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정인준 신부 강론

12월 21일 대림 제3주간 목요일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12.21|조회수80 목록 댓글 3
The Visitation, Juan Correa De Vivar-1539 † 1552, The Museum Del Prado 

12월 21일 대림 제3주간 목요일

 

제1독서

<보셔요, 내 연인이 산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 아가의 말씀입니다. 2,8-14<또는 스바 3,14-18ㄱ>
8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9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 같답니다. 보셔요,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여다본답니다.
10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1 자,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 12 땅에는 꽃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의 계절이 다가왔다오. 우리 땅에서는 멧비둘기 소리가 들려온다오. 13 무화과나무는 이른 열매를 맺어 가고, 포도나무 꽃송이들은 향기를 내뿜는다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4 바위틈에 있는 나의 비둘기, 벼랑 속에 있는 나의 비둘기여! 그대의 모습을 보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그대의 모습은 어여쁘다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9-45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이 세상에서 뜻대로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만남’이라고 합니다.

 

우선 부부의 만남도 어떤 우연의 기회인 것 같지만 필연이라는 틀에 가게 되어 있고

자식들도 내가 낳다고 하지만 사실 그 아이와의 만남은 따지고 보며 부모가 아닌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고르고 골랐다는 직원과의 만남도 사실 지내놓고 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것이지요.

 

솔로몬의 연가라고 할 수 있는 ‘아가’도 남녀간의 만남을 주제로 하는 것입니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 문장을 보고 누가 하느님과 연결된다고 하겠어요? 사람들이 보아도 이것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래서 아가서가 성경 정경목록으로 정하는 데에는 유대인들이든 그리스도 교인이든

많은 논란을 가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세상은 남녀간의 관계에서만 사랑을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하느님 나라에서는 남녀간의 관계, 시집가고 장가가는 차원이 다른 천사와 같은

존재의 삶에 대해서 말씀하신대로 인간이 하느님과의 더 높은 차원의 사랑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은 아가서의 이 노래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사랑이라 보았고

그리스도교는 예수님과 교회의 사랑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오늘 교회의 전례에서 성모님이 유대산골 아인카림에 사는 엘리사벳을 만난 사실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나자렛에서 예루살렘까지의 거리가 어림잡아 146km이고 다시 예루살렘에서 아인카렘까지

약 8km의 거리로 친다면 150km 이상의 거리로 성모님은 임신한 여인의 몸으로는 사실 먼

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복음은 성모님께서 그 먼 거리를 어떻게 가셨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여인이기에 동행이 있어야 하고 도보보다는 나귀라도 타고 가셨으리라 추측을 할 뿐입니다.

 

‘성모님께서 왜 그 먼 거리를 여행하셨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답은 성모님께서도 한 여인의 몸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믿지 못할

현실에 답답하였을 것입니다.

 

성모님은 나자렛에서 가브리엘이 자신을 방문했을 때,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다,f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6-37)라는 말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싶었을 것입니다.

 

남자를 모르는 한 아가씨가 이유야 어떻든 임신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약혼자 요셉에게 의심을 받아 신의를 저버리는 위기와 고통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그녀를 옥죄었을 것입니다.

 

거리가 어떻든 친척 엘리사벳을 만나 그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답을 확인하고

싶었기에 아인카렘으로 향할 용기를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만나 인사하였을 때 엘리사벳은 기쁨과 함께 큰 소리로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42-44절)라고 외칩니다.

 

마리아는 친척 엘리사벳에게서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엘리사벳의 말대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셨기에 성모님은

정녕 행복한 여인이며 주님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결과를 보고 그 전의 일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언자들이 했던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느 한 순간, 한 개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나자렛이라는 한 시골 마을이며 한적한 마리아라는 한 개인에서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일상 겪을 수 있는 일들과 시간들 사이에서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이 출발하고

진행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놀라운 순간이며 얼마나 인간적인 것인지요.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아가서에서의 연인처럼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기쁜 만남을 통해서

구원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고백이 되고 진솔한 찬미가 되게 하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되신 분이십니다.’ 

 

출처: 구름 흘러가는 원문보기   ▶ 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2.2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산숲나라 | 작성시간 23.12.21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되십니다" 아멘~♡
  • 작성자강민주(요안나) | 작성시간 23.12.21 아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