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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신부 강론

[스크랩] 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12월 20일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12.20|조회수255 목록 댓글 7
조반니 란프란코(Giovanni Lanfranco)의 수태고지 그림 (박물관: 에르미타주 미술관)

 

제1독서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할 것입니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7,10-14
그 무렵 10 주님께서 아하즈에게 이르셨다.
11 “너는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
저 저승 깊은 곳에 있는 것이든,
저 위 높은 곳에 있는 것이든 아무것이나 청하여라.”
12 아하즈가 대답하였다.
“저는 청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시험하지 않으렵니다.”
13 그러자 이사야가 말하였다.
“다윗 왕실은 잘 들으십시오!
여러분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나의 하느님까지 성가시게 하려 합니까?
14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6-38
26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5년째 뉴욕에서 살면서 ‘의, 식, 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옷은 주로 ‘사제복’을 입고 있습니다. 다른 옷들도 입었지만 사제에게는 사제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교우들에게 이런 질문도 받곤 했습니다. “신부님은 이런 데 올 때도 사제복을 입으세요?”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도, 아침에 산보할 때도, 모임의 자리에 갈 때도 즐겨 입는 옷은 사제복입니다. 사제복 덕분에 도움을 받은 적도 많았습니다. 뉴욕에서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볼 때였습니다. 감독관은 천주교 신자였고, 제게 강복을 청했습니다. 저는 긴장하지 않고, 무사히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공항에서 입국할 때였습니다. 입국 심사관이 신자였습니다. 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환영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식당에서 식사할 때입니다. 사제복을 알아본 교우들 중에는 미리 계산을 해 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제복을 즐겨 입는 것은 도움을 받아서가 아닙니다. 그냥 사제복이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머무는 곳은 신문사입니다. 1층은 사무실이고, 2층은 저의 숙소입니다. 다락방이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지만 제게는 비싼 뉴욕에서 편한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가구를 움직이거나, 재배치하는 편이 아닙니다. 작년에 브루클린 교우들이 2층의 숙소에 있는 가구들을 말끔하게 재배치 해 주었습니다. 책상과 침대의 위치가 바뀌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집이 되었습니다. 우중충했던 샤워커튼을 치우고 새로 샤워커튼을 달았습니다. 샤워 실이 호텔 급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았더라면 행복했을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베들레헴에는 ‘예수님의 탄생 성당’이 있습니다. 성당의 지하에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셨던 자리가 있습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줄을 서서 예수님의 탄생 자리에 경배하기 위해서 기다렸습니다. 비좁은 곳이지만 한국의 순례자들은 경배를 마친 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가를 부르곤 합니다. ‘145 - 27 33ave flushing NY 11354'는 언제나 저를 포근하게 맞이해주는 제 삶의 구유입니다.

 

입는 것과 머무는 곳은 큰 어려움이 없지만 먹는 것은 매일의 숙제입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준비해서 먹기도 했고, 죽을 데워서 먹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주로 떡을 먹습니다. 혼자 먹다보니 간편하고, 쉬운 먹거리를 찾게 됩니다. 사목정보 11, 12월호에 먹는 것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가톨릭의 식사 후 기도에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라는 구절이 단순한 위령의 기도가 아님을 깨닫는다. 세상을 떠난 모든 만물은 나의 몸을 통한 거룩한 성찬이 되었다는 의미 역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묵상 할 수 있기를, 그 죽은 만물의 몫과 은혜만큼 더 열심히 살 수 있기를 전구한다. 동학의 해월 최시형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천지의 녹인 줄 알면 반드시 식고(食告)하는 이치를 알 것이요, 어머니의 젖으로 자라는 줄 알면 반드시 효도로 봉양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식고는 반포(反哺)의 이치요, 은혜를 갚는 도리니, 음식을 대하면 반드시 천지에 고하여 그 은덕을 잊지 않는 것이 근본이 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체성사를 제정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드 이것을 받아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들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그렇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연료를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이 생명에게로 전해지는 은혜를 입는 것이고,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지는 성사입니다. 이제 곧 주님의 탄생입니다. 주님께서는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너희 수고하고 힘든 자들은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나의 멍에는 편하고, 나의 짐은 가볍다.”라고 하십니다. 이제 곧 주님의 성탄입니다. ‘의, 식, 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이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의 손을 내밀면 좋겠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출처 :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오늘의 복음 묵상)  ▶ 글쓴이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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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yilee엘리사벳 | 작성시간 23.12.20 말씀 감사합니다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12.20 Amen.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2.20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2.20 감사합니다!
  • 작성자혜원 | 작성시간 23.12.20 아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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