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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신부 강론

2월 24일 사순 제1주간 토요일<오늘 우리 아버지를 닮은 거룩한 사람이 됩시다.>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님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4.02.24|조회수131 목록 댓글 3

사순 제1주간 토요일

 

제1독서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어라.>
▥ 신명기의 말씀입니다. 26,16-19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16 “오늘 주 너희 하느님께서 이 규정과 법규들을 실천하라고
너희에게 명령하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그것들을 명심하여 실천해야 한다.
17 주님을 두고 오늘 너희는 이렇게 선언하였다.
곧 주님께서 너희의 하느님이 되시고,
너희는 그분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분의 규정과 계명과 법규들을 지키고,
그분의 말씀을 듣겠다는 것이다.
18 그리고 주님께서는 오늘 너희를 두고 이렇게 선언하셨다.
곧 주님께서 너희에게 말씀하신 대로,
너희가 그분 소유의 백성이 되고 그분의 모든 계명을 지키며,
19 그분께서는 너희를 당신께서 만드신 모든 민족들 위에 높이 세우시어,
너희가 찬양과 명성과 영화를 받게 하시고,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분의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시겠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하늘의 너희 아버지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43-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3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4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5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46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47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48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계명판을 넘겨주면서 주님께서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신지 이렇게 설명합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너희를 두고 이렇게 선언하셨다... 너희가 그분 소유의 백성이 되고... 그분의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시겠다는 것이다.”(신명 26,18-19) 또 레위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직접 이렇게 요청하십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오늘 예수님도 복음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네요.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처음 들을 때 이 말씀은 엄청난 축복의 말씀으로 다가오는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엄청난 부담으로 이 말씀이 다시 돌아 들어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예수님도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시네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 아닌가요?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르시는 말씀 아닌가요?

그럴 리는 없을텐데... 이 말씀이 맞는 말씀이라면, 아마도 거룩함과 완전함의 개념에 대한 우리와 하느님의 인식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일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을 거룩한 사람(聖人)이라고 보는가요?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은 사람?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 글쎄요. 하느님은 그저 '자기 동포와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시네요. 그렇다면 우리도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수님은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보고 '완전한 사람'이 되라네요. 우리는 보통 완전한 사람을 완벽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나에게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다같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네요. 사실 크게보면 다 한 하느님의 자녀들이니까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적잖은 도전이 됩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으로 응하는 건 인지상정이지요. 굳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는 당연한 도리인데, 거기에 더하여 원수와 박해자까지 사랑의 대상 영역을 확장하라 하시는 겁니다.

왜 이런 요구를 하시는 걸까요? 그렇게 요구하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기"(마태 5,45) 때문입니다. 자녀는 부모를 닮기 마련이지요. 원래 인간은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되었기에 안 그래도 닮은 꼴입니다만, "자녀"라는 표현은 그런 보편성을 넘어서서, 우리 안에 뿌려진 '하느님 모상성'의 씨앗이 어떻게 성장해 열매 맺어야 하는지를 제시합니다.

독서인 신명기에서는 시나이 계약을 통해 성립된 이스라엘의 신원과 정체성을 명료하게 표현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하느님이 되시고..."(신명 26,17) "우리가 그분 소유의 백성이 되고 ..."(신명 26,18).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계약에는 서로가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조건들이 존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소유하심으로써 그들을 높이시고 찬양과 명성과 영화를 받게 하시고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실 것입니다."(신명 26,19 참조)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은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규정과 계명과 법규를 지키고 그분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신명 26,17 참조)

이 관계는 신약 시대로 오면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라는 더 강한 결속력과 친밀감으로 심화됩니다. 구약 시대에 예언자의 입을 통해 드러났던 하느님의 부성(모성)이 예수님이라는 존재를 통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 즉 부모-자식이라는 관계성이 확정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자식 관계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요? 계약으로 맺어지기보다, 혈연 또는 입양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인의 경우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실행함으로써"(마르 3,35 참조) 성부의 친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가 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지요.

대개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자기 형제에게만"(마태 5,46-47) 좋게 대하려 합니다. 하느님 모상이라는 본성보다 죄의 본성이 더 활성화되어, 하느님의 자녀라는 신분에 무색하게 속 좁고 나약하고 두려움 가득한 모습이지요.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듣기 전까지는 그래도 되었습니다. v 이에 비해 하늘의 아버지께서는 사람을 대하실 때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마태 5,45) 차별을 두지 않으시고 구분하지 않으십니다. 어느 쪽은 취하고 다른 쪽은 내치시거나, 누구는 포용하고 누구는 제외하시지도 않으십니다. 모두를 당신 팔 안으로 모아들여 당신 가슴 안에 전부 품으시는 이 모습이 곧 하느님의 완전성입니다.

세속의 군주와 백성의 계약 관계 정도라면 굳이 지배자인 임금을 닮으라고 요구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자녀는 부모를 닮게 되어 있고 닮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요구라기보다 초대입니다. 부담을 주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완전성에 도달할 충분한 자질과 역량이 자녀인 우리에게 있다고 인정해 주시는 기대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완전한 사람"은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완전한 사람일까요? 내 사랑과 관심에서 제외되는 이가 더 이상 없을 때, 나는 아버지처럼 완전합니다. 내 마음의 저장공간에 미움과 무관심의 폴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나는 아버지처럼 완전합니다. 혹시 원수가 회개하고 용서를 빌면, 박해자가 뉘우치고 사과하면 그때부터 어떻게 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순서가 틀렸습니다. 그런 세월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기회를 영영 놓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의 통회와 회개는 내 조건 없는 기도, 바보같은 사랑의 결실이 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오늘 우리 아버지를 닮은 거룩한 사람이 됩시다. 우리 동포들, 이웃들을 그저 사랑하면 됩니다. 오늘 우리 아버지처럼 완전한 사람이 됩시다. 내 맘에 드는 사람만이 아니라 내 맘에 안드는 사람도 다 내 형제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때 우리는 하느님 모습을 꼭 빼닮은 참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너무 쉽지 않나요.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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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바람의노래 | 작성시간 24.02.2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4.02.2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24.02.25 아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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