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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종교 성화

[스크랩]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암굴의 성모>를 두번 그린 이유는?

작성자클놈인줄|작성시간22.10.09|조회수41 목록 댓글 3

'암굴의 성모'

 

'암굴의 성모' 똑같은 주제의 다빈치 작품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있고, 다른 하나는 파리의 루브로 박물관에 있죠.

제목은 같고 주제도 같아 보이는 이 두 그림은 사실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LEONARDO da Vinci
Virgin of the Rocks
1483-86
Oil on panel, 199 x 122 cm
Musée du Louvre, Paris


 

먼저 그려진 이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습니다.

소설 "다빈치코드"에 나와서 더 유명해졌지요.

이 암굴의 성모는 다빈치가 1483∼1486년에 그린 작품으로,

중앙에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왼편에 두손을 모은 아기 예수,

오른쪽이 아기 요한과 천사 우리엘이 묘사 되어 있습니다.

그림을 의뢰한 성 프란체스코 교회의 수녀들은 다빈치가 그린 이 작품을 보고,

세례를 내려야 할 예수가 오히려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듯이 묘사되어 퇴짜를 놓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다빈치는 새로운 암굴의 성모를 그리게 되었던것입니다.

  

 

LEONARDO da Vinc

Virgin of the Rocks
1495-1508
Oil on panel, 189,5 x 120 cm


National Gallery, London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이 "암굴의 성모"는 다빈치보다

그의 제자인 암브로조 데 프레디스의 손이 더 많이 간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아기 가운데 누가 예수 그리스도일까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모가 감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기는 예수가 아니고 세례 요한이에요.

예수는 오른편에 앉아 있는 아기지요.

무슨 근거로?? 근거는 그림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LEONARDO da Vinci
Virgin of the Rocks (detail)
1483-86
Oil on panel

 

Musée du Louvre, Paris  

 

서양 고전 회화에서 예수는 결코 십자가를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커다란 십자가를 등에 지고 고통스러워하거나 매달려 죽어가는 모습이

십자가와 관련된 예수의 주된 이미지입니다.

반면, 갈대나 나무로 만든 가느다란 십자가를 지팡이처럼 들고 다니는 이는

어떤 그림에서든 세례 요한인데,

그것은 그가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실 것을 전하는 메신저임을 뜻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요한은 거친 털옷이나 마치 원시인이나 입을 듯한 좀 야한 옷을 입고 다닙니다.

내셔널 갤러리의 "암굴의 성모"에서 아기 요한이 타잔의 옷 같은 것을 입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ㅎㅎ

 

 

세례 요한으로 표현된 아기가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것은

지금 맞은편의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맞은편의 아기 예수는 이 경배를 받으며 오른손을 들어 응답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손가락 세 개만 펴 무언가를 집을 듯한 모습인데,

이는 '너를 축복한다'는 뜻을 담은 제스처이지요.

이 제스처는 예수나 교황, 혹은 가브리엘 천사와 같이

교회 위계상 최상위에 있는 인물이나 신의 말씀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고위급 사자만이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축복의 뜻 외에

'신이 지금 당신에게 이러이러한 말씀을 주시고 있다'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암굴의 성모와 두번째 그림의 다른점은 마리아와, 예수, 요한의 머리에 후광을 추가하고,

천사 우리엘의 손가락이 사라졌다는점입니다.

그리고 아기예수와 요한의 신분을 명확히 표현하였으니,

더이상 수녀들이 퇴짜 놓을 일이 없었겠죠.

그리고 이 그림에서 동굴 틈으로 쏟아져내린 빛은

'신의 은총'이라는 개념으로 다빈치가 사용하였는데

아기 예수의 몸에 드리워져 축복의 기운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Virgin of the Rocks
1483-86
Oil on panel, 199 x 122 cm
Museen du Louvre, Paris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하여

미묘한 빛과 그림자로써 대상의 형태를 잡았습니다.

동굴의 어슴푸레한 빛은 대상을 가리는 동시에

대상을 드러내면서 형태감을 살려냈는데,

이 모호한 음영은 더 나아가 인물들의 감정 상태까지도 표현하고 있지요.

이러한 빛과 그림자의 미묘한 농담과 분위기로 인하여

그림이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지네요.

 

Virgin of the Rocks
1495-1508
Oil on panel, 189,5 x 120 cm
National Gallery, London

"암굴의 성모"처럼 성모와 아기 예수, 요한이 함께 등장하는 그림은

서양 미술사에서 오래도록 그려진 주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이들이 이 무렵 이렇게 함꼐 자리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성경적 사실과는 무관한 화가들의 창작인 것이죠.

그럼에도 이 주제가 교회에서 중요하게 취급돼 온 것은

귀여운 아기가 둘씩이나 등장해 보는 이에게

애틋하고 감상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데다가

그로 인해 성모의 자애로움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교회 미술은 대체로 지고한 위엄과 권위를 강조하는 장르지만,

이렇듯 푸근하고 따뜻한 정서 또한 종교적 감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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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빵살 작성시간 22.10.09 아주 중요한 정보 잘 알고 갑니다.직접 루브르에서 보았을 때 2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 작성자클놈인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0.09 저도요 ...
  • 작성자카페지기 작성시간 22.10.09
    나이는 시간과 함께 달려 가고
    뜻은 세월과 더불어 사라져 간다
    드디어 말라 떨어진 뒤에 궁한 집 속에서
    슬피 탄식한들 어찌 되돌릴 수 있으랴
    -"小 學"에서-

    늘 즐겁고 健康 하시고 幸福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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