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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7 - 오래된 거리에서 전쟁과 시민혁명을 생각하다!

작성자바이칼3|작성시간23.11.30|조회수89 목록 댓글 2

슬로바키아7 - 브라티슬라바 거리를 걸으면서 전쟁과 시민혁명을 생각하다!

 

 

어제 2022년 5월 8일 헝가리 비셰그라드 Visegrád 에서 체코 프라하행 기차를 타고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에 도착해 호텔을 찾아 체크인을 한후 걸어서 대통령궁과 분수대 를 구경했습니다.

 

 

그러고는 시가지를 가로질러 언덕 에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서는 오른쪽에 성벽을 따라 걸어 산정에 우뚝

서 있는 브라티슬라바성 Bratislavsky Hrad 을 구경하고는 성을 내려와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5월 9일 새벽에 잠이 깨어 호텔 방의 창으로 밖을 보니 마침 동이 터 오는지라 시시 각각으로 변하는

하늘을 보면서 여명(黎明) 을 몸으로 느끼고는...... 호텔을 나와 걸어서 시가지를 구경합니다.

 

 

브라티슬라바 는 슬로바키아의 수도 이고,  과거에는 헝가리 왕국의 수도 포조니 이기도

했으며... 2020년 12월 기준 인구는 44만 명대도시권 66만 명으로 인접국들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체코 프라하헝가리 부다페스트 등과 비교하면 인구가 적은 편입니다.

 

 

슬로바키아-오스트리아-헝가리 삼국의 국경선 에 접경하며 오스트리아의 빈과 대중 교통으로 1시간

외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지라.... 유럽 여행객들이 빈에서 당일치기 로 다녀오거나 부다페스트

가는 여정 중에 들리는 곳이며 또 체코의 남부 끝자락 국경도시 와도 도로 교통은 한 시간 거리입니다.

 

 

전세계 수도 중에 두개의 나라와 경계를 이룬 도시 로 브라티슬라바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삼국의 국경 

접경하는 지점이 있으니, 삼국의 접경점임을 알리는 테이블이 있어 여행객들의 사진 스폿 이 돼주곤

하는데 여타 다른 동유럽 도시처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공존하며 도시 가운데를 도나우강 이 관통합니다.

 

 

아침 이른 시간인지 거리에는 차도 적고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아 조용한지라

사람들에게 부닥칠 일이 없으니..... 느긋하게 걸어서 시가지를 둘러봅니다.

 

 

 

성 마르틴 성당 Dom sv. Martina 은 이른 아침이라 문이 굳게 닫혀있고

그 너머 미할라 문  Michalska Brina 을 지나 구시가지로 접어듭니다.

 

 

거리에서 그림을 발견하고는 이은화의 미술시간  에 나오는 전쟁과 책” 이란 글이 떠오르니.... 금발의

소녀 가 머리카락과 망토를 바람에 흩날리며 벼랑에 서 있다.  되돌아가지도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못한 채 발아래 황량한 풍경을 응시하고 있다소녀는 무엇 때문에 책을 안고 저곳에 홀로 서 있는 걸까?”

 

19세기 미국 화가 이스트먼 존슨 은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유명 정치인의 초상화로 유명

하지만 풍경화나 일반인을 모델로 한 풍속화에도 능숙했는데...  내가 두고 온

소녀 (1872년경)’ 는 그가 48세에 그린 것으로 남북전쟁 시기의 한 소녀를 묘사하고 있다.

 

 

앳된 모습이지만 손에 결혼반지를 끼고 있어 기혼 임을 알 수 있다소녀는 전쟁터로 나간

남편 을 기다리며벼랑 위를 걷고 있다.  발아래 보이는 땅은 울타리로 반반

나뉘었고주변은 안개와 먹구름이 휘감고 있다내전에 휩싸인 불안한 세상 을 암시한다.

 

 

이 그림은 남북전쟁 이 끝나고 몇년후에 그려졌다.  100만명 이상의 사상자 를 낳은 끔찍한 전쟁은 끝났지만

미국 사회는 여전히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내전이었기에 유럽의 화가들 처럼 전쟁터의 영웅을

미화할수도 없는 노릇존슨은 전쟁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과 불안한 분위기 를 포착해 묘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림 제목은 18세기 영국 민요 에서 따왔다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고향에 두고 온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

남북전쟁 시기에 남군북군 모두에게 인기를 끌며 불렸다이 그림을 그릴 당시 존슨은 늦은 나이

에 결혼해 두 살배기 딸을 둔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가족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던 시기 였다.

