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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수다방

하늘을 품고 자다가 지구를 껴안고 자는데..

작성자석촌|작성시간24.05.12|조회수267 목록 댓글 28

 

 

하늘을 품고 자다가 지구를 안고 자는데..

 

송지학 님이 

여성의 수명이 긴 이유를 밝혔기에

나는 나대로의 그 이유를 말해봤다.

 

그런데 나의 못난 글에 시니 님이 댓글 달기를

"여성들은 무모하지 않고 살살 살기에"

수명이 길다는 뜻을 밝혔다.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게 마련인데

나는 어떤가...?

 

내 고장 홍성에 성삼문 家가 있었다.

그 부친이 대단한 선비양반이었다.

남녀 상열지사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손은 봐야 하는지라

어느 염천지절에

대청마루에 하늘을 보고 반듯이 누워서

“임자, 어서 올라오시오”

“예, 나으리”

 

“들어갔소?”

“아니옵니다”

 

“들어갔소?”

”아직 아니옵니다 “

 

”들어갔소 “

”예 나으리, 이제 들어갔사옵니다 “

 

이렇게 세 번 시도해 합궁했으니

세 번 묻자 성사가 이뤄졌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나 부인이 안방에 누워 분만준비 중인데

성삼문의 부친은 밖에서 서성이며 조산모에게 묻기를

 

”나왔느냐? “

”아니옵니다 나으리“

 

”나왔느냐? “

”아직 아니옵니다 나으리“

 

”나왔느냐? “

”이제 옥동자를 받았사옵니다 나으리“

 

이렇게 세 번 물어 임신을 하고

세 번 물어 성삼문이 태어나매

그 이름을 삼문(三問) 즉 성삼문이라 지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남의 배 타고 올라가

일 저지르는 잡것들과 비교하면

(불륜의 경우를 말함이다)

성삼문 가의 내력은 얼마나 고상하냐.

 

후사를 보면서도 무모할 것도 없이 살살 성사시켰으니

수명도 길어야 할 텐데

선비의 그 지조라는 것 때문에 단명하고 말았다.

(1418년 출생, 1456년 사망, 38년 생존)

 

성삼문이 어느 지역 사람인지 아시는가?

나의 고향 홍성 사람이다.

나의 사람됨이야 성삼문에 비견할 건 못되지만

후사를 볼 때만은 성삼문처럼 무모하지도 않고

또 살살 성사시켰기에

그것도 일생 중에 딱 두 번으로 끝냈기에

아마도, 아마도 그래서 딸만 둘 두고

이렇게 산수(傘壽)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금요일, 나는 노량진에 있는 사육신 묘를 찾아봤다.

죽어서도 삼문 家의 양반인지

하늘을 품고 누워 계시더라.

그런데 나는 어떤가...?

 

나는 어린시절부터 포부가 매우 컸다.(ㅎ)

그래서 밤에 잘 때도 반듯이 누워 하늘을 품고 잤다.

 

하지만 사춘기를 맞으면서부터 무언가 허전해

엎어져서 지구를 끌어안고 잤다.

그런 게 습관이 되었는지 엎어져 자야 직성이 풀리는데

지구를 끌어안는 건 너무 벅차더라.

이젠 어찌 해야 하는지~

 

이상 톡톡 수다였습니다.ㅎ

 

(* 위 사진은 어느 해의 톡톡 수다방 번개모임 때요

좌로부터 장항댁, 붕이(전 방장), 노을이야기, 지여니, 낭주, 핑크마음

시니(전 방장), 이동행, 초상비 및 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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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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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2 ㅎㅎ ~
  • 작성자의한 최승갑 | 작성시간 24.05.12 삼세판이 그런 의미가 있군요 ㅎㅎ
    선배님들께 많이 배웁니다 ^^*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2 삼세판이 있고 삼세번이 있고
    삼시세끼도 있죠.ㅎ
  • 작성자리디아 | 작성시간 24.05.12 아~~항
    그런거군요.ㅎ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알았더라면~딸을 낳을 수 있었을텐데요.ㅎ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3 그냥 수다였다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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