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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어떤이의 꿈

작성자제라|작성시간24.04.25|조회수241 목록 댓글 41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등을 비비적거리다 겨우 일어나

씻고 나와서 사과를 반으로 쪼갰더니

한쪽이 더 크고 작은 불균형입니다.

 

어느 반쪽을 먹을까 하다가

좀 더 큰 반쪽을 깍으며 생각했습니다.

내일 내가 살아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기왕이면 큰거 먹어야지.

 

그리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뜨뜻한 전기온돌에 누워 생각 했지요.

 

치료 끝나면

카페에 가서 달달한 초코라떼에 쌀케익 한조각

먹고 가야지.

 

그리고 병원문을 나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순간

마음이 싹 바뀌었습니다.

미세먼지도 없이 환장하게 화창한날

천변을 걸으며 오랜만에 돌다리를

징검징검 건너 벚나무 터널이 우거진 산책로에

꽃무늬 양산을 한들한들 흔들며

걸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이 참 한가로웠습니다.

먼 산들까지 겹겹이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이

몹시 가깝게 느껴졌지요.

 

나와 함께 걷는 하얀 운동화 아래에는

여물 끓이면 딱 좋을 초록풀들이 지천이었습니다.

 

몸을 낮춰 왼쪽 무릎을 땅에 대고

오른쪽 무릎은 기역자가 되게 비스듬히 세우고

잘 갈은 낫으로 뽐질을 쳐서 소꼴을 망에 담으면

채 5분도 안되어 가득해진 망태를 머리에 이고

쇠죽을 끓여 먹일 송아지 한마리 키워 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두질한 여물을 커다란 가마솥에 켜켜이 

시루떡 앉히듯 여물 한줄 보릿재 한 줌씩 뿌린후

묵직한 무쇠솥 뚜껑을 둥글게 돌려 닫고

아궁이 앞에 검불을 깔고 앉아 장작을 지피며

부지깽이 장단에 맞춰

찐찐찐찐 찐이야 완전 찐이야~

비록 양철떼기 찢어지는 목청일지라도

아무도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는

외딴집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양간에 코도 안 뚫은 

눈이 큰 순한 송아지등을 갈고리 빗으로 살살 긁어주며

따뜻한 여물 먹여 오동통 하게 살이 오르면

그놈을 장에 내다 팔아 돼지고기 한 근 사서

할래할래 팔을 흔들며 

새로 산 순한 송아지와 함께

내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베기는

또 얼마나 평화롭고 정겨울지.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열무김치,고사리나물,콩나물,숙주나물을

밥 반공기 위에 올리고 김도 싹뚝싹둑 잘라

그 위에 참기름도 주르륵 따랐습니다.

 

쓱쓱 비벼먹는 늦은 점심이

입에 척척 들러 붙는 것이

집나갔던 입맛 돌아오는 징조로 보입니다.

 

어제

친구가 저에게 그랬어요.

모든 것을 다 가진 너에게

남들 가진 건강까지 주어졌다면 그건

세상 불공평한거라고.

 

동의 한다는 의미로 둘이서 껄껄 웃었는데

유난히 봄앓이가 심했던 올해도

장애물 뛰어 넘듯 또 그렇게 한바탕 지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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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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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제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7 ㅋㅋㅋ
    머슴으로 고용해 드릴까요?
    송아지 사면 필히 연락 드리고 싶은데
    어느 세월에요.ㅎㅎ
  • 작성자나이컨 | 작성시간 24.04.29 제라님 내기억에 오래 오래 머물것같은 제라님
    닉네임 또한 이쁘고 발음하기 좋은 제라님이
    몹시 아팠군요.
    사람이나 생명을 갖은 모든 사물은 아프다 또 건강을 회복하다
    하면서 나이먹는것 입니다 .
    평소 제라님같이 바른생활 옳바른 사고로 사시는 사람들은
    금방 건강을 찾게 되는게 자연에 법칙 입니다.

    아 그리고 뱀 사워 시켜 준것은 일생에 단 한번 뿐인게
    분명 하지요?
    기분 우울할것 같아 웃어 보라고 해보는 말 입니다 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제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9 ㅋㅋㅋ
    나이컨님의 격려가
    저에게 이렇게 큰 힘이 되는군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이컨님의 응원에 힘입어
    잘 이겨내서 씩씩하게 살게요.

    덕분에 베시시 미소짓게 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한 주 많이 웃는 날 보내시길요.^^
  • 작성자달항아리 | 작성시간 24.04.29 제라님 안녕하세요? ^^
    제가 꼴통 기질이 있어서, 한 곳만 판다, 이런 정신으로ㅋㅋ
    삶방 한 곳에만 올인하느라, 그나마 그곳마저 요즘은 사느라 바빠서 소홀한지라,
    제게 항상 정성껏 댓글로 힘 실어주시는 제라님께 이제서야 댓글로 화답합니다.
    제라님의 일상을 따라 함께 사과 반쪽 깎아 먹으며, 물리치료 받으며, 밥 비벼 먹으며 ㅎㅎ
    너무도 잘 쓰신 글 속에 폭 빠져서 어느새 다 읽었네요.
    제라님께 딱 한 가지 부족한 것 건강,
    그 건강도 꼭 붙드시는 봄날과 여름날 되소서!
    참 아름다우신 분, 배려심 깊으신 분, 제라님을 힘껏 응원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제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9 아이고~
    이렇게 반가우신 달항아리님 흔적에
    버선발로 달려와 반깁니다.

    닉만 보아도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달항아리님께서
    부족한 제 글에 격려의 댓글 감동입니다.

    우리 나이가
    아프면서 늙어가는 나이니만큼
    놀랄일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한번씩 몸살을 앓듯 홍역을 치루네요.

    달항아리님~
    응원해 주셔서 진심 감사드리며
    평온한 밤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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