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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송충이

작성자해솔정|작성시간24.05.01|조회수120 목록 댓글 31

숲 이 가까운 이 동네는 벌레도 많고

여름에 모기도 많다.

 

사방 창을 방충망으로 철저히 봉쇄 했는데도 

더러 집안으로 들어와서 날이 더워지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베란다에 나가보면 방충망에 벌레들이 잔뜩

붙어있어 파리채로 날려 보내는게 일과가 됐다.

 

어제 아침에는 털이 북실북실 하고 길다란

송충이도 한마리 붙어있어 잠깐 추억소환 해봤다.

 

중학생때 학교에서 인근 야산으로 송충이를

잡으러 간적 있다.

 

정해진 시간동안 잡아서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나는 징그러워서 한마리도 못잡고 반아이들

한테 몇마리 구걸해서 검사를 받았다.

 

땅에 묻으면 도로 살아 나온다고 집에 가져가서 

태워 죽이라 해서 송충이 봉지를 들고 왔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 일행에 뒤쳐져서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선배가 뒷자리에 타라고 했다.

 

야트막한 자리에 올라앉아 한손에 도시락 가방과 

송충이 봉지를 들고 한손으로 낮은 손잡이를 잡고

아슬아슬 하게 갔는데..

 

갑자기 그 선배가  곡예라도 부리듯 속력을 내며 

꼬불꼬불 달려서 엉겹결에 선배의 허리춤을 움켜잡고 

갔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우~하고 야유를 보냈다.

 

담날 학교에서 그 선배를 만났는데 내가 하도 

잡아 땡겨서 교복단추 하나가 떨어지고 없더라고 

해서 쥐구멍 이라도 찾고 싶었다는요.

잘생긴 얼굴에 키가 훤칠했던 그 선배 

지금은 어디서 나처럼 늙어가고 있겠지요 ^^

 

찬란한 오월 맞이 하시길 바라며

오랜만에 수필방에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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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1 예 벌레와 전쟁을 치루지만
    자연에서 얻는 혜택이 많으니
    넉넉히 감수합니다

    푸르름이 짙어져가는 요즘 잠시도
    집에 있기 아까워서 숲에서 삽니다 ㅎ
    반갑고 감사해요 이베리아님^^

  • 작성자나무랑 | 작성시간 24.05.01 정말 우리때는 왜 송충이를 잡으라고
    했는지 몰라요.
    송충이 잡으려고 산에 있을때는
    지옥이 뭔지 모르는 어린 나이인데도
    지옥에 있는 것같았다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선배님과의
    잊지 못 할 추억이 있어서요.
    넘나 멋있어보여요 해솔정님^^
  • 답댓글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1 그러게요
    옛날 시골에선 상급학교 남학생들이
    농촌 일손 돕기에 동원 돼기도 했어요
    요즘 같으면 난리날 일이지요 ㅎ

    다방면에 지식을 갖추신
    나무랑님 이야말로 정말 멋진분 이라고
    글 보면서 감탄 한답니다^^
  • 작성자앵커리지 | 작성시간 24.05.02 송충이는 누구에게나 비호감인데 그 선배와
    잠시 인연을 놓아준 다리가 되었었네요 ^^

    옛날 시골에 외갓집이라고 방학이면 찾아온
    동갑 서울 여자애가 있었는데, 늘 산속으로
    개울로 뛰어다니며 어울렸어요.

    저도 가끔 그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생각을 한답니다 ^^
  • 답댓글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2 앵커리지님도 그런 알싸한
    추억이 있으시군요 ^^

    저 선배가 우표 수집이 취미라고 해서
    외항선 타시던 외삼촌이 보낸 편지에서
    우표떼서 줬던 생각이 납니다 ㅎ

    추억 공유해주셔 감사합니다
    좋은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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