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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신부 강론

[스크랩]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12월 21일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작성자stellakang|작성시간23.12.21|조회수202 목록 댓글 5

 

제1독서

<보셔요, 내 연인이 산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 아가의 말씀입니다.2,8-14
8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9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 같답니다.
보셔요,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여다본답니다.
10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1 자,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
12 땅에는 꽃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의 계절이 다가왔다오.
우리 땅에서는 멧비둘기 소리가 들려온다오.
13 무화과나무는 이른 열매를 맺어 가고 포도나무 꽃송이들은 향기를 내뿜는다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4 바위틈에 있는 나의 비둘기, 벼랑 속에 있는 나의 비둘기여!
그대의 모습을 보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그대의 모습은 어여쁘다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9-45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며 예전에 있었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2006년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17년 전의 기억입니다. 성탄 무렵에는 커피를 마시면 컵에 경품이 있었습니다. 아는 자매님과 커피를 마시면서 평소처럼 제 것이 당첨이 되면 가지시라고 말을 했습니다. 될 리도 없고 된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 그분이 제가 마신 컵을 가지고 열어보면서 말을 하였습니다. ‘자동차 나와도 저 주는 거예요?’ 저는 ‘그럼요!’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컵 말린 부분을 여는데 그분 표정이 변하는 겁니다. 

 

보통은 ‘Please try again.'이라고 나오는데 처음 글자가 ’W'인 겁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조금 이상하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더 이상해지더라고요. 정말 자동차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신부가 되가지고 반씩 나누자고 할 수도 없고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결국 ‘Win coffee'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커피의 경품은 나의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 놓았는데, 주님의 성탄은 정말 나를 완전히 딴 사람으로 만들 정도로 흔들어 놓는지 생각하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 오랜 기억도 있습니다. 1980년 성탄 예술제를 준비했을 때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성당 친구들과 ‘넷째 왕의 전설’이라는 연극을 준비했습니다. 휴! 43년 전의 기억입니다. 의욕이 넘쳤던 저희는 밤을 새워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우리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보좌 신부님과 주일학교 교감 선생님이 우리가 연습하는 강당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누가 너희에게 밤을 새워 연습하라고 했나! 당장 돌아가!” 우리는 집에 허락을 맡았다고 했지만 신부님은 완강하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분함 마음을 삭이며 모두 돌아갔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밤을 새워 연습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던 것은 성탄 예술제를 준비하는 과정이 좋아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후배 여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성탄 예술제 연습은 하나의 구실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었던 혈기 넘치는 학생 때의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43년 전의 성탄은 뜨겁고, 화끈했습니다. 2023년의 성탄은 아무래도 그때의 열정은 없습니다.

 

성경에 보면 아름다운 만남의 모습들이 있습니다. 형의 축복을 가로챘던 야곱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형을 만났습니다. 형은 지난날의 모든 것을 잊고 동생을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요셉은 자신을 이집트의 상인들에게 팔았던 형제들을 만났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이라면서 형제들을 용서하였습니다. 우리가 용서할 수 있다면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평화가 가득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만남을 보았습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입니다. 엘리사벳이 살던 동네는 아인카렘(포도밭의 샘)입니다. 몇 번 가보았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마리아는 며칠을 걸어 아인카렘을 찾아갔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엘리사벳이 잉태했음을 알려 주었고, 마리아는 축하해 주기 위해서 엘리사벳을 찾아갔습니다. 마리아의 태중에도 아이가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몇 달 동안 아인카렘에 머물렀고, 엘리사벳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엘리사벳은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지게 된 기쁨을 전하였을 겁니다. 

 

마리아는 성령의 인도로 아이를 가지게 된 놀라움을 전하였을 겁니다. 오늘의 복음은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엘리사벳의 진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에는 열정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이제 곧 성탄이 다가옵니다. 저는 이렇게 기도드리고 싶습니다. 주님! 우리에게 사랑으로 오시니 감사합니다. 그 사랑은 세상의 어둠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그 사랑은 가난한 이, 외로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 사랑은 절망하고 있는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게 행복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주님, 오늘 나의 삶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도록 용기와 힘을 주소서. 주님의 그 사랑을 저 또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그리스도께서는 저희가 깨어 기도하고 기쁘게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 성탄 축제를 준비하고 기다리게 하셨나이다.”



※ 출처 :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오늘의 복음 묵상)  ▶ 글쓴이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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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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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 바래기 | 작성시간 23.12.2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3.12.21 아멘 신부님 stellakang 님 한결같이 감사합니다.
  • 작성자atti | 작성시간 23.12.21 Amen.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3.12.21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3.12.2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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