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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오늘은 한국전쟁 73주년 입니다......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不滅)입니다 - 노 호성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차가운 총열의 그 모진 소름을
내내 온 몸으로 받아 안으면서도
끝까지 내려놓지 못했던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쌓고 괸 참호 사이, 거친 자갈 위.
딱지조차 시커멓게 죽어버린
팔꿈치를 찍어 내려 잡았던
호국(護國)의 일념이었기에
생명의 액(液)을 흘려 흙이 젖을 때조차
당신들은 아파하지 않았습니다.
가쁜 숨 잦아들던 그 순간 까지도
'내 나라다, 내 땅이다!'
움켜쥔 흙에 속삭였던 당신들이었습니다.
하여 죽음조차 영원히 가두지 못한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당신들은 계절(季節)마저 없었습니다.
고운 꽃의 빛깔도, 신록의 내음조차
당신들을 붙잡지는 못했습니다.
가슴팍을 파고든 앞산의 휘파람과
삼킬 듯 달려들었던 거친 눈보라도
당신들의 심장 한 박동 휘지 못한 채
돌아서야만 했습니다.
이 땅에 계절(季節)이 위태로웠기에
애써 지나쳐 가슴으로 울고 영혼으로 웃으며
당신은 숙인 고개로
대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하여 결국,
새 계절(季節)을 창조해내고야 만
당신들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불멸의 영령들이시여
깊은 밤
당신들이 오롯이 불렀던 노래가
생명으로 부활하고 자라나
어린아이의 미소가 되고
대지의 향기가 되었습니다.
불멸의 영령들이시여
당신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이 강산 위에
빛의 무리가 넘쳐나고
희망의 함성이 쩌렁거립니다.
하니 보소서 한껏 자랑하소서.
불멸의 호국영령들이시여
잠들지 마소서 쉬지 마소서.
지켜주신 자유를 완전히 누리게 하소서.
당신들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이 땅의 주인입니다.
하여 땅조차 하늘마저
담아내지 못했던
당신들을 추억하며
고귀한 생명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당신의 이름은 '불멸'입니다.
[ 2010년 보훈처 문예물 최우수작 추모헌시]
2023 - 06 - 25 - edit - 아침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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