 

 

소녀가 두 손으로 꽉 쥐고 있는 책은 성경이나 문학혹은 철학책 일 터다그 책이 과연 그녀

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을까?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화가는  그림을 통해

묻고자 했을 테다.  책으로 전파된 세상의 온갖 지식과 종교문학철학사상은

왜 전쟁을 막지 못하는가, 정치인들이 결정한 전쟁에 왜 젊은이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라고.

 

 

이제 시간이 좀 지났는지 거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주민과 관광객들이

섞여 지나가는 모습을 보자니 문득 상명대 교수인 박정자씨가 박정자의 생각돋보기

칼럼에 쓴 “ ’시민‘  에 대하여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몰리에르의 시민 귀족 공연 그림.

 

 

현대사회에서 부르주아’ 라는 말은 부자 혹은 상류층 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이다.  19세기

까지만 해도 귀족의 지배를 받는 특정 계급 의 이름이었다.  중세 봉건시대에

처음으로 나타난 계급은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에 살면서 상업 에 종사했다도시의

명칭이 부르(bourg) 였으므로  그들은 부르주아(bourgeois 부르에 사는 사람로 불렸다.”

 

 

그들의 부(는 토지에서 나온 게 아니고생산에 의한 것도 아니며돈의 차액에 의한 것

이므로자본의 중요성 이 대두되었다 상업 계급이 왕성한 이윤추구

욕구로 상업과 산업을 발달 시켰으며,  산업 혁명 을 통해 공장을 짓고 상품을 만들었다. ”

 

 

그것들을 실어나를 선박도 제조했다당연히 기술자 가 필요했고부동산 매매 계약이나

상거래 행위를 조정하는 공증인이나 변호사 가 필요했다재산관리와 사업회계를

위한 회계사 도 필요했다유일한 자산인 육체의 건강을 위해 의사 도 필요했다.

부르주아들은 엔지니어,  변호사회계사,  의사 들을 자신의 아들들 가운데서 키워냈다.”

 

 

 

의사변호사 등을 부르주아 라고 부르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단어의 의미와

그대로 부합한다사제와 귀족 밑에서 3신분으로 분류되던 부르주아 계급은

1789년 혁명 을 일으켜 드디어 경제적 힘에 걸맞은 정치적 권력 까지 얻게 되었다.

우리가 시민혁명’  으로 부르는 프랑스 대혁명’  이다혁명의 명칭은  부르주아 혁명’  이다.”

 

 

북한이 공산주의 혁명 후 모든 사람을 동무 라고 불렀던 것처럼프랑스 대혁명

후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시민  이라고 불렀다혁명 선언문 제목도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D´e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 이다

 

 

모든 인간은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고그 누구도 감히 문제 삼을 수 없는

절대적 권리즉 생존권과 행복추구권 을 갖고 태어났다는  루소의

자연권 사상 을 기초로 해서 였다그런데 나라에는 농촌 도 있는데 왜

하필  시민’  이라는 말이 선언문에 추가되었을까?  원형은 루소 에 있었다. “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 이었다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시민 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이란  법을 지키고 공직에 참여하는 사람’  이라 정의했다.

공공성에의 참여가 곧 시민의 조건 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니까 프랑스

대혁명은 고대 도시 국가 차원의 시민 개념을 근대적 국가의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 국적 개념 에 해당하는  법률적 지위를 미국에서는 왜 

시민권’  이라고 말하는지.... 또 서구 모든 나라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때면 왜 친애하는시민 여러분!’ 이라고 말하는지 의아해 했었다.

 

 

미국에서 부르는 시민 개념이 프랑스 대혁명 에서 시작되었고그 모델이

그리스 로마의 도시 국가 였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 의문이 풀린다.”

 

 

최근 한 사회학자가 사회 개혁의 단초 를 발견하려던 시민들이  국가

개조!’  라는 강력한 발언이 나온 이후 무기력한 국민 으로 떨어

졌다” 고 쓴 것을 보고..... ‘시민’  의 어원적 역사를 한 번 짚어 보았다. “

 

 

서양의 시민 개념과 같은 역사적 맥락이 없는 우리 가 도시의 주민을 시민’, 나라의 주민

을 국민 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그는 지식인적

비판의식에 충실한 나머지 언어가 사회적 관습 이라는 인문적 교양은 소홀히 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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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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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배낭길잡이 | 작성시간 23.11.30 잘봤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이칼3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01 고마운 말씀입니다.
    유럽의 도시는 옛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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