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하나 내었다
그 길은 서두르면 안 되었다.
약삭빠르거나 욕심을 내도 위험했다
바람의 속삭임도
재 너머 구르는 구름,
힘겨우면 숲에 와 잠을 자고 가는 속사정도
산새들의 지난겨울 배고팠던 슬픔의 귓속말도
밤이면 별들이 내려와 그런대로 하늘의 사연도
이름 없는 산꽃들이 세상과 아우르며 내려놓는 물욕도
산 그림자가 울고 넘을 때
내 살아 있음에 의미를 심어주는 긴장된 사랑도
이 모든 것 담아 안을 때
신은 내게 가장 소중한 운명을 준다는 사실과
하나님의 눈물을 베어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지상에 나는
가장 감사한 행운이라는 은혜로움을
산기슭에서 느리게 써 내려가는
내 만 권의 책속에 신의 전설을
내 안에서 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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