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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4.05.01|조회수36 목록 댓글 0

사랑을 잃고
밥을 먹는다.
반찬 그릇을 내 앞쪽으로 모두 당기고
머리를 푹 숙이고 밥을 먹는다.

나만 아는 슬픔
나만 아는 여기에
나는 애써 슬픔을 묻고있고 발아래 흙더미를
바라본다.

코끝으로 알싸한 풀냄새
그건
한 잔의 산들바람

바닥 너머 어둠을 끌고 미끄러지듯
넘어가는푸른빛.
맥없는 나에게 햇살은 심장을 내어주고
내 엽록체는
그의 빛줄기를 쭉쭉 빨아들이고 있다.

온 천지가 꽃다발
겨울의 황야를 건넌 싹눈은 어느새 눈서리를
밀어냈다. 스스로 삽을 들고 어둠 속에
자신을 파묻고 흙을 덮으며
꽃들이 아름다운 얼굴 내민

근사한 여기
나만 아는 곳.
산기슭에 등짐을 내려놓고 숟가락을 든다.
이별이 맛있다.



~~~ 루이제 린저(독 1911~2002) 🎀
<생의 한가운데>(1950)





이전 게시글 모파상 <여자의 일생>에 나오는 잔느와 결이 다른
여자 주인공을 소개하려해요.

<여자의 일생> 게시글에 대해 문학에서 등장하는 여성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해주신 댓글이 있어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 합니다. 통시적으로 정리할 만큼은 식견이 모자라
독서후기로 가름합니다.^^



<생의 한가운데>는 니나라는 여성이 주인공예요.
그녀의 사랑과 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녀의 삶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인물 관계도를 보면




니나가 중심이고 슈타너는 그녀의 연인입니다.

니나는 스스로의 삶을 가차없이
절망과 고통 속에 내던지기를 주저하지않는 직진녀,
작가의 분신이라할 수 있어요.

처음 그녀를 환자로 본 순간 묘한사랑을 느낀 외과의사 슈타너는 18년간 그녀를 기다리며 죽음 직전까지
그녀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무려 스무살 나이 차이임에도 그녀의 모든 생각에 공감하고 자신의 분신처럼 느낄정도로 사랑하지요. '정치적 공범' ...그녀를 도와 반나치 운동에 참여하여 죄수를 도피시키는 일도 마다하지않습니다.

한편으론 자신의 사랑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니나에게 자괴감에 빠지기도하고 그녀가 사귀는 젊은 남자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그는 감성이 깊으면서 매사 신중하고 사려깊은 판단을 하는 유형예요.

니나는 그에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사랑을 표시하지만
그는 니나의 사랑을 신뢰하지않아요. 실제 니나는 인생에 있어 남자와 이성간의 사랑을 중요하지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는 그것을 잘 알거든요. 자신의 경제적 도움마저 거절하는 그녀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정작 니나는, 자살 시도로 요양원까지 가게되었을때
슈타너가 무너지는 자신을 잡아주길 바랬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가 외면을 했고 결국 파멸하는 자신을 구해낸건 자기 자신이었다고 하죠.

사랑과 삶에 대한 시각의 차이로 그들은 헤어집니다.



슈타너가 암으로 죽기직전 그들의 마지막
재회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 철 없는 니나!!

끝까지 티격태격했지만
마지막에 헤어지고 쓴
슈타너의 일기의 구절을 읽으면 가슴 저릿합니다.




~~♡♡

니나를 통해 작가는 당시 2차세계대전후 젊은이들의
허무주의와 여성들의 자아 의식을 보여줍니다.

소설은 슈타너가 니나에게 18년동안 보낸 편지와 일기를 니나의 언니 마르그리트가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편지와 일기 중간마다 자매의 일상 속 대화가 많이 등장해요. 언니와 동생 니나는 비슷하면서 아주 다른 인생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니나의 입장에서 보면 언니는 답답하지요. 그들 자매는
열두살 나이 차이에 성향이 다르면서도 친구처럼 잘 지내요. 정반합 변증법적 조화인가요. ^^

소설의 첫 문장은 모소설가의 표절 의혹으로 유명한데요.
동서고금 변하지않는 자매관계의 정석을 잘 표현했습니다.
여자들의 심리를 정말 잘 꿰뚫고있는 이 한 문장!!




니나는 전통적 여성관을 깨고싶은 작가의 의도에서
나온 , 다소 급진적인 캐릭터입니다. 자존심 지존인 니나가 깨졌을 때가 있었는데요.

퍼시라는 남자와 약혼한 상태에서 유부남(알렉산더)과 하룻밤 사랑으로 큰 딸을 낳게되죠. 그리고 남편 퍼시의 강압에의해 둘째를 임신했을 때입니다.
니나는 자신의 파멸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저술활동을 하며 투옥도 되는등
반나치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요. 그녀의 삶은 전면적으로
움직이는 큰 격류같습니다.

소설 속에서 한 여성이 거침없이 그녀의 인생관,사상, 철학을 토로하고 있고 자신의 장점과 허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생의 한가운데' 폐부를 찌르면서요.

<나는 하고싶은대로 산다. 자유롭게...>

이젠 나이도 좀 들고보니 어떤 삶에 대해 최악이나
최선이 아니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하게됩니다.
요즘 사람들이 다들 가면을 쓰고 살아서
진실과 거짓이 혼란스럽기도하고
사람은 규정할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소설속 그녀의 삶을 보며 옳다, 옳지않다는 판단보다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되요.

누구든 그럴 것 같습니다. 작가도 그것을 우리에게 제안한
것으로 보아집니다.

(저는 자신을 파멸하는 것을 선호하지않아서
니나보다 언니 마그리트의 삶쪽에 더 가까운 것같습니다.::^^)

🎀




https://youtu.be/n3lgyoOXN7k?si=eNl399npeJZsO7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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