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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신부 강론

[스크랩] 12월 19일 <두 쌍의 부부들>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12.19|조회수126 목록 댓글 3

12월 19일 

 

제1독서

<천사가 삼손의 탄생을 알리다.>
▥ 판관기의 말씀입니다. 13,2-7.24-25
그 무렵 2 초르아 출신으로 단 씨족에 속한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마노아였다.
그의 아내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다.
3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그 여자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보라, 너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지만,
이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4 그러니 앞으로 조심하여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은 아무것도 먹지 마라.
5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기의 머리에 면도칼을 대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이미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 될 것이다.
그가 이스라엘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구원해 내기 시작할 것이다.”
6 그러자 그 여자가 남편에게 가서 말하였다.
“하느님의 사람이 나에게 오셨는데,
그 모습이 하느님 천사의 모습 같아서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이 어디에서 오셨는지 묻지도 못하였고,
그분도 당신 이름을 알려 주지 않으셨습니다.
7 그런데 그분이 나에게,
‘보라, 너는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은 아무것도 먹지 마라.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죽는 날까지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24 그 여자는 아들을 낳고 이름을 삼손이라 하였다.
아이는 자라나고 주님께서는 그에게 복을 내려 주셨다.
25 그가 초르아와 에스타올 사이에 자리 잡은 ‘단의 진영’ 에 있을 때,
주님의 영이 그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25
5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에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로서
즈카르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으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6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7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
8 즈카르야가 자기 조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9 사제직의 관례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되었다.
10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
11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섰다.
12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13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15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16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17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18 즈카르야가 천사에게,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하고 말하자,
19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20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21 한편 즈카르야를 기다리던 백성은
그가 성소 안에서 너무 지체하므로 이상하게 여겼다.
22 그런데 그가 밖으로 나와서 말도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가 성소 안에서 어떤 환시를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몸짓만 할 뿐 줄곧 벙어리로 지냈다.
23 그러다가 봉직 기간이 차자 집으로 돌아갔다.
24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였다.
엘리사벳은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25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독서와 복음에는 두 쌍의 부부들이 등장합니다. 그들 사이에는 아기를 낳지 못하던 차에 하느님의 개입으로 아주 특별한 아들을 갖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루카 1,25).

우리는 먼저 아이 못 낳는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아온 여인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만납니다. 자손의 수가 곧 재산이고 힘이던 시대에 생산자 역할에서 소외된 여성의 설움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처절했지요. 그 기다림이 주님의 은총으로 열매를 맺어 가련했던 그 손으로 아기를 안게 되지요. 오랜 눈물과 기다림 끝에 그녀들이 누린 이 기쁨과 환희가 곧 성탄의 전조일 겁니다.

"모태에서부터 죽는 날까지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판관 13,23).

그리고 그렇게 세상에 온 아기들이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주님의 천사가 일러준 아들은 나지르인, 즉 주님께 봉헌된 존재이고 또 이스라엘 구원에 일익을 담당하게 됩니다.

제1독서에서 당시 필리스티아인들에게 억압과 괴롭힘을 당하던 이스라엘을 구원할 미래의 판관인 이 아기가 바로 삼손이지요. 사랑과 배신 등 극적인 요소가 듬뿍 담긴 삼손 이야기는 세간에서도 쉽게 회자될만큼 유명합니다.

"아이는 자라나고 주님께서는 그에게 복을 내려 주셨다"(판관 13,24).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선택하신 아기는 '봉헌된 이'로서 주님께서 내리신 복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그는 스무 해 동안 이스라엘에서 판관으로 일하며 필리스타인들과 거친 싸움을 벌여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안겨 줍니다. 삼손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십 년간의 구원과 평화를 누리지요.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루카 1,15).

복음에서도 주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즈카르야에게 아기의 잉태를 전하는데 그 아기는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복음사가는 아기의 부모 역시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루카 1,6)이라고 소개했지요. 사실 사람들 눈에 큰 인물로 보이기보다 주님 앞에 큰 인물이 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은 위대해 보이는 이면의 약함을 잘 모르지만 주님은 모든 걸 다 아시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루카 1,20).

평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절원을 하느님께서 들어주신 것임에도 즈카르야는 이미 늙어버린 나이를 이유로 이를 의심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일시적이나마 혀가 묶이게 되지요.

사실 믿지 않는 이는 침묵해야 옳습니다. 그의 불안한 회의주의와 불가지론적 동요가 하느님의 단순한 진리를 가리거나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혀가 묶이는 침묵은 자신에게는 정화의 기회가 되고 타인에게는 두려움을 일깨웁니다.

두 이야기에서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 '아이 못 낳는 여인의 출산'이라는 구약의 기적이 '처녀의 잉태와 출산'이라는 신약 초입의 기적으로 이어짐을 보게 될 것입니다. 구약 여인들이 겪어온 개인적인 기다림은 마리아에게서 민족적이고 인류 보편적인 구원의 기다림으로 건너갑니다. 그 통로의 끝에 진정한 구세주께서 태어나십니다.

꼭 생물학적으로 출산의 능력을 받은 여성이 아니더라도 모든 믿는 그리스도인은 말씀을 잉태하고 출산해 양육하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말씀을 접하고 성체를 영하는 매일 매 순간 우리에게서 성탄이 이루어집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나에게서 탄생하신 말씀께서는 나의 미소와 격려, 사랑과 배려, 용서와 동행의 발걸음으로 육화됩니다. 거기서 흘러나온 구원의 파장은 개인과 이웃, 친지와 지인의 울타리를 넘어 온 인류를 향한 보편적 구원에 작은 빛을 보탤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간절히 아기를 기다리는 마노아의 아내이고 엘리사벳입니다. 나자렛의 마리아입니다!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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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12.19 아멘 신부님 stellakang 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2.19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김광시 | 작성시간 23.12.19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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