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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신부 강론

[스크랩] 7월 22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아가 3,1-4ㄴ)(요한20,1-2.11-18)/ 오상선신부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07.22|조회수166 목록 댓글 3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아가 3,1-4ㄴ)(요한20,1-2.11-18)

 

제1독서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았네.>
▥ 아가의 말씀입니다. 3,1-4ㄴ
“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녔네.
그이를 찾으려 하였건만 찾아내지 못하였다네.
2 ‘나 일어나 성읍을 돌아다니리라.
거리와 광장마다 돌아다니며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으리라.’
그이를 찾으려 하였건만 찾아내지 못하였다네.
3 성읍을 돌아다니는 야경꾼들이 나를 보았네.
‘내가 사랑하는 이를 보셨나요?’
4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았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2.11-18
1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2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11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면서 무덤 쪽으로 몸을 굽혀 12 들여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님의 시신이 놓였던 자리 머리맡에,
다른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
13 그들이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하고 묻자,
마리아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14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뒤로 돌아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이신 줄은 몰랐다.
15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6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17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18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수님 사랑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축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미사 독서들에서는 사랑하는 님을 찾는 여인들의 애절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바로 신랑이신 하느님을 찾는 하느님 백성의 마음이고, 또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찾는 교회의 마음입니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요한 20,1) 예수님 생애의 가장 극적이고 결정적인 두 순간, 즉 십자가 죽음의 현장과 부활의 첫 목격 순간에 마리아가 있습니다. 일곱 마귀가 들렸다가 예수님께로부터 치유를 받았다는 그녀는 일곱이라는 숫자만큼 온갖 악에게 사로잡혀 지독하게 고통 당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기에 구원자 예수님 향한 그녀의 사랑이 이토록 뜨겁고 충실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요한 20,11) 님의 시신이 사라진 빈 무덤 앞에서 그녀가 울고 있습니다. 그녀의 황급한 전갈에 이미 남성 제자들이 한 차례 왔다가 돌아간 뒤인데도 그녀는 그 자리를 뜰 수 없습니다. 그녀가 있어야 할 곳, 머물러야 할 곳을 이성보다 사랑이 알려주기 때문에 그 사랑이 지시하지 않는 한 떠날 수 없습니다.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요한 20,15)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질문하십니다. 마리아의 기쁨과 슬픔이 온전히 당신께 달려 있다는 걸 몰라서 물으시는 게 아닙니다. 님의 부재는 이미 겪었던 그분의 죽음과 맞먹는 상실감과 공허에 혼란까지 더해줍니다. 어쩌면 십자가 밑에서보다 지금이 더 아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리아야!"(요한 20,16) 예수님이 그녀를 부르십니다 육안으로는 못 알아뵈었지만 그녀의 귀가, 그녀의 마음이 알아차립니다. 음성의 크기, 고저, 장단, 깊이, 감촉, 파장, 흐름, 여운까지 딱 그분입니다. 내 이름을 꼭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분뿐이십니다. 그제야 그녀도 "돌아서서"(요한 20,16) 자신이 그분을 부르던 그 음성으로 "라뿌니!"(요한 20,16) 하고 화답합니다.

제1독서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 사랑의 노래라 불리는 아가의 한 대목입니다. 짧은 대목인데도 "찾다"라는 동사가 여러 차례 반복되어 나옵니다. 우리말에서는 "구하다, 찾아다니다(seek, look for)"는 뜻과 "발견하다(find)"는 뜻을 모두 "찾다"라고 표기하니 그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밤새도록"(아가 3,1)
"성읍, 거리와 광장마다"(아가 3,2)
"야경꾼"(아가 3,3)
이 말씀들에는 님(연인, 신랑)을 찾아나선 여인(신부)의 다급하고 절절하고 심정을 담겨 있습니다. "밤새도록"은 자기의 깊고 내밀한 온 시간을 다 쏟아 님을 찾아 헤매고 있음을, "성읍, 거리와 광장마다"는 님을 찾기 위해 내적 외적 모든 장소를, 심지어 위험에 노출된 곳까지도 샅샅이 헤매고 다님을, "야경꾼들"은 님의 거취를 알만한 모든 이들, 설령 결과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해마저도 입힐 수 있는 관계에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다가갔음을 드러냅니다. 한 여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 모든 거칠고 험한 행보의 원인은 오직 하나, 사랑입니다. 숨어 계신 님을 향한 애타는 사랑...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았네."(아가 3,3) 여인과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그녀가 그들에게서 멈추지 않아 천만 다행입니다. 그녀는 야경꾼들을 그분으로 착각하지 않았기에 단호히 지나쳤고, 드디어 사랑하는 님과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그분은 영영 숨어 계시지 않고, 영영 그녀를 홀로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그녀는 자기 여정의 원인과 목적을 분명히 아는 여인입니다. 이렇듯 사랑은 지혜를 부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난 두 여인, 마리아 막달레나와 아가의 신부는모든 인간의 실존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주님을 사랑해야 하고 찾아나서야 합니다. 우리 영혼이 그분을 향한 갈망으로 흠뻑 절여져 다른 무엇에 눈 돌릴 수 없을 때, 주님이 보이지 않아도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일 때, 때때로 엄습하는 주님의 부재에 두려움과 고통 가득한 눈물을 흘릴 때 "○○야!" 하고 부르시는 그분 음성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 포착은 감미롭고 부드러우나 먹잇감을 잡아채는 맹수의 포획 순간처럼 강렬하고 재빠릅니다. 사랑이 우리를 그렇게 만듭니다.

보잘것없는 한 여인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첫 얼굴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은 다른 외적 조건이 아니라 오직 사랑을 보시기 때문입니다. 내노라 하는 신분과 학식과 재물이 아니라 다만 사랑이 그분을 끌어당기기에 당신 얼굴을 보여주실 수 밖에 없으십니다.

"말하여라, 마리아. 길에서 무엇을 보았느냐?"(복음 환호송) 사랑하는 이는 볼 것이고, 본 이는 말해야 합니다. 그 사랑이 자신에게만 고여 있다면 홀로만의 낡은 기념품이 될 뿐이지만, 가난한 채로 흘러나와 나눔이 되고 증언이 될 때 세상과 주님과의 거리를 좁히는 가교가 됩니다. 교회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순수한 열정을 시작으로 부활을, 부활하신 분을 대면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벗님이 갈망하고 사랑하는 주님을 만나뵈옴으로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나는 주님을 만났소!'라고 고백하는 기쁨을 누리시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 출처:  원글보기;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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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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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손빈Youn | 작성시간 23.07.22 감사합니다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07.22 아멘 신부님 stellakang 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07.22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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