어져 버릴 것이고요.

국가 자체가 없어지기 쉬운 1순위가 한국이래요.

미국이 아니고, 영국이 아니고, 이탈리아도 아니고, 로마 바티칸이 아니고요.

사실 주변을 보면 시집 장가 안 가는 사람이 너무 많고, 또 가더라도 애를 안 낳는 사람도 너무 많아요.

또 낙태율 1위, 자살률 1위, 노인 행복 만족도 꼴찌에서 1위.

아무튼 저는 그때 환시를 보면서 이 나라가 얼마나 지금 어둠에 사로잡혀 있는가.

정말 깨어 기도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사두가이파가 예수님에게 시비를 거는데, 무슨 이야기죠?

남편이랑 살다가 남편이 죽었어. 그러면 유대법은 뭐냐?

형이 자식을 못 만들고 죽었으면 그 동생들이 형수랑 같이 살아서 자식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둘째도 자식 없이 죽고, 셋째도 자식이 없이 죽고, 형제 일곱이 모두 한 여자를 데리고 살았어.

이런 개족보가 어디 있어요?

그런데 아주 극단적인 표현을 쓴 것이지만 유대법은 실제로 그래요.

여하튼 묻죠.

‘그럼 나중에 부활하면 도대체 그 여자는 누구 아내로 사나요?’

예수님이 꼼짝없이 대답 못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뭐라 하시죠?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간다. 그러나 저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십니다.

그러니 누구 부인이 될 것이냐를 걱정하지 말라 이겁니다.

 

여러분은 이 말씀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이는 죽어서도 웬수같은 남편과 같이 살면 어쩌나 했는데 참 다행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죽어서도 아내와 같이 살고 싶은데 너무 서운하다는 분도 계시죠.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여러 가지예요.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처음에는 ‘정말 억울하다. 평생 성가정 이루는 방법에 대해 피정하고 다녔는데,

죽어서 장가가면 실습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아, 부질없는 생각이지. 부활한 후에는 육체도 없고 영의 상태인데 그런 생각조차가 안 들 것이다.’

그렇죠?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생(生)과 사(死)이죠.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생(生)에 대해서는 한평생 신경을 써요.

그리고 사(死)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외면하죠.

‘저것은 내 일 아니야. 난 안 죽어.’ 정면으로 보려 하지 않고 피해 가요.

 

부활한 후에는 향주 삼덕 가운데 두 개는 없어지고 하나만 남아요.

신덕, 망덕, 애덕 중 신덕 망덕은 없어지고 애덕, 하느님에 대한 사랑만 남아요.

신덕의 핵심은 순명, 망덕의 핵심은 기쁨이라고 했죠.

부활한 후에는 망덕을 안 가져도 그냥 기뻐요.

그리고 순명 그런 개념 자체가 없어져요.

하지만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계속 남는다는 거죠.

줄여서 얘기하면 모든 욕심은 사라지고 애덕만 남아요.

 

우리는 죽고 난 다음 세상을 꽃밭이 있고, 시냇물이 흐르고, 감곡 사제관에 있는 것보다 더 멋있고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고,

연못도 있고, 그냥 머릿속에 아름답게 그리죠.

하지만, 죽은 후의 세상이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지만 분명히 고통은 없는 곳이에요.

‘시집가는 일도 없고 장가가는 일도 없다.’

 

분명히 죽음도 인생의 한 부분이에요.

맞죠.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거예요.

문을 하나 열고 들어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믿는 이들은 문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에 죽음 앞에서 당당하지만, 이방인들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거죠.

11월은 위령 성월입니다.

말 그대로 11월은 사말(四末)에 대하여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사말은 인간이 마지막에 부딪히는 네 가지의 문제를 말합니다.

네 가지의 문제, 죽음, 심판, 천국과 지옥이 사말입니다.

죽음이 가까이 올수록 우리는 네 가지를 골똘히 생각하게 돼요.

첫 번째로 ‘내가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내가 죽을 때 무엇을 남기고, 또 어떤 모습으로 죽어야 할 것인가?’

죽음에 대한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다음에 ‘과연 내가 그분 심판대 앞에 섰을 때 얼굴을 들 수 있을까, 그분이 나에게 물어보실 말이 뭘까’

이런 심판 때의 내 모습을 자꾸 생각하는 게 두 번째,

그리고 난 다음에 천국으로 갈 것이냐 지옥으로 갈 것이냐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을이 되면 괜히 센티 해지고 우울해지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저절로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들, 단풍이라고 하는 게 뭐죠? 죽음이에요.

죽기 직전에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단풍 다음에는 이제 낙엽이 되어 떨어지잖아요.

그리고 그 낙엽은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지요.

