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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신부 강론

[스크랩] 7월 11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창세32,23-33)(마태9,32-38)/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07.11|조회수177 목록 댓글 4

연중 제14주간 화요일(창세32,23-33)(마태9,32-38)

제1독서

<네가 하느님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32,23-33
그 무렵 야곱은 밤에 23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을 건넜다.
24 야곱은 이렇게 그들을 이끌어 내를 건네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건네 보냈다.
25 그러나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 동이 틀 때까지 야곱과 씨름을 하였다.
26 그는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야곱의 엉덩이뼈를 쳤다.
그래서 야곱은 그와 씨름을 하다 엉덩이뼈를 다치게 되었다.
27 그가 “동이 트려고 하니 나를 놓아 다오.” 하고 말하였지만,
야곱은 “저에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놓아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8 그가 야곱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묻자, “야곱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9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30 야곱이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십시오.” 하고 여쭈었지만,
그는 “내 이름은 무엇 때문에 물어보느냐?” 하고는,
그곳에서 야곱에게 복을 내려 주었다.
31 야곱은 “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뵈었는데도
내 목숨을 건졌구나.” 하면서, 그곳의 이름을 프니엘이라 하였다.
32 야곱이 프니엘을 지날 때 해가 그의 위로 떠올랐다.
그는 엉덩이뼈 때문에 절뚝거렸다.
33 그래서 이스라엘 자손들은 오늘날까지도
짐승의 엉덩이뼈에 있는 허벅지 힘줄을 먹지 않는다.
그분께서 야곱의 허벅지 힘줄이 있는 엉덩이뼈를 치셨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32-38
그때에 32 사람들이 마귀 들려 말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33 마귀가 쫓겨나자 말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그러자 군중은 놀라워하며,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고 말하였다.
34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였다.
35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36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37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38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보는지 물으십니다.

"마귀가 쫓겨나자 말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그러자 군중은 놀라워하며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고 말하였다."(마태 9,33)
예수님께서 말못하는 이에게서 마귀를 쫓아주시자 군중이 놀라서 탄복합니다. 신체적 결핍으로 참 고통스러웠을 한 형제가 온전함을 회복한 놀라운 순간이니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지요.


그들은 이 기적에서 하느님의 권능을 입고 오신 메시아를 봅니다. 마귀를 쫓아내는 예수님의 현존을, 이제 이스라엘을 이민족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실 메시아의 도래처럼 받아들입니다. 메시아를 통해 다가온 하느님의 권능을 바로 그 현장에서 자기들의 눈으로 확인한 것이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지요.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마태 9,34)
그런데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바리사이들은 이 기적을 냉혹한 시선으로 보며 비판합니다. 선하고 복된 일에서 하느님을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귀를 떠올릴 수도 있나 봅니다. 마귀의 힘이 회복이 아닌 훼손과 파괴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일 겁니다. 군중이 기적을 베푸신 예수님을 경외의 눈으로 보았다면 바리사이들은 혐오와 비하의 시선으로 경계하는 겁니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마태 9,36)
가엾은 마음. 이것이 예수님의 시선입니다. 예수님은 그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십니다. 그분은 저마다 약하고 아프고 슬픈 사연을 짊어진 채 나름 애쓰며 살아가는 실존들이 그저 안타깝고 또 소중하십니다. "왜 그것밖에 안 돼냐? 뭐가 그리 힘들다고. 다 네가 잘못해서 그런 거지. 넌 가망이 없다. ..."는 등의 혹독한 비난은 그분의 언어가 아닙니다.       


제1독서에서는 야곱의 귀향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 무렵 야곱은 밤에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을 건넜다."(창세 32,23)
아버지의 복을 가로챈 야곱이 형 에사우의 분노를 피해 도망갔던 길을 지금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강을 건너는 이 상징적인 순간은 형제에게 해를 입히고 홀로 떠났던 죄스런 과거를 정화하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시공간입니다.


"저에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놓아 드리지 않겠습니다."(창세 32,27)
야곱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밤새 씨름을 합니다. 형 에사우를 만나는 일처럼 이 또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과정입니다. 성경 저자는 야곱과 씨름을 한 이가 하느님, 또 그분의 천사라고 해석합니다. 실제로 야곱은 목숨을 건 이 투쟁을 통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지요.


아울러 이 씨름은 야곱 자신이 내면에 스스로 거짓 우상처럼 박아둔 에사우의 허상과의 싸움일 수도 있습니다. 또 야곱 안에 짙게 드리운 비겁하고 약삭빠르고 탐욕스런 거짓말쟁이 사기꾼적 면모를 떼어내는 혹독한 작별의 싸움이기도 할 겁니다. 도망올 때는 그런그런 습성을 주렁주렁 달고 건넜을지 몰라도, (미래의 벤야민까지)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될 열두 아들을 거느리고 고향을 향하는 지금은 온전히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야곱이 프니엘을 지날 때 해가 그의 위로 떠올랐다. 그는 엉덩이뼈 때문에 절뚝거렸다."(창세 32,32)
하느님과 목숨을 건, 끈질기고 격렬한 씨름이 끝난 후, 그의 위로 "해"가 떠오릅니다. 앞으로 이스라엘에게 펼쳐질 밝고 영광스런 약속의 실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이 씨름으로 얻은 상처는 그로 하여금 자신(이스라엘)이 원래 어떤 사람(존재)이었고 어떤 과정으로 하느님의 사람(백성)이 되었는지를 제 안에 영원히 각인하는 표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사람,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말 많이들 듣지요?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회자되고요. 하지만 육적인 생명에서 영적인 생명으로 건너온 우리 그리스도인은 변화와 쇄신, 초월의 동력을 뼛속까지 품은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우리 안의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니까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사사건건 티나 흠, 잘못된 것, 틀린 것, 허점과 흉만 보는 사람이 자기 시선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이상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하니까요. 운 좋게 애정 깊은 조언자를 만나 굴절되고 왜곡된 자기 시선을 알게 되더라도, 그 구습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오늘의 야곱처럼 '변화될 때까지는 당신을 놓아드리지 않겠다'는 진지하고 결연한 각오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바리사이의 왜곡된 시선에서 군중의 경외의 시선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수님의 연민의 시선을 얻기까지, '당신과 연민의 사랑을 공유하는 축복을 받기 전에는 당신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않겠다'고 끈질기게 그분께 매달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주님처럼 바라보게 해달라고, 주님을 닮게 해 달라고 매달리는 비장한 씨름이 곧  뜨거운 사랑의 기도일 것입니다. 주님 사랑의 축복에 목숨을 건 여러분 모두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힘내십시오!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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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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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손빈Youn | 작성시간 23.07.11 감사합니다
  • 작성자하늘 바래기 | 작성시간 23.07.1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07.11 아멘 신부님 stellakang 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07.11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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