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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왜 그루지아를 와인의 발상지라 하나?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6.03.31|조회수29 목록 댓글 1

 

 

제가 그루지야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때 가끔씩 카자흐스탄을 들러 제 친구인 "사샤"를 만나 보고 옵니다.

사샤는 러시아 남부 출신 지질학자로 중앙아시아 지질연구소에서 일하다가 소련해체 후 이 곳 수도 알마티에 그대로 눌러앉아 살고 있습니다.

이때 제가 준비해 가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루지야산 와인으로 특히 부인 "류바"가 좋아합니다.

이 곳에서도 한 동안 와인하면 그루지아와인, 그 중에서도 '세미스위트레드'인 흐반츠카라(Khvanchkara) 와 킨즈마라울리(Kindzmarauli)를 최고로 쳐주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요즈음도 그루지아산 와인을 수퍼에서 살 수는 있지만  현지에서 만든 가짜가 대부분이라 제가 들고 가는 "진짜" 는 맛과 향에서 뿐아니라 소련시절에 대한 향수마저 느끼게 해주니 인기가 좋습니다.

 

그루지야의 국립박물관에는 와인과 관련하여 아주 많은 유물들이 전시 보관 되어 있습니다.

포도와 그 줄기를 새긴 BC 2000~3000년으로 추정되는  금, 은 동으로 만든 그릇과 피처 뿐아니라 선사 유적지에서 발굴한 와인제조 시 사용하는 진흙으로 만든 토기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와인잔들 입니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기원전 60세기 경 것으로 추정되는 그루지야 남부 Akhalcikhe에서 발견된 포도씨로, 이미 8000년 전부터 그루지야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습니다.

그루지아인들은 자신들을 최초의 유럽인(실제로 백인을 코카시안 Caucasian 이라 합니다)으로 생각하고 이집트와 지중해를 거쳐 처음으로 유럽에 와인을 소개해 준 이도 자신들의 조상이라 믿고 있습니다. 

 

고고학적인 관점에서 뿐아니라 종교적으로도 그루지아인에게 와인은 "성스러운 액체(Holy Liquid)"라 불릴 정도로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기 326년 그루지아에 기독교를 처음 전도한 "성 니노"가 상징적으로 포도나무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어 만든 십자가를 가지고 왔다 합니다.

그 후 수백년 동안 생겨난 수 많은 성당은 포도문양을 벽면의 장식으로 써 왔고 수도원은 와인을 담그는 와이너리의 역할을 동시에 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1994년 유네스크 세계유산으로 등재 된 겔라티수도원에서는 12세기경에 이미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와인제조법을 가르쳤을 정도라 합니다. 

 

그루지아의 전통와인제조법은 아직도 몇 몇 와인농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만 유럽방식과는 달리 먼저 수확한 포도를 껍질채 줄기와 씨를 분리하지 않고 돌로 파쇄하거나 깊이 파진 커다란 나무통 사츠하넬리(Satskhaneli: 아래사진)에 넣고 발로 으깨는 작업을 합니다.

그 다음 보통 약200리터 용량의 크베브리(Kvevri :위사진) 라는 전통토기에 넣어 1차 발효시키는데 이때 용기는 목이 나올 정도까지 땅에 묻습니다.

참고로 발효를 돕기 위해 공기속의 자연 이스트를 이용할 뿐 설탕이나 어떤 첨가물도 쓰지 않는다 합니다. 

2차 발효시에는 Kvevri의 입구를 진흙으로 봉하고 공기와 차단한 후 그 자리에 조그마한 움막을 세웁니다.

마지막으로 발효단계가 끝나면 진흙을 걷어내고 길고 커다란 국자로 와인을 떠낸 다음 적당한 용기에 옮겨 필요한 만큼 숙성 보관하는 단순 과정입니다. 

 

와인의 어원이 그루지아어 GVINO에서 왔다고 이미 말씀 드린바 있습니다만, GVINOBISTVE 이라는 단어가 그루지아어로 10월 즉 "와인의 달"이라는 뜻이라니 와인문화가 얼마나 이들 생활 속 깊이 침투했는지 상상이 갑니다.

그루지아는 "와인의 발상지" 혹은 "와인의 요람"이란 명성답게 전 세계 포도종 약4000개 중 약 500개의 고유품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그 중 40여종이 상품화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종으로 레드는 Saperavi, 화이트는 Mtsvane 와 Rkatsiteli가 널리 알려져 있고 그루지야의 와인산지는 건조한 동부의 Kakheti 와 Kartli, 습한 서부의 Imereti 와 Racha-Lechkhumi, 그리고 북부의 Svaneti 지역이 대표적인데 현재 분리독립을 추진중인 자치공화국 Abkhazia도 유명합니다.

 

이와 같이 그루지야 와인의 역사는 길고 포도종도 다양하지만 전통적인 와인제조법은 소련시대를 거치면서 그 전통이 단절되는 불운을 겪게됩니다. 

즉 소련시절 집단농장화한 와이너리에서는 생산증대를 독려한 당국의 정책에 따라 생산성이 떨어지는 품종은 아예 경작을 금지했고 의도적으로 설탕과 물을 첨가하다 보니 품질은 뒷전이었습니다.   

특히 스탈린의 기호를 이유로 전체적으로 와인의 맛이 "드라이" 보다는 "스위트" 쪽으로 왜곡 되었고 와인도 보드카처럼 단숨에 들이키는 러시아식 술문화로 변질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루지야 와인에 길들여진 러시아가 최근까지 그루지야 와인 전체 생산량 5천만병 중 약 80%를 수입해 갔으니 소련시대의 경험이 역설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된 셈입니다.

그 후 가장 큰 시장인 러시아는 소위 "그루지야내 러시아 스파이 사건"을 계기로 2007년 1월부터 그루지야산 와인 금수조치를 취하게 됨에 따라 그루지야 전체 수출품목 중 1위를 차지 하였던 와인의 위상은  형편 없이 추락하는 곤욕을 치루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그루지야는 서방의 새로운 시설투자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국의 전통와인기술과 접목시키고 적극적인 신시장개척을 통해 특히 인접한 유럽국가들에 대한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 하니 와인종주국(?)에 걸맞게 품질의 균일화와 고급화를 통해 옛 명예를 되찾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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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1 죠지아라고도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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