그렇지만 나무가 죽은 것은 아니에요.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 수 있을까?’ ‘내 곁을 떠난 사랑하던 사람은 어디에 가 있을까?’

이런 문제들, 동양에서는 어디 황천 간다고 하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배를 타고 저 나라 간다고 했죠.

희랍인들은 시체에 돈을 한 닢 넣어주면서 노잣돈에 쓰라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랬었죠.

 

이렇게 세상에 많은 종교는 내세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죠.

고통과 괴로움이 없는 곳!

이것이 인류 역사상 모든 종교가 생각하는 내세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에요.

이 세상은 사실은 어떨 때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어요.

365일 기쁘게만 살아 쉽지 않거든요.

생각하지도 않았던 많은 것들의 공격을 받죠.

내 몸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갔더니 내려진 진단, 또 진단받기 전까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들.

또 살아가면서 좋았던 추억들이 자꾸 없어져, 기억 상실, 무섭죠.

나는 모르는데 저 사람이 나를 아는 척해요.

 

우리 크리스천들은 부활 신앙 교리를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부활 신앙을 믿지 않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서 충격이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두가이파처럼 부활을 믿지 않고

지금 여기서 잘 먹고 잘사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신앙인들 가운데 많다는 얘기입니다.

소위 기복 종교 주의는 기회주의로 연결이 돼요.

사두가이파들은 세상은 없다고 믿는 그런 파였기 때문에, 이 세상만 잘 살면 된다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원수의 나라인 로마에 빌붙어서 아부하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특권을 누리고 있었던 기회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두가이파들은 다 부자들이었어요.

‘매국노 소리? 아 상관없어! 죽어서 지옥 가봤냐, 지옥이 어딨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면 된다는 우리나라 말 있죠.

이 말이 정말 위험한 말이에요.

이 말보다 막가는 말은 없어요.

수단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을 죽여서라도 내가 차지하면 된다는 거죠.

이건 전부 기회주의자들의 소리죠.

예수님이 그런 사두가이파들을 오늘 만난 거예요.

그들은 오늘 예수님을 코너에 몰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 거죠.

 

사두가이파들이 볼 때 예수님의 가르침은 아주 가소로웠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라는 말은 사두가이파들이 들을 때 말이 안 되는 얘기였죠.

어떻게 가난한 사람이 행복해? 불쌍한 거지.

그런데 예수님이 자꾸만 진복 팔단 산상 설교에서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다.’

‘오리 가지는 사람한테 십 리 가줘라.’ ‘원수를 사랑하라.’

이러니 사두가이파가 볼 때는 예수님은 궤변론자였죠.

그리고 예수님께 부활은 허무맹랑한 것이니 웃기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

여러분들, 만일 내세가 없고 심판이 없고 부활이 없다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까 얘기한 대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사는 사람들로 꽉 차 있을 거예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설쳐대며 사는 사람들이 축복받은 사람의 표본이 될 겁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는 않죠.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는 것은 부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쥐고 골고다를 올라간다는 것도 부활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죠

 

오늘 제1독서에 돼지고기를 억지로 먹이려는 희랍인들에게 맞서서 혀가 뽑히고 손이 잘리면서도

율법에 어긋나는 것을 안 했던 것은 바로 부활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에요.

라우렌시오(로렌조)성인은 석쇠에 몸이 묶여 시뻘건 불 위에 꽁치처럼 올려졌어요.

등이 막 지글지글 타고 있었죠.

예수님 배반해라 했더니, 로렌조 성인은 신음 한번 내지 않고 ‘이미 뒤는 다 익었으니까 뒤집어주세요.’라고 했다죠.

인간은 못 해요.

하지만 하느님이 함께하면 그보다 더한 고문도 우리 선배들은 이겨내고 살았잖아요.

‘너희가 내 몸을 태울 수 있어도 부활에 대한 내 마음은 못 태운다.’

이것이 로렌조 성인의 마지막 말씀이었어요.

 

부활은 죽어서만 되는 것이 아니죠. 오늘 회개하면 나는 부활하는 겁니다.

부활은 죽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용서 청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맞아주면 바로 부활시켜주는 겁니다.

말씀과 성체로 오늘 우리를 부활시켜주시는 예수님께 찬미 드립시다.

걱정거리가 늘 나를 힘들게 하지만 기도하면서 희망과 기쁨을 갖는 것이 부활하는 것임을 믿습니다.

매일매일 입을 다스리면서 침묵 가운데 분별을 청하는 것 역시 부활하는 거라는 걸 믿으면서 미사를 봉헌합시다.

 

♣2022년 연중 제32주일 (11/06) 김웅열(느티나무)신부님 강론

http://cafe.daum.net/thomas0714 (주님의 느티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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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2.12.05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안나쌤 | 작성시간 22.12.0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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