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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0.07.07|조회수23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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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스코어 속인 적 없나요⁉️
[골프 오딧세이-51] 골프 애호가인 지인이 얼마 전 필드에서 발생한 해프닝을 나에게 말해줬다.


4명이 스트로크 게임을 했는데 어느 홀에서 동반자 3명이 버디를 하고 본인은 파를 했다고 한다. 동반자 중에 한 사람이 보기 아니냐고 클레임을 걸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일 스트로크 게임에서 3명이 동타 기록 땐 2배에다 버디를 잡으면 또 2배에다 버디 값까지 무는 룰에 따라 상당한 지출이 예상됐다.

그 날 따라 게임이 잘 안 풀려 스트레스를 삼키고 있던 터에 동반자가 타수마저 틀렸다고 지적하자 그만 불편한 감정이 노출되고 말았다. 열패감을 간신히 누르던 상황에서 스코어 오기 논란마저 불거지자 순간 필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사태를 감지한 캐디까지 혹시나 불똥이 튈세라 눈도 맞추지 못하고 숨죽이는 상황이 펼쳐졌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어색한 라운드가 이어졌다. 다행히 오래된 사이여서 후반 들어 분위기가 정상으로 돌아와 무난히 경기를 끝냈다고 한다.

프로선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코어에 대한 집착도 놀랍다. 특히 우리나라 골퍼들의 스코어에 대한 집요함은 독보적이다.

이는 첫째 홀 스코어를 모두 파로 적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캐디들도 별다른 말이 없으면 알아서 첫 홀을 모두 파로 적고 최소 보기로 스코어란을 채운다.

일파만파, 무파만파라는 기상천외한 용어가 한국에서 나왔고 마지막 홀을 파로 적는 경우도 허다하다. 셋째 홀까지는 몸을 푼다며 모두 파를 적는 팀도 있다. 스코어카드 앞부분이 무려 12개의 파로 장식된다.

기업으로 치면 집단으로 분식회계를 일삼는 행위인데 개별적으로 허위 기장을 하거나 분식하는 사례도 흔하다. 정확한 스코어를 알고도 속이는 경우와 본인 타수를 착각하거나 모르는 경우가 혼재한다.

친한 사이라면 함께 타수를 복기하거나 캐디에게 물어보지만 처음 만났거나 데면데면한 사이에선 꼬치꼬치 타수를 따지기도 힘들다. 그냥 속으로 '저게 아닌데' 하며 내심 껄끄럽게 넘기든지 내기가 걸렸더라도 안으로 불만을 삼킨다.

타수 분식은 본인과 캐디가 잘 알고 있다. 실제 타수보다 낮게 적힌 스코어 카드 타수를 보고 90타나 100타를 넘지 않았다며 자위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실과 인식이 다른 인지부조화의 일종이다.

캐디가 스코어를 잘못 기록할 때도 골퍼들의 이중 심리가 드러난다. 한 타수 낮춰서 잘못 적으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지만 타수를 높여서 오기(誤記)하면 즉각 정정 요청을 한다.

접대할 때나 비즈니스, 혹은 예의를 차려야 할 경우엔 스코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업하는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거래 차 일본 기업인과 경기도의 명문 이스트밸리CC에서 골프를 했다. 어느 홀에서 선배가 퍼트를 마치고 그린을 빠져나올 무렵 일본 기업인이 "보기 데스까?" 하고 물었다.

그 날 골프가 워낙 안 풀렸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뇌리에 "더블보기를 한 것을 알고 나를 시험하는 건가, 몰라서 그러는가"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선배는 캐디에게 그냥 더블 보기로 적으라고 말하고 넘어갔다. 한 타를 욕심 내다가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하찮은 스코어 때문에 인격을 부정당할 수 없다는 골프격언이 제동을 걸었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을 범할 뻔했다.

