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에서 서울나들이할 명분도 마땅치 않고
직장다닐 때 젊은 동료들에게
당한 컴맹설움도 한?으로 남아서
학원에서 매 주 토요일 네 시간씩 9주간 컴퓨터교육을 받게 되었다.
역시 내 나이가 그 중에 가장 많은 편이었지만
이곳에서도 젊은이들에게 밀리면 안되겠다 싶어서
아는 건 큰소리로 대답하고
모르는 건 시침뚝떼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수료증을 받고
합격증이나 자격증만큼 반가웠다.
학교졸업한 지도 오래되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가
이번에 스무 명 가까운 많은 사람들과 두 달간 교육을 받게 되니
컴퓨터에 대한 관심보다도
사람들을 만난다는 자체가 큰설램이었다.
그러나 교육이 끝나고
수료증을 받아든 그 순간에 드는 느낌으로
사람들의 가슴이 너무 냉랭하다는 것이다.
말을 걸어도 단답식이고
매 주 보는 얼굴들이면서 인사는 커녕 눈빛도 맞추려하지 않는다.
혼자 음료수 마시고 혼자 휴식하고
끝나면 인사도 없이 가버린다.
강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적인 얘기는 단 한 마디도 없고
인사도 없이 시작한 강의가
딱딱한 컴퓨터만큼이나 딱딱했다.
9주간 나는 무엇을 추억하게 되었나.
순도 100% 컴퓨터의 모든 것.
좀 슬펐다.
아무리 목적이 기계를 배우는 곳이긴 하지만 사람사는 세상에 사람의 정이라곤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니.
문득 어릴적 엄마랑 교회에서
뜻도 모르고 부르던 찬송가 한 귀절이 이 나이에 가슴을 저민다.
'세상 모두 사랑없어 냉랭함을 아느냐.
곳곳마다 사랑없어 탄식소리 뿐이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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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고들빼기 작성시간 24.05.12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많이도 달라 졌습니다
누구를 믿을수도 없고....... 호의를 베풀기도 참으로 난감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카메라 메고 나가서 풍경 찍다가 짧은팔 길게뽑고 폰사진 찍는 젊은이들 안돼보여
< 내가 찍어 줄까요 ? . > 물어보면 위아래로 훓어 보다가 < 됐어요 ! > 쏘아 부치듯 돌아오는 대답에
뻘쭘 해지는 경험도 가끔 하게 되구요
저도 여러해전 아내의 성화에 동사무도 컴 강좌를 한학기 듣기는 했는데
아직도 독수리는 못 면하고 있습니다 ~~ ^^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5.12 요즘 젊은이들 중에 예의바른 사람들도 많이 있긴 하더군요.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얘기하지 않고 조용조용 말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좋더군요.
그 반면에 개인주의가
강해서 타인들을 잘 받아들이지 않다보니
그런 것들이 서운하더군요. -
작성자적토마 작성시간 24.05.13 평생공부.치매예방....화이팅~!!
난 전공이 컴퓨터공학(구 전자계산학)~(^_^)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5.13 컴박사 적토마님.
앞으로 지도편달 부탁드려요. -
답댓글 작성자적토마 작성시간 24.05.13 베리꽃
ㅎㅎ~ 워낙 그쪽이 변화가 빠르고 새로운게
쏟아져 나오니 나도 정신이 없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는 성실히 응답하리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