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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신부 강론

[스크랩] 11월 28일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온 세상 모든 만물과 지혜의 주인이 누구이신지 밝힙니다.>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11.29|조회수89 목록 댓글 2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제1독서

<사람 손가락이 나타나더니,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5,1-6.13-14.16-17.23-28
그 무렵 1 벨사차르 임금이 천 명에 이르는 자기 대신들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벌이고, 그 천 명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2 술기운이 퍼지자 벨사차르는 자기 아버지 네부카드네자르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온 금은 기물들을 내오라고 분부하였다.
임금은 대신들과 왕비와 후궁들과 함께 그것으로 술을 마시려는 것이었다.
3 예루살렘에 있던 성전 곧 하느님의 집에서 가져온 금 기물들을 내오자,
임금은 대신들과 왕비와 후궁들과 함께 그것으로 술을 마셨다.
4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금과 은, 청동과 쇠, 나무와 돌로 된 신들을 찬양하였다.
5 그런데 갑자기 사람 손가락이 나타나더니,
촛대 앞 왕궁 석고 벽에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임금은 글자를 쓰는 손을 보고 있었다.
6 그러다가 임금은 얼굴빛이 달라졌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그를 놀라게 한 것이다.
허리의 뼈마디들이 풀리고 무릎이 서로 부딪쳤다.
13 다니엘이 임금 앞으로 불려 왔다. 임금이 다니엘에게 물었다.
“그대가 바로 나의 부왕께서 유다에서 데려온 유배자들 가운데 하나인 다니엘인가?
14 나는 그대가 신들의 영을 지녔을뿐더러,
형안과 통찰력과 빼어난 지혜를 지닌 사람으로 드러났다는 말을 들었다.
16 또 나는 그대가 뜻풀이를 잘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그대가 저 글자를 읽고 그 뜻을 나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면,
그대에게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고
이 나라에서 셋째 가는 통치자로 삼겠다.”
17 그러자 다니엘이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의 선물을 거두시고 임금님의 상도 다른 이에게나 내리십시오.
그래도 저는 저 글자를 임금님께 읽어 드리고 그 뜻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임금님께서는 23 하늘의 주님을 거슬러 자신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주님의 집에 있던 기물들을 임금님 앞으로 가져오게 하시어,
대신들과 왕비와 후궁들과 함께 그것으로 술을 드셨습니다.
그리고 은과 금, 청동과 쇠, 나무와 돌로 된 신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며 알지도 못하는 신들을 찬양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임금님의 목숨을 손에 잡고 계시며
임금님의 모든 길을 쥐고 계신 하느님을 찬송하지 않으셨습니다.
24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손을 보내셔서 저 글자를 쓰게 하신 것입니다.
25 그렇게 쓰인 글자는 ‘므네 므네 트켈’, 그리고 ‘파르신’입니다.
26 그 뜻은 이렇습니다. ‘므네’는 하느님께서 임금님 나라의 날수를 헤아리시어
이 나라를 끝내셨다는 뜻입니다.
27 ‘트켈’은 임금님을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뜻입니다.
28 ‘프레스’는 임금님의 나라가 둘로 갈라져서,
메디아인들과 페르시아인들에게 주어졌다는 뜻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2-1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2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13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15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16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17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들은 온 세상 모든 만물과 지혜의 주인이 누구이신지 밝힙니다.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루카 21,14).

"내가 주겠다"는 말씀에서 강세가 느껴집니다.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박해와 심문의 순간을 맞게 되더라도 다른 누가 아닌 "내가", 즉 하느님께서 답변할 말을 알려 주시겠답니다. 이 답변은 사람의 말이 아닌 하느님의 말씀이니 누구도 대적하거나 맞설 수 없음이 자명하지요. 이 말씀에는 하느님의 굳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루카 21,14).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이는 가벼운 권고나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명심"해야 할 요구이고 또 명령과도 같습니다. 바로 '마음의 딴 주머니 차지 않기'입니다.

사실 인간은 어떤 큰 일을 앞두고 자기 편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는 사실 책임있고 성실한 자세지요. 그래야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됩니다. 위기의 순간에 가급적 당황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잘 대응하는 것이 능력 위주의 세상에서는 미덕도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준비를 철저히 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는 말씀이 불안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이 닥쳤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의심도 올라올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인간적으로 준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이런 말씀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믿음"의 문제입니다.

주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듯이 언변과 지혜를 주시는 분은 그분이십니다. 언변과 지혜의 주인이 바로 주님이시니까요. 그분은 그것들을 주실 수도 있고 거두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 위기의 순간에 당신을 믿으라고 하십니다.

이런 말씀까지 다 들었는데도,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아 뒤로 슬쩍 준비를 한다면 어떨까요? 겉보기에 대단한 배신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심은 손상을 입게 됩니다. 믿었던 만큼 이 불신은 하느님과 우리, 모두에게 상처가 됩니다.

제1독서는 다니엘이 바빌론 임금 벨사차르에게 하느님의 뜻을 밝히는 순간에 대해 기술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약탈해온 기물로 연회를 즐기던 임금 앞에 손가락이 나타나 알아들을 수 없는 글을 쓰자 의미를 해석하라고 다니엘이 불려 오지요.

"임금님께서는 하늘의 주님을 거슬러 자신을 들어 높이셨습니다"(다니 5,23).

그는 자기에게 해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내용일망정 주님께서 일깨워 주시는 대로 풀이하면서 임금이 범한 잘못을 솔직히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 속했던 거룩한 기물들을 일부러 술자리에 사용하면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모욕한 죄입니다.

"임금님의 목숨을 손에 잡고 계시며 임금님의 모든 길을 쥐고 계신 하느님을 찬송하지 않으셨습니다"(다니 5,23).

바빌론의 임금은 온 세상 만물과 우리 생명, 앞날의 주인이신 분을 외면했고, 그래서 합당한 영광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권세와 자기네 신들을 믿은 탓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 나라는 끝이 나고 둘로 갈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다니 5,27).

우리가 주님께 드린 충실성의 무게입니다. 그분만이 생명을 주시고 길이 되어 주시며 언변과 지혜를 주신다는 믿음, 그분께 합당한 찬미와 영광과 감사를 드리는 삶이 차곡차곡 쌓인 무게입니다.

어떨 때는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관계가 어그러지거나 목숨과 안위가 걸려 있으면 더욱 그렇지요. 오늘처럼 지배자 임금 앞에서 '감히' 임금에게 내리시는 하느님의 단죄와 심판을 전해야 하는 순간이 닥친다면 우리는 과연 다니엘처럼 솔직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의 주인이시라는 믿음이 있기에 다니엘은 자신에게 요구된 바를 순수하고 담백하게 전합니다. 자기 의견이나 단죄를 섞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것만을 전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명심하여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이쯤되면 그 직언이 초래할 결과는 두렵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언변과 지혜는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고 목숨과 앞 길을 쥐고 계신 분도 그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내 영혼의 무게는 안전합니까? 주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로 묵직한지요? 괜한 의혹에 딴 주머니를 차느라 무게가 분산되고 있지는 않은지요?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리라."(복음 환호송)

죽는 그 순간까지 충실히 믿음을 견지하고 있다면, 그 순간 생명의 길을 터 주실 분도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인내로써 생명을 얻읍시다"(루카 21,19 참조).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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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1.29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김광시 | 작성시간 23.11.29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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