골프계에 사불삼거(四不三拒)란 말이 있다. 사불은 해서는 안될 4가지로 △슬로 플레이 △룰 위반 △캐디 탓 △타수 속이기 등이다. 삼거는 거절해야 할 3가지로 △첫 홀 올 파, 혹은 올 보기 △멀리건 △1m 이상 컨시드 등을 말한다.

스코어 관련 금기사항이 사불과 삼거에 하나씩 걸쳐진 데서 골퍼들의 스코어 욕망이 얼마나 큰지 드러난다. 스코어에 대한 악명은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이 단연 탑이다.

미국골프협회에 등록된 그의 핸디캡은 2.8이다. 파 72홀에서 평균 74.8타를 치는 셈인데 참고로 잭 니클라우스(80)가 3.4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연간 80회 정도 라운드를 했는데 등록 스코어는 단 3개라고 한다. 아마 가장 좋은 스코어 3개를 등록해 핸디캡으로 올려놓은 듯하다.

그는 공 2개로 라운드를 돌다가 홀마다 좋은 스코어를 적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하도 골프 관련 욕을 많이 먹어 나온 말 같다. 오죽하면 펠레라는 별명이 그에게 붙었겠는가.

그와 동반 플레이를 한 어니 엘스와 소렌스탐에 따르면 트럼프의 핸디캡이 9~10 정도라는데 이마저도 불분명하다.

스코어에 대한 골퍼들의 욕망은 핸디캡 공개에서도 드러난다. 술좌석에서와 필드에서 밝히는 핸디캡이 각각 다르다.

"골퍼는 대부분 2개의 핸디캡을 갖는다. 자랑하기 위한 것과 내기할 쓰는 핸디캡이다."

보브 아이론스의 말이다. 자랑할 때는 부담 없이 낮춰 말하고 돈이 걸리면 제대로 밝히거나 오히려 높인다.

핸디캡을 속여 내기를 하면 실상을 모르는 상대는 큰 피해를 입는다. 핸디캡으론 자기보다 하수인데 막상 게임에 들어가 그의 우월한 실력이 드러나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스코어에 대한 욕심을 두고 트럼프만 손가락질할 일도 아니다. 필자도 골프가 잘 풀리면 성적을 스마트 스코어에 입력하거나 종이 스코어 카드를 가져오지만 성적이 신통찮으면 잘 쳐다보지도 않는다.

골프 전문잡지인 골프매거진이 전국 22개 골프장 캐디 926명을 대상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의 타수 속이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 있다.

1~5타를 속인다는 답변이 54.5%였고 6~10타를 속이는 경우는 42%에 달했다. 전체의 96.5%가 1~10타를 속이는 것으로 제대로 스코어를 매기면 평균 5타 정도를 더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골퍼들이 스코어에 유달리 집착하는 것은 한 스코어 카드에 4명의 성적을 공개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등 외국에선 각자 스코어 카드에 본인 타수만 적기에 본인 타수를 속이든 말든 동반자에겐 관심사가 아니다.

스코어를 함께 적으면 경쟁 속에 스릴과 희열을 맛보기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스트레스도 엄청 심하다. 참고로 보기(5타)를 +1, 파(4타)를 0으로 적는 것은 골프광인 고 김종필 국무총리 아이디어라고 한다.

천재적인 발상으로 홀마다 오버된 타수를 합한 데다 정규타수 72타를 더하면 그 날 스코어가 된다. 이것도 골프한류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스코어에 대한 집착은 어릴 적부터 경쟁에 길들여진 우리 문화와 연관됐죠. 평소보다 안 좋은 스코어에도 1등이라면 기분이 괜찮고 그 날 잘 쳤더라도 꼴찌라면 불편해지는 게 이런 심리를 반영합니다."

현정신과의원 김기현 원장의 말이다. 나는 요즘 명랑골프와 성적골프 가운데 어느 쪽을 추구할지 종종 고민에 빠진다. 나의 골프인생을 어느 밸런스에 맞춰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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