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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서사와 이재명의 서사

작성자간호윤|작성시간23.10.07|조회수53 목록 댓글 0

윤석열의 서사와 이재명의 서사

 휴헌 간호윤 ・ 방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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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서사와 이재명의 서사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윤 대통령 부친 반야용선 태운 연기 ‘용의 입 모양’ 화제”라는 제하의 ‘뉴시스’ 기사를 읽으며 고소를 금치 못했다. ‘반야용선 태우는 행사’는 49재 마지막 날 위패와 새 옷 한 벌, 평소 소지품 따위를 넣은 종이로 만든 반야용선(般若龍船,망자가 타고 간다는 배)을 태우며 극락왕생을 비는 의식이다. 그런데 ‘연기가 마치 구름 속 용의 입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연출하였고 이는 윤 옹 혼의 기운이 용(대통령)의 입으로 들어가듯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氣)를 불어넣어주며 국태민안을 기원하고 있는 의미’라 운운해서다.

이 나라 대통령이 바뀌고 1년하고도 몇 개월 동안 듣도 보도 못한 일을 하 겪었다. 이제는 이런 기사까지 등장하니, 몇 백 년 전 ‘서사시대’ 뒷골목을 거니는 듯하다. 그래 문학 이야기 좀 하련다. 문학은 서정, 서사, 극이라는 세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중, 인간의 삶에서 가장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게 ‘서사(敍事)’이다. 서사는 구체적으로 역사 기록물에서 신문의 사건기사, 소설, 개인의 일기까지 모두 포함하며 그 구조는 ‘이야기 형식’이다. 이야기는 시나브로 시간이 흐르며 남을 만한 것만 남고 모두 연기처럼 사라진다. 이 ‘남은 이야기’ 중, 한 줄기는 ‘역사’가 되고 한 줄기는 ‘문학’이 된다. 위의 기사가 전하는 윤 대통령과 부친의 서사는 가관(可觀)이다. 이미 대통령으로서 승자의 역사가 된 윤 대통령의 기이한 말과 행동, 쇠껍데기를 쓰고 도리질하는 격으로 써댄 추앙에 가까운 어용 언론기사까지 주섬주섬 모으니 문학으로서 가히 ‘신화급 서사’(?)이기 때문이다.(연구자들이 이를 인정할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윤 대통령이 그렇게 싫어하는 이 대표의 서사가 궁금하다. 며칠 전, 제1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법원이 기각하였다. 헌정 사상 최초이다. 기각 분석은 난분분하다. 기각 결정 세 가지 이유를 찾는 데서부터 여당 대변인의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는 저질의 논평, 사법부에 대한 비난, 급기야 수구단체가 판사를 고소까지 하였다. 아무튼 이재명 서사 또한 한 줄기는 분명 대한민국 정치사의 역사가 되었다.

그런데 문학으로서 이재명 서사의 한 줄기가 매우 흥미롭다. 우리 문학에 보이는 ‘영웅서사’와 겹쳐 보여서다. 영웅서사는 둘로 나뉜다. 우선 ‘고귀한 혈통의 영웅서사’이다. ‘A.고귀한 혈통, B.잉태나 출생이 비정상적, C.탁월한 능력, D.고아가 되어 죽을 고비를 겪음. E.구출・양육자를 만나 죽을 고비에서 벗어남, F.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침, G.위기를 투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됨.’ 이런 작품으로는 주몽, 탈해, 홍길동 등을 들 수 있다.

또 하나는 ‘비천한 혈통의 영웅서사’이다. ‘아기장수는 가난하고 비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그 능력으로 인해 멸문을 당할까 두려워한 부모에게, 혹은 관군에게 비극적 죽임을 당한다.’ 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비범한 아이는 흔히 민간에서는 역적이 될 징후로 여겼다. 현실의 안위만을 좇는 의식 없는 민중들은 자신에게 해가 돌아올 것이 두려워 하늘이 내린 새 세상을 열 영웅 제거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 서사의 행간엔 자신들의 영웅을 수용하지 못한 민중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더하여 비장미까지 흐른다. 이런 작품으로는 전국에 산재한 아기장수 전설과 온달 등이 있다.

이 대표의 어려서 가난, 프레스에 눌린 팔, 사법고시 패스와 행정가로서 능력, 검찰의 집요한 압수수색, 대통령 선거 패배,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따위를 보며 그의 문학적인 서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정치인으로서 이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과연 이 대표는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G’에 이를 것인지, 아니면 ‘아기장수 서사’처럼 비극적인 전설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서사는 우리의 서사처럼 오늘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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